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영택·최승근기자] 정부가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재추진하기로 한 가운데 시장의 반응은 극히 냉담하기만 하다.
특히 STX그룹이 해체 일로에 서 있는 등 조선업이 전 세계적으로 극히 침체인 상황에서 이 같은 결단이 내려져 배경을 놓고 각종 설마저 제기됐다.
정부는 금융위원회가 보유한 대우조선해양 지분 17.1%와 산업은행 지분 31.3%을 매각할 방침이다. 국내 조선 빅3로 꼽히는 대우조선해양 경영권을 이번 기회에 팔겠다는 얘기다.
시장은 반응 자체가 없을 정도로 얼어 붙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대부분의 기업들이 내실경영에 나섰고, 투자 또한 소극적 대응에 그치고 있어 김빠진 인수전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 차례 무산의 아픔을 겪은 만큼 신중을 기해야 함에도 시기 조절에 실패라는 지적도 흘러나왔다.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항공촬영.(사진제공=대우조선해양)
11일 기준 대우조선해양의 시가총액은 4조9000억원으로, 조선업이 활황이었던 지난 2008년 대비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경쟁사인
현대중공업(009540)(15조5000억원),
삼성중공업(010140)(8조3000억원)과 비교해 극히 저평가돼 있다는 게 전문가들 공통된 분석이다.
금융위와 산은이 보유한 대우조선해양 지분 48.4%를 통째로 매각할 가능성이 높아, 이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매각 총액은 3조5000억원 안팎이 될 것이란 게 시장의 예상치다.
시장에선 대우조선해양이 매력적인 매물임에는 분명하지만, 선뜻 나설 기업이 없을 것이란 의견 또한 지배적이다.
지난 2008년 당시 우선협상자에 선정됐던
한화(000880)는 인수자금 동원 능력이나 '오너리스크' 측면에서 여력이 없다. 당시 경쟁자였던
포스코(005490)는 10일 ‘철의 날’ 행사에서 정준양 회장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의향이 없다”고 입장을 분명히 한 만큼 인수자로 등장할 가능성이 전무해졌다.
해외 매각도 순탄치만은 않다. 대우조선해양은 FPSO, LNG선 등 세계 최고의 선박건조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잠수함 등 방산분야 사업 또한 병행하고 있어 해외 자본에 경영권을 넘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일단 금융위가 주관사만 선정할 뿐이고 당장 매각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어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면서 “적당한 매수자가 없으면 일부 지분을 블록세일 형태로 시장에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고 예측했다.
박근혜 정부는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해 우리금융,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정부 소유의 자산 처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를 통해 국정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조기 조달하려는 목적이 강하다.
문제는 자산을 매각하는 데 있어 ‘속도’만 강조하다 보면 매각이 실패하거나 혹은 헐값 매각에 대한 우려가 나올 수 있다는 데 있다. 매각 시나리오가 너무나도 엉성해 배경을 놓고 정부 실세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느냐는 각종 설도 제기됐다.
전 정부였던 이명박 정부가 우리금융과 KAI 등의 민영화를 추진하다 실패한 경험이 있는 터라 같은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