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필현기자] 정부가 직접 의약품을 생산 공급해 판매하는 공공제약사 설립에 대해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은 현재 공공제약사 설립과 관련해 ‘약품 생산 및 공급 공공성 강화방안’ 연구용역 보고서를 의뢰해 그 결과를 검토 중에 있다.
공단 측은 정부가 의약품을 생산할 경우 민간제약사를 자극해 저가 의약품 생산을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고, 제약업계는 오히려 국내제약 산업이 후퇴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팽팽히 맞서고 있다.
25일 건강보험공단 의약품정책팀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공공제약사 설립과 관련해 연구용역을 발주했다”며 “현재 이 보고서가 나와 있는 상황이고, 우리는(건보) 그 실현 가능성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 검토 마무리에 대한 질문에 이 관계자는 “언제까지 보고서 검토를 마무리 짓겠다는 시기 결정은 없다”며 “제약업계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이 보고서를 검토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공공제약사가 저렴한 의약품을 생산할 경우 민간제약사를 자극해 저가 의약품 생산을 유도할 수 있고, 의약품 원가 구조를 파악해 약가협상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건보공단은 그동안 희귀 의약품 공급문제와 의약품 유통의 비효율성 등 때문에 제약 부분에 있어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문제 의식으로 이사업을 추진해왔다.
이에 대해 제약업계는 정부 방침대로 공공제약사가 설립될 경우 오히려 국내제약 산업이 후퇴할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업계 한 임원은 “제약기업들이 많은 연구비를 투자해 얻은 신약을 특허 기간 동안에 어떤 보상도 받지 못하고 시장에 유통해야 한다면 어느 기업이 신약연구개발에 투자 하겠냐”며 “약가가 한계 비용에 미치지 못한다면 연구개발 투자와 그에 따르는 신약개발은 감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공제약사 설립은 보건의료 분야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고, 산업적 측면에서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개입은 공공지출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기술의 혁신과 보급, 건강보험 등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민간지출에 큰 파급효과를 초래 한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 개입의 범위와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심각한 정부 실패를 가져 올 수 있는 부적절한 정책이 채택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약품비 절감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품 원가를 파악해 공공제약사를 만들어 보겠다는 정부 방침은 말이 안된다”며 “정부가 만들어 파는 것을 기준으로 놓고 그에 맞추라는 것은 시장을 모르는 ‘탁상공론’일 뿐”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