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모함으로 끝난 NLL 논란..대선 믿을 수 있나

입력 : 2013-06-26 오후 5:24:40
노무현 대통령이 살아 있었다면 NLL 논란이 이 지경까지 올 수 있었을까.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해 대선을 눈앞에 둔 시점에 의혹을 제기했을 때 노 대통령이 있었다면 이 논란은 사실관계의 문제가 아니라 남북관계가 갈등의 계속이냐 평화로 나가야 하느냐의 문제가 됐을 것이다.
 
노 대통령은 북한과의 갈등이 끝없이 이어져야 계속 '전가의 보도'를 휘두를 수 있는 새누리당 태생의 문제를 낱낱이 드러내고, 새누리당이 평화지향 세력인지 갈등유발 세력인지를 규명하려 했을 것이다. NLL 논란의 핵심은 사실 이것이 되어야 했다.
 
노 대통령이 NLL 포기발언을 했느냐의 여부를 밝히는 것은 간단했다.
 
정상회담을 마치고 돌아와 후속 국방장관 회담을 준비하던 당시 김장수 장관(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NLL을 지키고 돌아왔다. 이번 장관회담에서도 김 장관이 전권을 갖고 협상에 임하라"며 각오를 다져준 노 대통령은 당시 대통령의 무게감을 실어 김 실장에게 '당신이 사실을 말하라'고만 하면 됐다. 구구절절히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새누리당과 국정원은 '죽은 사람은 말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철저히 이용했다.
 
대화록이 있지만 정상간의 회담내용을 함부로 공개할 수 없는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의 처지도 십분 활용했다.
 
새누리당은 문 후보가 노 대통령의 포기발언이 사실이라서 이를 숨기기 위해 대화록 공개를 거부하는 것처럼 몰았다. '자신있으면 까라'는 식으로 나왔다.
 
대통령이 설명할 수도 없고 기록도 볼 수 없는, 이 어쩌지 못하는 상황을 그들은 정말 효과적으로 써먹었다.
 
 
문 후보의 끈질긴 설득과 해명, 그리고 자기들 대통령도 아닌데 굳이 박근혜 후보를 위해 부담을 안고 판도라의 상자를 열 필요성을 느끼지 않은 당시 원세훈 국정원의 선택으로 결국 문 후보에게 일방적인 상처만 남긴 채 이 수준미달의 논란은 겨우 수그러들었다.
 
그러나 국정원의 주인이 바뀐 뒤 자신들의 선거개입 사실이 검찰에 의해 밝혀지자 남재준 국정원은 '행동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낀다.
 
국정원은 사그라든 문제를 국회 정보위원장인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과 합작으로 다시 거론한다.
 
남재준 국정원은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부터 살고 봐야 하기 때문에' 정상회담 대화록과 발췌본의 봉인을 풀었다.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미 곳곳에 편집과 첨삭을 한 상태였다.
 
논란은 나라의 밑바닥을 전 세계에 다 드러낸 뒤에야 끝이 났다.
 
NLL 포기 발언은 없었다는 진실은 밝혀졌지만 그 댓가로 새누리당은 대한민국이 외교후진국이며, 정치후진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게 했다.
 
대선 기간 NLL 논란을 둘러싼 새누리당의 공세는 그야말로 치열했다.
 
정문헌 의원의 문제제기 이후 새누리당은 이를 내내 물고 늘어지면서 문후보에 친북, 좌파, 종북의 딱지를 붙였다. 대선 구도를 안보 후보와 종북 후보의 대결로 몰았다.
 
새누리당은 NLL 포기발언이 사실무근으로 밝혀지면서 이제 NLL에서 탈출하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NLL 공세가 애초 제기됐었던 대선 국면에서 이 논란의 영향이 과연 어땠는지 이제는 묻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 후보는 108만496표 차이로 당선됐다. 또 50대 이상에서 압도적인 몰표가 나오면서 승리할 수 있었다.
 
반북정서가 가장 민감한 50대이상 중장년층, 그리고 그들에게 영향을 미쳤을 게 분명한 NLL 논란을 활용한 종북 공세.
 
NLL 논란은 단기적으로 새누리당에게 유리하게 작용했지만 결국 진실은 드러났고 그 진실은 이제 지난 대선결과를 과연 신뢰할 수 있겠느냐는 물음을 유권자들에게 던지고 있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이 문제에 대해 답변하고 문재인 후보에게 투표한 사람들의 신뢰를 다시 얻을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사과와 해명도 타이밍을 맞춰야 한다. 시간을 놓치면 임기내내 정통성 논란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그보다 더한 일이 없을 거라고 장담할 수가 없다.
 
이호석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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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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