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승원기자] 지난해와 달리 올해 상반기에는 신용등급이 추락한 기업들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내외 경기가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기업들의 신용등급 양극화도 심화되고 있다.
여기에 신용등급이 추락한 기업들의 경우 업황 부진이 지속되면서 추가적인 하락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상반기 신용등급 하락이 더 많아
4일 국내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신용평가사들이 정기평가를 한 결과 올해 상반기 신용등급이 하향된 기업이 상향된 기업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등급전망(아웃룩) 역시 내려간 기업이 오른 기업보다 많았다.
올해 상반기 한국기업평가가 신용등급을 조정한 기업 가운데 회사채 기준으로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된 기업은 21개로 상향 조정된 19개보다 많았다. 신용등급전망이 하향 조정된 기업은 17개나 됐다.
한국신용평가 역시 상반기 신용등급이나 신용등급전망을 내린 기업은 38개로 상향한 21개보의 2배에 달했고, 나이스신용평가도 69개 기운 중 약 40개의 신용등급과 신용등급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박정호 동부증권 채권전략팀장은 "올해 상반기 신용등급이 하락한 기업수가 더 많아진 것은 기업의 현금창출력과 재무구조 저하와 함께 이전에 비해 보수화된 신용평가사의 태도 변화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상반기 건설·조선·해운업 위주 강등..경기에 민감하지 않은 업종 상향
무엇보다 상반기에는 신용등급간, 업종간 양극화가 심화됐다. 신용등급 A 이상인 기업의 70% 이상이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된 반면, BBB 등급 이하 기업의 신용등급은 하향 조정됐다.
또한, 경기에 민감하지 않거나 시장 지배력이 강한 우량 기업들의 신용등급은 상향 조정된 반면, 건설, 조선, 해운 등 업황 부진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된 기업들의 신용등급의 추락이 두드러졌다.
실제로 한국기업평가가 신용등급을 올린 기업은
대상(001680), SK텔링크,
SK하이닉스(000660),
LG유플러스(032640), 우리에프앤아이,
현대차(005380) 등 우량 기업이다. 반면, 신용등급을 내린 기업은 SK해운,
계룡건설(013580), SK건설,
GS건설(006360),
현대상선(011200) 등 대부분 부진한 업황에 속한 기업들이다.
한국신용평가도
쌍용건설(012650),
한진해운(117930),
현대산업(012630),
현대상선(011200),
GS건설(006360), SK건설, SK해운,
STX조선해양(067250)의 신용등급을 강등했고,
대상(001680), SK텔링크,
SK하이닉스(000660), 우리에프앤아이,
현대차(005380) 등의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했다. 나이스신용평가 역시 건설, 조선, 해운사들의 신용등급을 내렸다.
최형욱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지난 2008년 리먼사태 이후 4~5년간 건설, 해운, 조선업황 부진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해당 업종에 속한 기업들은 대기업, 중견기업 할 것 없이 부실화되면서 신용등급이 낮아지는 추세"라며 "반면, 경기 위기나 시장지배력이 강화된 우량한 기업들은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됐다"고 설명했다.
조원무 한국기업평가 전문위원도 "조선, 해운, 건설 등의 업황의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해당 업종에 속한 기업들의 실적이 안 좋아졌다"며 "실적이 나빠지면서 채무를 갚을 여력도 떨어진 점이 신용등급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했다.
◇하반기 건설·조선·해운업 여전히 '암울'..IT·관광업 '화창
하반기 국내 기업들의 신용등급 역시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대체로 어둡다는 게 관련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경기 침체로 부진한 업황의 턴어라운드가 요연하면서 기업들의 현금 창충력 악화로 재무적 압박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특히, 건설, 조선, 해운업종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은 비관적이다.
조 전문위원은 "연초에 산업별 신용등급전망이라고 해서 30여개 산업의 방향성을 제시했는데 그 때 제시한 시각을 크게 바꾼 것은 없다"며 "조선이나 해운업은 계속해서 침제될 것으로 예상되고, 유통도 규제 리스크의 본격화로 실적 둔화가 진행되는데다 철강, 화학 역시 불황기로 진입하는 과정"이라고 진단했다.
김민정 KDB대우증권 연구위원도 "운송, 해운, 건설, 철강은 유동성 리스크로 상반기 이후 더 부진할 것"이라며 "이미 신용등급에 반영된 부분이 있지만, 등급과 별게로 시장에서의 금리와 스프레드가 더 약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최 연구위원 역시 "건설, 조선, 해운은 업황이 가시적으로 턴어라운드할 기미를 안 보이면서 해당 업종에 속한 기업들이 재무적인 압박으로 등급이 내려갈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정보통신(IT)와 호텔 등 관광과 관련된 업종에 속한 기업들의 신용등급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라는 진단이다.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등 IT 업종은
삼성전자(005930)의 휴대폰이, 관광의 경우에는 외국인 관광객 수 증가에 따른 수혜로 신용등급 상향 가능성이 있다는 것.
최 연구위원은 "삼성전자의 휴대폰 호조로 관련 부붐을 납품하는 전자소재 기업의 경우에는 대기업, 중소기업할 것이 없이 수혜가 예상된다"며 "반도체나 디스플레이도 하반기에는 업황이 좀 더 나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조 전문위원도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등 IT의 업황은 회복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따른 수급 효과로 호텔 등 관광과 관련된 기업의 신용등급은 괜찮을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