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환기자] 차세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장을 놓고 퀄컴의 '스냅드래곤 800'과 삼성전자 '엑시노스5 옥타'가 정면대결 양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일단 하반기 출시될 대작들에는 스냅드래곤 800이 장착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달 상용화 예정인 '롱텀에벌루션 어드밴스트(LTE-A)'를 지원하는 AP는 퀄컴의 스냅드래곤 800이 현재로선 유일하다. LTE-A는 현 LTE보다 2배가량 속도가 빠른, 꿈의 통신기술로 불린다.
이를 반영하듯
LG전자(066570)는 지난 20일 국내 제조사들 가운데 처음으로 차기작에 스냅드래곤 800을 탑재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소니와 팬택 등 다른 제조사들도 앞다퉈 스냅드래곤 800을 탑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여기에는 경쟁 제조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의식도 반영됐다는 평가다.
삼성전자(005930)는 앞서 출시된 국내용 갤럭시S4에 자사의 AP인 엑시노스5 옥타를 적용했지만, 이는 LTE-A를 지원하지 않아 논란으로 비화됐다. 소비자들의 불만이 이어지면서 LTE-A 용 '갤럭시S4'를 출시할 것이란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물론 출시된다면 AP는 스냅드래곤 800 탑재가 유력하다. 여기에다 하반기 출시될 대작 갤럭시노트3에도 현재로선 스냅드래곤 800 외에는 대안이 없어 보인다.
◇스냅드래곤 800 vs. 엑시노스5 옥타..기술적 차이 있다? 없다?
물리적으로 스냅드래곤 800은 4개의 코어를 장착했고, 엑시노스5 옥타는 8개의 코어를 탑재해 현격한 기술적 차이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동시에 구동되는 코어가 최대 4개라는 점에서 두 AP의 차이는 크지 않다는 게 업계의 정설.
게임이나 멀티태스킹 같은 AP 활용도가 높은 작업을 할 때 역시 스냅드래곤 800과 엑시노스5 옥타, 둘 다 4개의 코어를 작동시킨다. 다만 AP를 최대로 활용할 필요성이 없는 작업을 할 때 두 AP의 차이는 나타난다. 이는 스냅드래곤 800의 '비동기식 멀티프로세싱' 기술과 엑시노스5 옥타의 '빅리틀(big.LITTLE)' 설계구조의 차이에서 결정난다.
스냅드래곤 800은 4개의 코어를 모두 작동시키지 않고도 필요한 코어만을 활용해 작업을 진행해 소비전력을 최소화한다. 이에 반해 엑시노스5 옥타의 경우 8개의 코어 중 저전력 코어인 코어텍스-A7(LITTLE) 코어를 활용한다. 고성능의 코어텍스(Cortex)-A15(BIG) 코어는 작동을 멈춤으로써 전력소비를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두 방식 중 어느 방식이 소비전력이 낮은지에 대한 논란은 진행 중이지만 결국 최대 4개의 코어를 구동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두 AP의 성능을 비교한 실험 결과는 어떻게 조건을 설정하느냐에 따라 다르다"며 "단순하게 두 방식을 비교해 어느 AP가 더 나은 성능을 발휘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퀄컴의 '스냅드래곤' 800(좌)과 삼성전자의 '엑시노스 5 옥타'(우). (사진제공=퀄컴, 삼성전자)
◇관건은 LTE-A..스냅드래곤 800 한발 앞서다
기능적으로 서로 비교하기 힘든 두 모바일 AP의 차이는 캐리어 어그리게이션(CA) 기술 지원 여부에서 판가름 난다. 현재 스냅드래곤 800은 CA 기술을 지원하지만, 엑시노스5 옥타의 경우 지원되지 않고 있다.
CA란 1개의 주파수에 다른 주파수를 더해 통신속도를 높이는 기술로, 최대 150Mbps까지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이달 중 상용화 될 LTE-A의 필수적인 기술이다. 삼성전자도 LTE-A를 지원하는 갤럭시S4에는 엑시노스5 옥타가 아닌 스냅드래곤 800을 탑재할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다 삼성전자의 엑시노스5 옥타가 CA를 지원하도록 개발이 진척되지 못할 경우, 올 하반기 출시될 예정인 갤럭시노트3의 국내모델에서도 엑시노스5 옥타를 탑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아직 LTE-A 기술이 상용화되지 않은 다른 국가에서 엑시노스5 옥타를 채용할 가능성이 있지만, 이 또한 그리 확률이 높지 않다는 게 업계 평이다.
또 LTE-A 상용화 소식이 전해지면서 엑시노스5 옥타가 탑재된 갤럭시S4를 구매한 소비자들의 반발이 커졌다. 다른 국가에 CA를 지원하지 않는 엑시노스5 옥타를 탑재했다가 똑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삼성전자로서는 소비자의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게 된 셈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기술력이라면 이른 시일 내에 CA를 지원, LTE-A 환경에도 적합한 엑시노스5 옥타를 구현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업계 관계자는 "CA 기술이 쉽게 구현이 가능한 기술은 아니지만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삼성전자가 CA 기술을 구현해 내지 못한다면 결국 하반기 국내에 출시되는 LTE 스마트폰에는 스냅드래곤 800이 탑재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와 관련해 일체 말을 아끼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럭시노트3에 엑시노스5 옥타가 탑재될 지 안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