복잡해진 함수..STX조선, 실사 결과에 달렸다!

STX팬오션 법정관리 여파로 채권단에 부정적 인식 팽배

입력 : 2013-06-11 오후 1:46:52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남은 것은 하나. STX조선해양(067250)에 대한 채권단의 실사 결과다. 이에 따라 STX그룹의 진로 여부가 판가름나게 됐다.
 
물론 산업은행의 인수 불발로 STX팬오션(028670)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등 이미 STX그룹은 갈기갈기 찢겨졌다. 다만 지역경제 파장 등을 고려해 STX조선해양만은 회생시키겠다는 정부 의지가 강한 만큼 STX조선해양의 회생 여부는 초미의 관심사로 남았다.
 
지금껏 전해진 채권단 등의 말을 종합하면, STX그룹은 투트랙으로 정상화 방안이 진행된다. 부실 덩어리인 일부 계열사들을 과감히 정리하는 한편, 국가기간산업이자 경쟁력을 갖춘 조선만큼은 회생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STX조선해양에 대한 채권단의 실사 결과가 예상보다 심각할 경우 문제는 복잡해진다. 여기에다 강덕수 회장의 경영권 정리라는 부차적인 목적도 생각해야 한다. 복잡해지는 함수 속으로 빠져들게 되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실사 결과 STX조선해양의 부실 규모가 예상보다 클 경우 채권단이 자율협약을 중단하고 법정관리 절차를 밟을 수도 있을 것이란 관측마저 내놨다. 산은 인수에서 법정관리로 갑자기 방향을 튼 STX팬오션의 여파다. STX팬오션도 예비실사 전까지는 산은 인수가 확실시됐다.
 
국가 전략 물자를 운송하는 대형 해운업체를 외국계 자본에 매각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일고 대우증권, 대우조선, 금호생명(현 KDB생명), 대우건설 등 지금까지 산업은행이 인수의사를 표명해 놓고 포기한 전례가 없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STX팬오션의 매각은 순조로운 듯 보였다.
 
하지만 금리인하 등으로 채권단 소속 은행들의 자금 사정이 극도록 악화된 상황에서 앞으로 회사채 상환을 비롯해 추가로 들어가야 할 돈만 수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채권단의 경계심이 커지기 시작했다.
 
상황이 이렇자 지난달 류희경 산업은행 부행장의 발언이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그는 지난달 STX 구조조정과 관련한 기자간담회에서 "STX조선해양에 대한 실사를 거친 뒤 정상화 방안과 지원 규모를 결정할 것"이라며 "실사 결과, 부실 규모가 크면 자율협약이 중단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또 지난 9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채권은행들에 발송한 동의서에서 STX조선해양에 지원할 선박제작 지원금을 2500억원으로 삭감하겠다고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STX조선을 중심으로 한 구조조정에 이상신호가 나타난 것 아니냐는 의문마저 제기됐다.
 
당초 STX조선해양이 요청한 4000억원에서 1000억원을 뺀 3000억원을 산업은행이 우선 지원키로 했다가 여기서 500억원을 더 줄인 것이다. 국가경제에 미칠 파장을 생각해 반드시 회생시켜야 한다는 정부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할 수 없다는 채권단 소속 은행들의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와 함께 STX팬오션의 법정관리 신청 이후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주요 신용평가 기관들이 일제히 STX(011810)와 STX조선해양, STX중공업(071970), STX엔진(077970), 포스텍 등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면서 STX의 앞날이 더욱 어둡게 됐다.
 
이들 기관들은 STX팬오션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재무구조개선 성과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됐고, 자본시장 접근성마저 낮아지면서 그룹 전반의 유동성 대응력도 현격히 저하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앞으로도 STX그룹의 재무상태를 평가해 한 두 차례 더 추가 하향 조치가 가능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하지만 이달 중으로 나온 STX조선해양에 대한 실사 결과가 채권단이 수긍할 수준일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곧바로 추가 지원키로 한 2500억원의 선박제작 지원금과 선수금환급보증(RG) 1500억원이 수혈되고, 현장에서는 선박 건조가 재개되면서 STX조선과 중공업, 엔진에 자금 선순환이 가능해질 공산이 크다.
 
STX조선해양이 이미 2년치 수주물량을 확보해 놓은 데다 경쟁사에 비해 선박 건조 속도가 빨라 기자재 등이 원활하게 공급될 경우 선박의 조기 인도를 통해 유동성 위기를 조기에 해소할 가능성도 있다.
 
결국 STX그룹의 경영정상화는 이달 중에 나올 STX조선해양의 실사결과에 달렸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최승근 기자
최승근기자의 다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