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은정기자]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을 떠나 선진국 주식시장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통화확대 정책으로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채권시장으로 유입됐던 자금도 급속하게 빠져나가고 있다.
미국 경기가 회복국면에 접어들면서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이 높아진 데 따른 영향이다.
증권가에서는 그레이트 로테이션(Great Rotation)에 대한 논의도 재점화 되고 있다. 그레이트로테이션은 안전자산인 채권에서 위험자산인 주식으로의 자금이동을 뜻한다.
전문가들은 선진국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이동은 가속화될 것이지만, 한국시장은 펀더멘털을 고려할 때 자금 재유입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미국주식펀드 6개월간 자금유입 지속
올들어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 펀드로의 자금유입이 늘어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유입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에서 설정되는 미국주식펀드의 자금은 최근 6개월간 꾸준하게 유입됐다. 이 기간 자금유입 규모는 605억달러로, 6개월 연속 자금이 유입된 것은 지난 2006년 이후 처음이다.
글로벌펀드시장에도 지난 5년간의 자금흐름과는 반대로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선진국 투자 비중이 높은 글로벌주식펀드로도 7개월째 자금이 순유입되고 있다.
반면 신흥국주식펀드는 순유입규모가 크게 줄어들어 최근 두달간은 6억달러 순유입에 그쳤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펀드도 지난 4월 순유출 전환되면서 아시아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의 순매도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2007년 버블붕괴 이후 자금 유출입이 반복되던 중국주식펀드는 최근에는 성장우려가 커지면서 지난 4월 2007년 이후 가장 큰 규모인 375억달러 순유출을 기록했다.
김후정 동양증권 연구원은 "주식자산 내에서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의 자금 이동은 이미 시작됐고, 그 규모도 시간이 흐를수록 커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김 연구원은 "일본의 아베노믹스의 성공여부가 변수가 될 수도 있겠지만, 미국의 경제회복이 본격화되면서 선진국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이동은 가속화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흥국·하이일드채권 차익실현 움직임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채권시장에 몰렸던 자금도 최근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이 높아지자 주식시장으로 방향을 틀고있다.
글로벌 유동성 축소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수익이 좋았던 하이일드 채권펀드에 대한 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포지션 정리가 일어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달러 강세로 신흥국 통화가 약세로 전환되면서 신흥국채권펀드의 순유입 규모도 작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스마트머니라 할 수 있는 대형 연기금도 채권 투자 비중을 줄여나가고 있다. 미국의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CalPERS)과 네덜란드 연기금(ABP)은 2011년부터 꾸준하게 채권 비중을 축소하고 있다.
채권자산 위주로 안정적인 투자전략을 구사해왔던 일본후생펀드(GPIF)도 해외주식의 비중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연구원은 "달러가 강해지고, 중국 등 신흥국의 경제 성장률이 떨어지면서 신흥국 자산은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이미 신흥국채권과 신흥국주식으로의 자금 유입 규모가 줄어들고 있으며,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자산으로 자금 유입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채권자산에서 주식자산으로의 이동은 일어나고 있지 않지만, 원자재에서의 자금 유출과 리스크 높은 채권자산에서의 자금 유출은 그레이트로테이션의 전조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홍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신흥 주식시장에서의 유출 규모와 속도는 모두 과도하다"며 "신흥시장 전 지역에서 자금 유출이 발생하고 있지만,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지역별로 차별화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홍 연구원은 "양적완화 수혜가 집중됐다 후퇴하고 있는 동남아시아와 달리 한국시장은 경기와 주식시장 펀더멘털이 우수하지만 단기성 위험 관리 차원에서 환금성이 좋아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유출이 더 크게 발생하고 있는 상태"라고 분석했다.
이어 "하반기 이후 우려가 완화되고 펀더멘털이 개선되는 모습을 확인하면서 외국인 투자자는 재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