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 최재원 부회장(왼쪽)
[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최태원
SK(003600)그룹 회장이 법원에 제출한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과 총수 형제'간의 녹취록이 최 회장의 유무죄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9일 서울고법 형사합의4부(재판장 문용선)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검찰은 "최 회장 측 변호인이 제출한 녹취록의 일부는 유죄를 입증하는 증거로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김 전 고문과 최 회장 간의 녹취내용을 보면 '김준홍 전 베넥스 대표와 김 전 고문간의 개인거래'라는 변호인의 주장보다는, 오히려 최 회장의 '선지급 결정' 관여 사실을 입증하는데 유리하다는게 검찰의 주장이다. 이에 재판부는 녹취록 내용을 증거로 채택했다.
재판부는 '김 전 고문과 최 회장·부회장·김 전 대표' 세사람 간의 대화가 녹음된 내용을 오는 11일 법정에서 직접 들어보고, 검찰·변호인과 함께 분석작업을 벌일 예정이다.
이 같이 새로 제출된 녹취록에 대한 증거조사 기일이 길어지면서, 당초 11일로 예정됐던 최 회장 등에 대한 피고인 신문 일정은 오는 15일쯤 이달 중순 경에 이뤄질 전망이다.
이날 김 전 대표는 "김 전 고문과 최 회장간의 녹취록 내용에 따르면 증인이 2008년 10월 27일 최 회장을 만나 펀드 선지급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빨리 해달라고 닥달한 것으로 나오는데, 실제 그런 것인가"라는 재판부의 질문에 "그렇지 않다. 27일에 최 회장을 만나 뵙고, 최 회장으로부터 'SK텔레콤에 말해 놨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이에 재판부가 "김 전 대표의 증인신문을 들으면, 양파껍질 벗기듯 계속 나온다"며 "SK텔레콤에 말해 놨다는 게 무슨 의미인가"라고 묻자, 김 전 대표는 "펀드 선지급이 진행되려면 SK텔레콤에서 연락이 와야 한다"며 "(SK텔레콤)을 찾아가보던지, 기다리던지 하라고 기별을 준 것으로 이해했다. 실제 다음날 조 상무 측으로부터 연락이 왔다"고 답변했다.
재판부는 김 전 대표에게 '최 부회장의 펀드 선지급 관여' 여부를 질문한데 대해 최 부회장 측 변호인이 반박하자, "내 생각에 최 부회장은 행동대장"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이날 재판부는 1심 재판부가 최 회장의 유죄 근거로 삼은 '펀드의 비정상성'을 언급했다.
재판부는 "진행한 경험이 있는 다른 펀드에서도 선지급을 받은 사례가 있냐"고 물었고, 김 전 대표는 "그런 적 없다. SK그룹의 펀드 선지급 결정은 이례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판부는 "최 회장 측은 녹취록 내용을 인용해 '김 전 고문이 증인을 위해 생색낼 게 있어서 그런 것 같다'는 취지로 주장한다"면서 "그렇다면 최 회장 측은 우여곡절 끝에 난리를 쳐서 유례 없는 펀드 선지급금을 이틀만에, 그리고 나흘 만에 만들었고 또 그후 SK계열사로부터도 선지급금이 동원됐다. 이런 것들이 김 전 고문이 증인에게 뭔가 생색낼게 있어서 그런 것인가"라고 물었고, 이에 김 전 대표는 "그런 것 없다"고 말했다.
또 재판부는 "녹취록에 따르면 김 전 고문과 최 부회장은 '김 전 대표가 최 회장 형제랑 김 전 고문을 물고 늘어지고, 심지어 파렴치한 사람'인 것으로 비유하고 있다. 또 최 회장은 김 전 대표를 '맨 밑에 심부름한 걔가'라는 표현으로 말할 정도"라며 "과연 누군가는 증인에게 생색내고 또 누구는 난리를 치는게 세 사람과 증인간의 관계 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김 전 대표는 "아니다. 그렇지 않다"고 짧게 답변했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김 전 대표에게 "사건의 실체적 진실과 관련해 재판부에 말하지 않은 이야기가 있다면, 다음 기일까지 문서로 작성해 법원에 접수시켜달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재판부에 말하지 않았지만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필요한 것, 최 회장에게 인간적으로 미안해서 말 안한 내용, 굳이 재판장이 안물어봐서 말하지 않은 내용이 있다면 사소한 것이라도 좋으니 문서로 작성해 다음 기일까지 제출하라"며 "만약 새로운 사실 있으면 김 전 대표에 대한 증인신문을 통해서 법정에서 증거로 현출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 전 대표 측 변호인은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는게 너무 추상적"이라고 반문했고, 최 회장 측 변호인은 "김 전 대표가 재판부에서 말한 내용에 대한 답변서를 안내면 또 우리와 작당했다고 의심할까봐 답답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날 최 회장 측은 재판부에 '수사과정과 1심에서 펀드 선지급 관여 사실을 부인하고 사실대로 말하지 못한 이유, 수사대응에 관한 잘못된 인식, 밝히기 싫었던 김 전 고문과의 관계, 잘못된 생각과 잘못된 선택'에 대한 그동안의 재판 소회를 담은 내용을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