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수의 부동산퍼즐)8년간 잊혀졌던 본모습..'취득세를 보았다'

입력 : 2013-06-19 오후 1:00:26
[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지난 8년간 아무도 그의 진짜 모습을 목격한 적이 없다. 그동안 다른 얼굴, 다른 누군가의 이름으로 살아왔다. 이젠 그조차도 자신의 진짜 얼굴과 이름이 가물가물하다..'
 
마치 스럴러 영화의 주인공이 내뱉는 독백인 듯 보입니다만, 취득세를 두고 이렇게 한번 표현해 봤습니다. 더 정확하게는 지난 8년간 단 한번도 징수하지 못했던 유명무실해진 '법정 취득세율' 말입니다.
 
최근 취득세 인하 연장을 두고 정부와 정치권, 시장에 이르기까지 많은 말이 오가고 있는데요.
 
정치권은 지방세 감소를 우려하며 지자체와 함께 연장에 불편한 심기를 보이고 있고, 정부 역시 대책에서 정한 기간인 만큼 연장이 어렵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취득세가 주택거래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비할 거란 판단이죠.
 
국토교통부의 수장 서승환 장관 역시 오늘(1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6월 취득세 감면 기한이 끝나도 거래절벽 현상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네요.
 
그러나 우리 주변 거래현장의 분위기는 이와 정반대입니다. 그나마 회복기미를 보이며 제정신을 찾고 있는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습니다.
 
당장 다음달이면 추가 감면대책이 마무리 되고 내년이면 법정 세율을 고스란히 물어야하는 상황입니다. 당연히 두 차례에 걸친 거래절벽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혹시 법정 취득세율이 얼마인줄 아시는지요? 세법상 정해진 취득세율은 4%입니다. 그런데 2006년 이후 취득세는 단 한차례도 4% 모두 부과된 적이 없다는 사실.
 
금융 위기 이전에는 주택가격공시 및 실거래가신고제 도입으로 급격한 과세 표준 상승에 따른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세율을 감면했습니다. 금융위기 이후에는 주택 거래 정상화를 위해 지속적인 감면 정책을 시행하느라 법정 세율로 징수할 수 없었습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취득세율 2%, 등록세율 3%였던 취·등록세는 2006년 실거래 신고 제도가 도입되면서 각각 2%씩 합이 4%로 조정됐습니다. 과세 표준이 상향 변경되면서 취득세가 급격히 증가하자 정부는 '세부담 및 거래세 완화'라는 정책 목표를 세우고 등록세를 완화한 것입니다. 2011년 취·등록세가 취득세로 통합되고 나서도 법정 세율은 4%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주택 취·등록세 실효세율 변화 추이(자료:한국건설산업연구원)
 
2006년으로 다시 되돌아 가봅니다. 당시 정부는 세부담이 커지자 취·등록세를 4%로 하향조정함과 동시에 한시적으로 세율을 2%까지 내리는 감면 정책을 실시합니다.
 
이후 9억원 초과 주택의 경우 법정세율로 취득세를 받은 적이 있지만, 9억원 이하는 단 한차례도 4%를 받은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지금처럼 감면에 또 감면을 해준 적도 있습니다.
 
지난해 9.10대책에서 취득세를 50% 감면해주겠다고 발표했던 당시 부자감세를 이유로 모든 주택에 대해 취득세를 감면하는 것에 대한 반대 여론이 극심했던 적도 있습니다. 9억원 이하와 초과 주택을 똑같은 비율로 감면해주는 것은 부자들의 주머니만 불릴 것이란 주장이었는데요.
 
그런데 당시 9억원 이하 주택은 이미 50% 감면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9.10대책으로 인해 9억원 이하는 75%, 9억원 초과는 50%의 취득세를 감면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9억원 이하 주택이 더 많은 세제 혜택을 받는 것이었지만 부동산대책 때 마다 수시로 변화무쌍한 취득세는 상당수 관계자들마저 착각할 정도로 모호한 존재가 됐습니다.
 
7월이 오면 9억원 이하 주택은 현재 1%에서 2% 다시 오르고, 9억원 초과주택은 2~3%에서 4%로 오릅니다. 내년이면 모든 주택이 법정세율인 취득세 4%를 내야하는 것이죠.
 
지난 8년간 잊혀졌던 진짜 얼굴을 내미는 시점이 온다는 것이죠. 허나 진짜 얼굴을 공개할 수 있을지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취세를 4%나 받아본 적이 없는 지자체도 어색할 수 있겠죠? 4%를 내야하는 소비자는 더욱 낯설 수 있습니다.
 
취득세율 4% 부과가 됐을 때 부동산시장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단하기 힘듭니다.
 
내놓을 것 다 내놓고, 해볼것 다 해본 부동산 시장. 하지만 선뜻 마음(?)을 열지 않는 이 지긋지긋하게 어려운 부동산시장에 처방할 약은 이제 정말 그냥 가만히 두고 보는 것일까요.
 
7월 이후 잠깐의 충격에서 벗어나 예년의 시장으로 돌아갈 수도 있고, 아니면 유래없는 장기 실종기를 맞을 수도 있습니다. 부동산거래가 없다면 취득세를 납부할 이유도 없습니다.
 
또 언제나 그랬듯 조정이 있을 수 있습니다. 현재 시장은 취득세 조정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아니 기대하고 있습니다.
 
세상에 나올 때부터 이름(법정세율)만 있었지 그 이름이 8년간 한번도 불려본 적 없는 그(취득세)는 오히려 최근까지 불려온 가명(감면세율)이 익숙할지 모릅니다.
 
때마침 정부는 최근 부동산 세제에 대해 전면 재검토할 때가 됐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가 그냥 지금의 익숙한 모습과 이름으로 세상과 행복하게 살겠습니다'라고 말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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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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