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 "국민들로부터 대표팀 신뢰 찾겠다"

입력 : 2013-07-11 오후 4:59:05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왼쪽에서 두 번째)이 기자회견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준혁 기자)
 
[파주NFC=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화려하게 돌아온 홍명보 감독이 2013 동아시아축구연맹컵(동아시안컵)에 나설 대표팀 명단을 발표했다.
 
홍명보 감독은 11일 파주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오는 20~28일 열릴 2013 동아시안컵에 나설 선수 23명을 공개했다. 
 
홍 감독은 "예비엔트리 40명 안에 있던 선수들 중에서, 좋은 경기력과 눈앞에 비쳐지는 오는 동아시안컵 대비보다는 1년 후에 좋은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을 위주로 선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떤 선수에겐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고 어떤 선수에게는 몇 번의 기회가 더 갈 수 있다"면서 "기존 선수들도 긴장해야 하고, 모두 제로(0) 선상에서 같이 시작한다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홍 감독은 "동아시안컵은 대표팀이 잃어버린 신뢰를 다시 찾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이왕이면 결과와 내용이 모두 좋아야겠지만 매 경기 투혼을 발휘해서 국민들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홍 감독과의 일문일답.
 
-선수 선발 기준은.
 
▲(기술위원회 선정 예비엔트리) 40명 안에 있던 선수들 중에서, 좋은 경기력과 눈앞에 비쳐지는 오는 동아시안컵 대비보다는 1년 후에 좋은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을 위주로 선발했다
 
-기성용에 대한 홍 감독 입장은.
 
▲협회의 결정은 기성용의 잘못에 대해서 책임과 용서를 구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성용은 한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로 스승에 대해 적절치 못한 행동을 했다고 생각한다. 대표팀 감독이 아니라 축구계 선배로서 앞으로 기성용은 바깥 세상과의 소통보다 부족한 본인의 내면 공간을 넓히길 바란다.
 
협회의 엄중 경고 조치와 대표팀 감독으로서의 향후 기성용 선발 원칙은 별개다. 제가 밝힌 '원 팀'(One Team)에 입각해서 판단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선수 기량은 여러 가지 선수 선발의 기준 중 하나다. 기성용은 이번 축구협회의 엄중 경고 조치에 대해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옐로 카드가 축구에서 어떤 의미인지 잘 판단해야 한다. 앞으로 기성용을 주의 깊게 관찰할 것이다.
 
-동아시안컵 명단 중 A매치 10경기 이상 뛴 선수가 4명 밖에 없다. A대표팀에 첫 발탁된 선수가 6명이다. 브라질 월드컵을 대비해 젊은 선수로 꾸렸나. 앞으로도 젊은 선수 위주로 엔트리를 꾸려갈 것인가.
 
▲나는 기본적으로 젊은 선수와 노장 선수를 나눠서 평가하지 않는다. 해외파와 국내파도 마찬가지다. 브라질 월드컵에 잘할 수 있는지 평가할 것이다. 지금 좋은 경기력과 1년 뒤 얼만큼 성장할 수 있는지를.
 
몇몇 선수를 빼고 나와는 짧게 1년, 길게 3년 전부터 생활했다. 그 과정에서 어느 정도 성장했는지 봤고 1년 후 어떻게 성장할지 예측할 수 있다. 
 
어떤 선수에게는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 있다. 어떤 선수에게는 몇 번의 기회가 갈 수 있다. 선수의 선발 기준에는 기량, 정신이 포함된다.
 
경쟁은 시작됐다. 팀에 들어오지 못한 선수들도 이 선수들이 얼마만큼 성장할 지 예측하지 못할 것이다. 모두 긴장해야하고 제로 선상에서 같이 시작해야 한다.
 
-앞으로 노장 선수에게도 기회 갈 수 있나.
 
▲노장이라서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니라 좋은 경기력을 보이면 언제든지 기회를 줄 생각이다. 기본적으로 월드컵 진출에 공이 있는 모든 선수들을 존중한다.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다면 대표팀에 불러 함께할 것이다.
 
-다음 주 첫 소집 때 선수들에게 주문하고 싶은 것은.
 
