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국민 보호 위해 웹보드 게임 반드시 규제"

게임업계 "자율규제안 제대로 시행도 못해봤는데"..불만

입력 : 2013-06-19 오후 4:49:12
[뉴스토마토 최준호기자]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지난 2월 규제개혁위원회의 반대로 무산된 '게임의 사행화 방지를 위한 대책안'을 재추진하면서, 사행성 문제에 관해서는 절대 물러설 수 없다는 '마지노선'을 그었다.
 
19일 문체부는 기자 간담회를 열어 온라인 고스톱·포커 게임(이하 웹보드 게임)의 사행적 운영을 차단하고 선량한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웹보드 게임 운영업체는 ▲월 게임머니 구입한도 30만원 ▲1인, 1회 게임의 게임머니 사용한도 1만원 ▲1일 10만원 이상을 잃을 경우 48시간 접속제한 등의 게임이용 제한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문화부 “사행성 문제에서는 국민 보호가 최우선”
 
이날 간담회를 진행한 이수명 문체부 문화콘텐츠산업실 게임콘텐츠산업과장은 “한국은 온라인 도박을 엄격히 법으로 금지하는 나라”라며 “한 판당 수십만원의 현금가치에 달하는 게임머니가 오가는 지금의 웹보드 게임을 건전한 다른 게임과 똑같이 볼 수는 없다”고 웹보드 게임 규제안 추진에 대한 배경을 설명했다.
 
문화부는 이번 시행령이 시행되면 웹보드 게임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게임머니의 ‘불법환전’을 80~90%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인 1회 게임 참여비용을 1만원으로 대폭 줄이면, 전체 게임 이용 금액이 대폭 감소해 게임의 사행성 조장이 크게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이수명 과장은 “웹보드 게임은 현재 월 30만원으로 현금결제가 제한돼 있지만, 불과 몇판으로 이를 모두 소진한 뒤 불법 환전을 통해 추가로 게임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게게임 규모로 인한 사행성 조장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또 “지금까지 업계에서 자정 차원의 여러 노력들을 해왔지만, 사행성 게임으로 인한 피해건수와 규모가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었다”며 “최근 게임산업협회가 게임 이용시간 제한 등의 추가 자율규제안을 제시했지만, 1판 당 게임머니 규모의 제한 없이는 실효성을 거두기 힘들다는 것이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이었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포함된 ‘본인 확인 조치 강화’도 일반 이용자들을 불편하게 해 게임 이용을 줄이려는 목적이 아니라, 불법 게임머니 환전상들이 수십개의 차명 아이디(ID)로 불법 환전거래를 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함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와 함께 ▲게임의 상대방 선택 금지 ▲게임의 자동진행 금지 등도 시행령으로 강제할 예정이다.
 
문체부는 이 같은 개정안에 대해 오는 21일부터 40일간의 입법예고를 통해 관계부처·업계 및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며, 이후 규제개혁위원회 규제 심사 및 법제처 심사를 거쳐 최대한 빨리 시행령 개정안을 처리한다는 입장이다.
 
◇이수명 문체부 과장이 게임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최준호 기자)
 
◇게임산업협회(K-IDEA), ‘금주 중 공식 입장 밝힐 것’
 
이 같은 문체부의 게임법 시행령 개정안은 지난 달 게임산업협회가 발표한 게임 이용시간 제한 등이 포함된 ‘웹보드 게임 자율규제안’을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게임 업계는 크게 실망한 모습이다.
 
업계는 이번 문체부의 규제안으로 인해 웹보드 게임이 사회적으로 ‘도박’으로 낙인 찍히고, 지나친 본인 확인 절차와 게임 이용 시간제한 등이 게임 접근성을 떨어뜨려 건전한 게임 이용자들까지 떠나는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또 우리나라 온라인 도박 시장의 대부분은 ‘스포츠 토토’ 형식의 불법 온라인 도박 사이트인데, 합법적으로 운영되는 웹 보드 게임에 대한 규제만 계속 강화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게임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웹보드 게임 시장규모는 약 5000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온라인게임 시장의 10% 수준이다.
 
지난 2월말 문체부가 이번 개정안과 거의 비슷한 '게임의 사행화 방지를 위한 대책'을 내놓았을 때, 규제로 인한 매출 감소액이 최대 50%까지 있을 수 있다는 증권업계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따라 온라인 게임 매출 감소로 힘겨워하고 있는 일부 게임포털사들이 이번 게임법 시행령 개정안에 ‘직격탄’을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자율규제안을 업계 스스로 적용해 나가고 있는 과정에서 결과도 나오기 전에, 강경한 규제안이 재추진되는 점도 실망스럽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대해 게임산업협회 관계자는 “현재 기업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으며,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기 위해 빠른 시일 내에 서면으로 공식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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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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