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EU정상회의, 유로존 성장전략 나오나

경기부양 방안 · 금융동맹 합의 등 논의

입력 : 2013-06-27 오후 2:21:05
[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유럽연합(EU)정상회의를 하루 앞두고 유럽이 위기에 빠진 세계경제에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양적완화 축소 시기가 언급되고 중국발 신용경색 위험이 불거진 가운에 EU가 성장정책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EU 내부에서는 지난 3년간의 긴축으로 실업률이 역대 최고로 치솟고 경제가 7분기 연속 침체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며 이제 성장 정책이 필요한 때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U 27개국 정상들은 이 같은 논의를 구체화하기 위해 오는 27일(현지시간)부터 양일간 벨기에 브뤼셀에 모여 경제 회생 방안과 노동시장 문제, 은행연합 방안 등을 다룰 예정이다.
 
◇드라기 “부양 의지 변함없다”
 
26일(현지시간)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EU 정상회담 주요 의제를 예고라도 하듯 경기부양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베를린 연설을 통해 “인플레이션이 진정되는 상황에서 유로존의 경기전망이 여전히 좋지 않아 완화기조가 필요하다”며 “ECB의 출구전략은 아직 멀었다”고 말했다.
 
이어 드라기는 “다른 나라의 정책 변화가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시점에서 조절 가능한 무제한국채매입(OMT) 정책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덧붙였다.
 
베누아 쾨레 ECB 집행이사도 “ECB가 필요한 만큼 여러 가지 수단을 동원해 역내 성장을 도모할 것”이라며 드라기와 같은 입장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양적완화 축소 발언으로 시장이 요동치자 ECB 중직들이 나서 유럽의 경기부양 의지를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지난달 22일 벤 버냉키 미국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매월 850억달러 규모의 자산을 매입하던 양적완화를 연내 축소할 수 있다고 밝히자 지난 17일까지 세계 증시에서 약 3조달러가 증발했다.
 
EU는 이미 여러 차례 성장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지난 5월22일 EU 정상들은 벨기에 브뤼셀에 모여 경기부양 기조를 재확인했고 같은 달 27일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는 예산평가 보고서를 통해 유럽 각국의 재정 건전성이 나아진 상황이라 성장을 도모할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5월29일 이와 같은 분석에 기반해 EC는 부채국들의 재정적자 감축시한을 연장해주면서 성장과 고용을 촉진할 것을 주문했다.
 
EC는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슬로베니아에 재정적자 감축 시한을 2년 더 연장했다. 네덜란드. 포르투갈은 일 년의 기한을 더 얻었고 폴란드와 헝가리는 EU의 재정감독 대상 리스트에서 삭제됐다.
 
이로써 이 국가들은 국내총생산(GDP)의 3% 이하로 재정적자를 유지해야 한다는 EU 규정에서 얼마간 자유를 얻어 성장 정책을 시행할 여유를 얻게 된 셈이다.
 
이번 EU 회담에서도 EU 27개국 정상들은 경기부양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EU, 성장에 걸림돌..실업과의 전쟁 ‘박차’
 
실업률 해소 방안도 심도 있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높은 실업률이 경제 성장에 걸림돌이 될 뿐 아니라 민주주의 마저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유럽 전체 실업률이 12%를 넘어서는 가운데 특히 청년 실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 4월 유럽연합 실업률 <자료제공=유로스타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15세~24세 젊은이들 중 750만명이 실직상태다. 나라별로는 그리스 청년실업률이 60%를 넘어섰고 포르투갈과 이탈리아는 40%에 이르고 있다. 사정이 낫다는 영국과 프랑스도 20%를 웃돌고 있다.
 
상황이 악화되자 유럽 경제 1, 2위 국인 독일과 프랑스가 청년실업 해소 방안을 내놨다. 이 대책은 유럽개발은행(EIB)을 통해 청년층을 고용하는 기업들에 대출을 지원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를 위해 EU는 6년 동안 60억유로(8조7000억원)의 막대한 자금을 투입할 예정이다.
 
볼프랑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청년실업 문제가 호전되지 않는다면 유럽의 결속력이 약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엔리코 레타 이탈리아 총리는 26일 로마 기자회견에서 "실업률이 높아지면 경제 성장에 해를 미칠 뿐 아니라 민주주의 시스템도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는 청년 실업 해소를 위해 개별적으로 기업 지원 방안을 도입하기로 했다. 26일(현지시간) 레타 총리는 내각회의를 통해 청년을 고용하는 기업들에 세금 감면 등의 방식으로 총 15억유로(2조2000억원)를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부실은행 정리 방식..또 한 번 도마 위에
 
EU 정상들은 실패한 은행의 책임을 은행 스스로 지게 하는 부실은행 정리 방식 또한 도마 위에 올릴 것으로 보인다.
 
부실은행 정리 방안은 유로존 은행연합(banking-union) 프로젝트의 핵심 요소로 개별 은행의 실패가 국가 재정의 부실로 이어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지난해 12월에 고안됐다.
 
그러나 나라별 의견차로 그동안 협상이 난항을 겪어왔다. 지난 21일 EU 재무장관회의에서도 은행 예금자에게 어느 정도까지 은행 실패의 책임을 물을지에 대한 의견이 엇갈려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은행 부실의 책임을 주주와 채권자들이 짊어질지 10만유로 이상의 고액 예금을 지닌 일반인에게도 부과할지 등 나라별로 의견이 나뉜 것이다.
 
독일은 고액 예금자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프랑스는 예금이 대량으로 빠져나가는 ‘뱅크런’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며 이에 대립각을 세웠다.
 
부실은행 퇴출 과정에서 개별 국가에 얼마나 큰 재량권을 부여할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이 부분에서도 독일은 모든 회원국들에 동일한 규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나 프랑스와 영국, 스웨덴은 상황에 따라 유연한 잣대를 사용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안드레스 보그 스웨덴 재무장관은 "만약 우리가 구속복을 입고 은행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더 큰 혼란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나라 간에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대다수의 전문가는 오는 9월22일 독일 선거 전까지 은행연합 논의에 큰 진전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베르너 파이만 오스트리아 총리는 "독일 하원 선거가 끝나기 전까지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은행연합 논의를 미룰 것"이라며 “내년 1월이나 6월 달이 되야 실질적인 협상이 이루어 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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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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