▲제가 2주 전에 이 자리에서 언급했던 게 변화라는 부분이다. 그 안에는 모든 것이 포함된다. 개인적으로 어떤 선수에게 어떤 주문을 했는지는 이 자리에서 밝힐 수 없다. 우리 선수들은 아마 소집날 첫 발걸음부터 변화가 시작될 것이다. 선수들이 지금까지 어떤 상황이 일어날지 모르겠지만, 17, 18일부터 변화된 마음 갖고 들어오지 않으면 어려움이 예상될거라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인가. 규율적인 부분인가.
 
▲기본적으로 밖으로 보여지는 팀 규율보다 실제 내부에서의 규율이 서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첫 번째로 옷을 잘 갖춰 입고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예전에 대표팀의 감독이 아닌 시절 옆에서 지켜봤을 때 티셔츠를 입고, 모자를 쓰고, 찢어진 청바지 입고 선수들이 파주로 들어오는 것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올림픽 감독 때 시도하려 했는데 당시에는 선수들이 옷이 없다고 해서 이해를 했다. (웃음).
 
선수들이 수입도 적고 양복을 사는 데 어려움이 있어 양보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상황이니 선수들이 이왕이면 깨끗하고 간결하게 옷을 입고 왔으면 좋겠다. 파주에 들어오면서 우리 선수들이 정문부터 어떤 마음가짐으로 들어오게 됐는지 생각하고 들어와야 한다.
 
-이케다 세이코 피지컬 코치가 아직 합류하지 않았다. 또 8월 페루와의 평가전이 유럽파 시즌 개막과 맞물려 있는데 해외파를 소집할 것인가.
 
▲이케다 코치는 지금 계약돼 있기 때문에(중국 항저우 구단과 계약된 상태) 계약을 해지하면서 데려올 수는 없다. 다만 파트타임 형식으로 와서 도와줄 것이다. 올 시즌이 끝나면 합류할 수 있을 것 같다.
 
페루전이 치러지는 8월14일은 모든 선수가 시즌을 준비할 때다. 선수들이 좋은 컨디션으로 시즌을 시작하면 좋겠다. 이유는 얼마만큼 좋은 컨디션과 리듬을 가지고 시즌을 시작 하는 것이 내년 5월 어떤 상태로 시즌을 마치는 것과 연관이 있다.
 
합법적으로 소집할 수 있는 기간이니 정말 필요한 선수가 있다면 먼저 커뮤니케이션을 하겠다. 필요한 한두 선수가 있다면 서로 커뮤니케이션하고 접촉하겠다.
 
지금 100% 확신을 가지고 있는 것은 없다. 동아시안컵을 마치고 난 후 코칭스태프와 다음 준비를 위해 무엇을 준비할지 상의하겠다.
 
◇홍명보 감독(왼쪽에서 두 번째)이 기자회견 후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이준혁 기자)
 
-염기훈을 보면 대표팀에서 활약해온 선수다. 활약해온 선수 중 뽑힌 선수도 있고 아닌 선수도 있는 것 같다. 검증이 더 필요한 것인가.
 
▲대표팀의 다른 선수는 저와 오래 같이 있어 특별히 문제가 없다. 하지만 염기훈은 저와 헤어진지 오래됐다. 염기훈은 우리 공격진에 각종 밸런스와 경험 등에서 뛰어난 부분이 있다고 본다. 염기훈의 최근 경기를 체크한 결과 컨디션이 나쁘지 않았다. 팀에 어린 선수가 많다. 그렇기에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나는 판단했다.
 
-동아시안컵에 참가하는 다른 국가들은 결과보다 내용에 포커스를 맞추고 준비하는 것 같다. 동아시안컵에서 포커스를 어디에 맞추고 있나.
 
▲동아시안컵은 우리에게 결과와 내용 모두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국민들에게 잃어버린 신뢰를 찾는 것이다. 매 경기 투혼을 발휘해서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결과를 예측하지는 못하나, 최고의 결과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주장이 누가 될지 궁금하다. 한일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다.
 
