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새누리당이 김현·진선미 민주당 의원 제척을 요구하면서 국회 국가정보원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표류하고 있다. 10일로 예정됐던 국정조사 실시계획서 채택도 물 건너간 분위기다.
국조특위 여당 간사인 권선동 의원은 이날 야당 간사인 정청래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김현, 진선미 의원 교체 전에는 일정에 합의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못을 박았다.
두 의원 제척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문제로 두 의원이 특위에서 빠지지 않는다면 국정원 국정조사를 실시할 수 없다는 입장을 천명한 셈이다.
그러자 김현, 진선미 의원은 함께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새누리당의 제척 요구는 국조를 무력화하기 위한 시도라는 게 두 의원의 생각이다.
이처럼 양측이 첨예하고 대립하면서 이명박 정부 시절 대선은 물론 국내정치 전반에 관여한 것으로 드러난 국정원에 대한 국조는 시작부터 판이 엎어질 위기에 놓였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새누리당이 두 의원 제척 카드를 꺼낸 채 미동도 하지 않는 것은 적반하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새누리당이 국조를 흔들면서까지 제척을 언급할 자격이 되느냐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제척이란 "공정한 재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특정한 사건의 당사자 또는 사건의 내용과 특수한 관계를 가진 법관 등을 그 직무의 집행에서 배제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새누리당은 자신들이 인권유린이 벌어졌다고 주장하는 국정원 여직원 감금 사건으로 두 의원이 검찰에 고발된 상태고, 여야가 국조를 합의하면서 그 사건도 조사키로 했으니 두 의원은 국조의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라 특위 참여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이 논리에 따른다면 국정원의 대선 및 정치 개입에 따른 수혜자인 새누리당은 전체가 이해당사자로서 제척대상이 된다. 새누리당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도움을 준 국정원을 객관적으로 추궁해 진실을 밝힐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원세훈 국정원의 댓글 여론조작 활동으로 어떤 형태로든 이득을 봤고, 결과적으로 문재인 의원과 야권은 정권교체에 실패해 피해를 입었다.
더욱이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 대통령을 뽑은 국민들은 국정원의 개입으로 대선이 심각한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면서 주권이 짓밟히는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상황이다.
심지어 국정원 뿐만 아니라 경찰은 대선 사흘 전 심야에 가진 브리핑에서 "댓글의 흔적을 찾지 못했다"고 거짓 발표해 민주당을 '무고범'으로 만들면서 표심이 급격히 새누리당으로 쏠리게 했다. 국정원 국조가 국민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실시돼야 하는 이유다.
국정원이 자행한 사상 초유의 국기문란 행위로 인해 가장 이득을 본 당사자인 새누리당의 '몽니'로 국정조사가 좌초 위기에 처하고 있다.
사퇴를 거부한 김현·진선미 의원은 기자회견 직후 이같은 결정이 민주당 지도부와도 논의가 된 것이라 전했다. 제척 시비로 국정원 국조가 지리한 여야의 대치 국면이 전개되는 가운데 이 문제가 어떻게 돌파구를 찾을지 주목된다.
(사진=김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