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임종룡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느닷없이
우리금융(053000)지주의 증권계열 인수전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업계의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
농협 사업구조 개편에 대한 정부 보조금도 다 받지 못한 상황에서 정부 금융정책사업인 우리금융 매각의 흥행몰이를 위해 들러리를 서는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임 회장은 전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농협금융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우리투자증권 인수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하면 지주사 전체의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임 회장은 기대했다. 은행 부문에 80% 편중된 농협금융의 사업구조를 뜯어고치겠다는 것.
'검토할 수 있다'는 원론적인 발언이지만 금융권에서는 민영화 대상인 농협이 정부보조금을 담보로 증권사 인수에 나서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초 지난 정부는 농협의 신경분리를 골자로 한 농협 사업구조 개편에 모두 5조원의 지원을 약속했다.
이중 4조원은 정부의 이자보존방식으로 지원받고 있으며, 나머지 1조원은 KDB산은금융과 도로공사 주식을 5000억원씩 현물 출자키로 했으나 국회절차가 지난해 말 무산되면서 남아있는 상황이다.
최근 임 회장 등 농협 경영진은 정부 세종청사를 찾아 지난해 정부가 약속한 5조원 지원 여부 및 나머지 1조원의 추가 지원 약속을 정부로부터 재차 확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신경분리 사업을 전제로 출자받은 1조원으로 농협 발전과는 성격이 다른 우리투자 증권을 인수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농협금융의 대주주인 농협중앙회도 증권사 인수에 부정적이다. 중앙회 관계자는 "금융 사업보다는 농협 경제사업 활성화가 핵심 과제"라며 "증권사 등 금융투자부문 인수는 농협 발전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농협금융이 우리금융 인수전의 복수입찰 조건을 맞추기 위해 들러리를 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국내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인수의사를 밝힌 곳은
KB금융(105560)지주다. 임영록 KB 회장 내정자는 "경쟁력 높일 수 있는 차원에서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내달부터 우리금융 분리매각 절차에 들어가는 금융당국은 금융회사들이 우리금융 인수전에 참여하도록 직간접적으로 독려하고 있다"며 "인수 자격을 갖추지 못한 곳까지 우리금융 계열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다음달 15일부터 우리투자증권 매각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우리금융은 우리투자증권과 우리아비바생명과 우리자산운용 등 증권계열 매각을 위한 주관사 선정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