▲주장 선임은 아직 생각 안 했다. 한일전은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어떤 경기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한일전이기 때문에 특별하게 새로운 것을 준비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 세 경기, 일본이든 중국이든 호주든 혼을 다해서 경기를 치를 것이다.
 
-지금까지 보면 홍명보 체제에서 주장의 역할이 적지 않았고 홍 감독도 대표팀에서 주장으로서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아무래도 주장은 중요한 역할을 하고 그만큼 책임이 있는 자리다. 하지만 주장한테 너무 많은 책임감을 주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제가 해보니까 별로 바람직하지 않았던 것 같다. 얼마만큼 리더십이 있느냐, 어떤 리더십이냐. 코칭 스태프와 잘 판단해 주장 선임하겠다. 어제까지 명단 선정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주장 문제도 코칭스태프와 판단해 심도있게 고민할 생각이다.
 
-최근 최강희 전 대표팀 감독과 만났다. 최 감독이 무슨 조언을 해줬나?
 
▲최 감독님은 대표팀 선임자라 예우를 갖추고 고생에 대한 감사의 말도 드렸다. 오랫동안 팀을 이끄셨기 때문에 몇몇 선수 그리고 대표팀 흘러가는 방향에 대해서 조언을 들었다. 첫번째 공식 업무는 전임자에 대한 예우를 갖추는게 중요했다. 몇가지 이야기를 나눴는데 
 
대표팀 감독으로서 제일 먼저 해야 할 첫 공식 업무는 전임자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일을 하기 전에 최 감독께 인사 드렸다.
 
특별히 지금 밖에서 보는 시선과 다르게 심각하지 않다는 말씀을 들었다. 좋은 조언을 많이 들었다.
 
-8월에는 페루와, 9월에는 이란과 경기가 있다. 그때 기성용을 선발할 것인가?
 
▲이 자리에서 기성용을 선발 한다, 안 한다 말하기 어렵다. 다만 지금부터 주의 깊게 관찰하겠다.
 
-첫 기자회견 때 우리나라 젊은 선수들이 외국 생활이 많아져 지도자들도 그 선수들을 컨트롤 하는 것을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자세 , 복장, 전임 감독에 대한 예우 등을 강조하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기성용만의 문제가 아니라 선수들 마음가짐 자세 문제 같다. 요즘 국가대표에 대한 생각이 변했다고 느끼나.
  
▲아무래도 많은 분들이 그런부분 지적했다. 나도 충분히 공감간다. 자꾸 이렇게 언론에 나오면서 대표팀 위상이 추락된게 사실이다. 사실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지만, 언론에서 지적한다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
 
또 한 가지는 우리나라 축구가 모든 분야에서 너무 가벼워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기자분들 역할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말로 이 팀이 어떤 전술을 사용하고, 감독이 좋아하는 선수는 어떤 타입이고, 미드필더 몇명을 운영하는지, 스트라이커는 어떤 스트라이커를 원하는지. 불필요한 가십에 열광하고 초점이 맞춰졌다.
 
저 역시도 책임감 갖고 변할거다. 송구스런 말씀이지만 변화에 기자분들도 동참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번 대표팀 소집기간이 3일밖에 되지 않는다. 3일이란 시간에 조직력 만들어낼 수 있나. 앞으로 K리그와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
 
▲선수 소집, 차출 기간 등에 대해 옆에서 지켜봐 왔다. 대표팀 감독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대표팀 감독하신분들 불만 가진게 사실이다. 난 8년 간 대표팀 소속으로 일했다. 내 입에서 그런 이야기 나오는건 시간을 역주행하는거다. 대표팀이 시간이 없어서 아무것도 못했다는 말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3일의 소집 기간에 조직력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지만 할 것이다. 실제 제 논문 제목이 '48시간 매니지먼트'였다. 경험, 매뉴얼 등을 통해 만들어내야 한다. K리그도 중요한 시기고 대표팀도 중요한 시기다. K리그가 잘 되지 않으면 우리 팀도 잘될 수 없다. 원칙에서 협의하며 팀을 꾸려나갈 것이다.
 
◇박건하 코치, 홍명보 감독, 김태영 코치, 김봉수 코치(왼쪽부터)가 기자회견을 마치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이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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