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매출 57조원, 영업이익 9조5000억원.
삼성전자가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냈음에도 시장 반응은 심드렁하다. 시장 기대치(10조2000억원)를 밑돌았기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시장의 한계에 부딪힌 삼성전자에게 더 이상의 성장 모멘텀을 찾기 어렵다는 게 우려의 본질로 보인다.
진앙은 JP모간이었다. JP모간은 지난달 6일(현지시간) 삼성전자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을 9조7250억원으로 전망했다. 국내 증권사 26곳이 예상한 10조2000억원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 더 큰 문제는 보고서 내용이었다. JP모간은 삼성전자 실적을 이끌고 있는 스마트폰의 부진을 예상하며 목표주가를 기존 210만원에서 190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충격은 곧바로 시장에 전해졌다. 보고서가 나온 다음날 삼성전자 주가는 6.18% 급락했다. 이후 외국인의 매도세가 끊이질 않으면서 150만원대를 유지하던 삼성전자 주가는 120만원대까지 추락했다. 가히 쇼크로 불릴 만 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도 가세했다. 피치는 삼성전자의 혁신에 의문을 제기하며 당분간 신용등급을 올릴 계획이 없다고 발표했다. JP모간 역시 시장에 난무하던 장밋빛 전망을 뒤엎은 근거로 혁신의 부재를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애플이 아니라는 얘기였다.
국내 증권사들이 반격에 나섰다. “과도한 우려”로 치부, 주가 방어에 나섰지만 외국인들의 매도 공세를 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일각에서는 외국계 세력의 ‘대형작전’으로까지 몰고 갔지만 5일 삼성전자가 내놓은 2분기 잠정실적 앞에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 JP모간이 옳았다.
문제는 앞으로다. JP모간을 필두로 USB 등 외국 대형 증권사들이 삼성전자 미래를 어둡게 본 것은 창조자로서의 한계를 직시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소니에 이어 애플까지 뒤쫓던 패스트 팔로어 전략은 성공했지만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낼 창조자로서의 역량은 아직 부족하다고 본 것이다.
실제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70% 가량을 차지하는 스마트폰 시대를 열어젖힌 이는 다름 아닌 애플이었다. 애플이 만든 엘도라도(신대륙)에서 1위로 올라설 만큼 삼성전자의 추격 능력은 탁월했지만, 새로운 ‘무엇’을 내놓기에는 이르지 못했다. 운도 따랐다. 애플의 자충수(특허소송) 덕에 삼성은 손쉽게 양강 구도로 진입할 수 있었다.
대신 삼성전자는 ‘초격차’(超隔差) 전략을 내놨다. 기술력, 생산력, 마케팅 3박자를 고루 갖춘 터라 그 힘으로 2위권 주자들을 멀찍이 따돌리고 1위 자리를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가능한 듯 보인다. 소니 등 일본 기업들이 군림하던 TV 시장을 이미 손 안에 쥐었다. 스마트폰 시장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시장은 이내 한계에 직면한다. 스마트폰 또한 초기 폭발적 수요가 잠잠해지더니 이제 포화 상태로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100만원대 고가의 스마트폰에 열광하지 않는다. 장시간의 정체 국면을 지나 하향세로 진입할 수밖에 없게 됐다. 혁신을 상실한 시장에 대한 당연한 반응이다.
이에 대한 삼성만의 대안이 없다. 시장 1위는 유지할 수 있겠지만 또 다른 수요를 만들어 낼 능력은 아직 찾아보기 힘들다. 초격차 전략의 한계다. 이는 TV를 앞세운 CE사업부의 영업이익률(1분기 2.05%)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세계시장 1위를 7년 연속 수성했지만, 포화된 시장을 대체할 새로운 무엇을 내놓지는 못했다.
스마트폰에 편중된 이익구조. 혁신의 부재. 그리고 창조자로서의 한계. 이는 곧 삼성전자의 향후 실적(영업이익률)을 비관적으로 전망할 수밖에 없게 하는 이유다. 동시에 삼성전자가 패스트 팔로어(추격자)를 넘어 퍼스트 무버(선도자)로 비약해야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킬 '유일한 대안'. 삼성전자가 풀어야 할 절박한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