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연기자] 지난 6월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은 14거래일 연속 매도행진을 펼치며 13개월래 최장 기간, 5년래 최대 규모 매도세를 기록했다. 최근 시장 흐름을 확연히 주도하고 있는 외국인, 이들의 매도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시됐다.
외국인 순매도는 올 상반기에만 10조원 가량을 기록했다. 이 중에는 '뱅가드 펀드 벤치마크 지수변경'에 의한 기계적인 물량 출회도 포함돼 있지만 이 역시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 비중 축소의 일환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남룡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외국인 매도세의 원인에 대해 "아베노믹스에 따라 일본 증시의 상대적 매력이 부각됐고, 미국의 양적완화 조기종료 이슈가 불거진데다 최근 중국의 경착륙 우려까지 겹쳤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이 연구원은 "올해 국내 증시에서의 외국인 매도 규모를 가늠하기 위해서는 어느 구간에서 유입된 자금이 유출될 것인지를 파악해야 한다"며 "결국 미국의 양적완화 효과가 본격화되면서 신흥시장으로 자금이 몰렸던 지난해 유입된 16조8000억원 규모의 자금이 올해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자료제공 = Dataguide)
이 자금이 모두 이탈한다는 가정을 했을 때, 외국인이 올 상반기 이미 10조원 규모의 순매도를 했으므로 하반기에는 대략 6조8000억원 수준의 추가 물량을 팔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김지형 한양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수급 불규칙이 지속되고 있다"며 "외국인 투자가들이 현물과 선물에서 매수와 매도를 반복하며 방향성보다는 단기성향이 강한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글로벌 매크로 상황에 따라 시장에 변동성이 생기더라도 달러 선호 현상이 강해지면서 신흥국 시장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순매도 위주의 큰 틀이 변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 경우 연기금이 올 하반기 9조원 가량의 자금을 주식시장에 집행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 수급은 2조2000억원 수준의 매수 우위로 점쳐볼 수 있다.
이남룡 연구원은 "저가 분할매수 전략을 구사하는 연기금이 지수 상승을 견인하기는 어렵겠지만 외국인의 매도 자금을 흡수하며 코스피의 하방 경직성은 충분히 확보해 줄 것"이라며 "추가적인 돌발 악재가 발생하지 않는 한 코스피는 지난 6월 장중 형성했던 1770p를 의미 있는 지수 하단으로 설정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