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유로존, 포르투갈發 재정위기 공포 재점화

입력 : 2013-07-04 오후 4:58:51
[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포르투갈 정국불안에 유로존 부채위기가 다시금 불거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두 명의 포르투갈 장관이 잇따라 사임하면서 집권당이 긴축프로그램 계속 이행할 수 있을 지가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유로존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3일(현지시간) 유로존 내 증시와 채권 시장이 일제히 흔들리면서 유로존 경제가 아직 취약한 상태임을 증명했다고 진단했다.
 
◇포르투갈 정치불안..내각 와해 '우려'
 
지난 5월까지 포르투갈 금융시장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지난 2011년,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중앙은행(ECB), 유럽연합(EU)으로 이루어진 국제채권단(트로이카)으로부터 78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단행해 온 긴축 프로그램도 비교적 성공적으로 운영돼왔다.
 
전문가들은 포르투갈 채권금리가 하락세로 접어드는 등 경제가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자 2014년에는 경제가 정상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다 긴축 효과가 미비하다는 내부 평가가 속속 나오는 가운데 비토르 가스파르 재무장관이 갑자기 사임하고 연이어 외무장관이 사표를 내자 시장의 불안감이 증폭되기 시작했다.
 
가스파르는 지난 2011년 중반부터 지금까지 증세와 임금 삭감 등 강력한 긴축정책을 주도해오던 인물로 포르투갈 경제가 긴축재정에도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사퇴하기로 결정했다.
 
실제로 공무원 5만명 감원이나 감원하고 공무원 연금을 20% 삭감하는 등 강력한 구조조정을 실시했으나 스페인 실업률은17.5%에 달한다.
 
또 2011년 긴축을 시작할 당시 2년 뒤면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도 존재했지만, 실제 올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2.3%로 추정되고 있다.
 
파울로 포르타스 외무장관 사임 소식 또한 포르투갈 정치·경제에 매우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파울로 포르타스는 코엘류 총리가 속한 사회민주당과 연정을 구성하고 있는 국민당의 당수다. 코엘류 총리의 사회민주당이 다수당 지위를 상실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두 명의 장관이 사퇴한 이후 코엘류 총리가 나서서 자신은 자리를 보전할 것이며 포르투갈은 긴축 프로그램을 이어갈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으나 시장의 불안감을 누그러뜨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여기에 장관 2명이 추가로 사퇴의사를 나타냈다는 포르투갈 언론 보도가 나간 직후, 코엘류 정권이 아예 붕괴될 것이라는 예상이 힘을 얻으면서 구제금융 프로그램이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는 지금의 연합정부가 붕괴되면 포르투갈이 제2의 그리스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은 포르투갈이 지난 2011년부터 실시한 부채감축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연립정부는 재정지출을 줄이고 노동시장을 개혁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포르투갈 정치불안..유로존 채권·증시 '흔들'
 
포르투갈 정국불안 소식에 포르투갈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이날 장중 8.03%까지 솟구쳤다. 이는 2012년 11월 이후 최고치로, 금리 7% 이상은 채무 상환이 어렵다고 여겨지는 구간이다.
 
◇포르투갈 10년물 국채 추이 <사진제공=investing.com>
 
지난 2일(현지시간) 재무장관 사임 소식에 포르투갈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전 거래일보다 12bp 급등한 6.52%를 기록하더니 포르타스 외무장관의 사표제출 소식에 6.72% 더 뛰었고, 급기야 8%대를 넘어선 것이다.
 
증시도 폭락했다. 이날 포르투갈 PSI20 지수는 5.53% 하락하며 지난 2011년 8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포르투갈 정치권 소식은 주변 유럽국 증시•채권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유럽 주요국 3대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3일(현지시간) 영국 FTSE100지수는 1.2% 내려갔고 독일 DAX지수와 프랑스 CAC40지수도 각각 1.5%가량 떨어졌다
  
◇그리스·스페인 국채금리 <사진제공=investing.com>
 
유로존 부채국들의 채권시장도 흔들렸다. 장중 스페인 국채 10년물은 14bp 포인트 오른 4.73%를, 그리스 10년물은 34bp 포인트 상승한 11.1%를 각각 기록했다.
 
랜돌프 IHS글로벌인사이트 분석가는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유로존 국가들이 경제회복과 노동시장 개혁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며 "유로존 경제상황은 전반적으로 여전히 어렵다"고 말했다.
 
◇유로존 위기 고개드나
 
포르투갈 내각이 해산될 지경에 놓이게 되고 시장의 불확실성이 짙어지자 유로존 위기설이 재 부각되기 시작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리메릴린치는 "채권금리가 올라가고 정치권 불확실성이 커지자 내년 포르투갈 경제가 여전히 회복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불거졌다"며 "추가 구제금융이 필요할지 모른다는 불안감마저 감돌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포르투갈과 함께 그리스 재정 문제가 점점 부각되고 있어 유로존 위기설이 힘을 얻고 있다.
 
현재 그리스는 구제금융을 제공받기 위해 트로이카 채권단과 공공분야 구조개혁을 놓고 옥신각신하는 중이나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트로이카가 그리스 정부에 3일 안에 1만2500명의 공무원 인원을 감원하거나 재배치하지 않으면 구제금융 지급을 보류할 것이라고 압박하고 있다.
 
그리스는 오는 8월이면 22억유로 규모 채권의 만기를 맞는다. 때문에 그리스 정부는 트로이카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이고 구제금융을 따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그리스가 공공분야 개혁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협상이 이루어질지는 미지수다.
 
이런 가운데 오는 4일(현지시간) 열리는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에서 장기대출프로그램 확대, 마이너스예금금리 시행 등 특단의 조치가 취해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양한 전망이 나온 가운데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ECB가 기준금리를 현 0.5%로 동결하는 등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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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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