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학 농구 국가대표팀 감독. (사진=이준혁 기자)
[인천국제공항=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스페인 남자 농구월드컵 진출 가능성? 50%"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남자 농구대표팀이 1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윌리엄존스컵 국제 농구대회에서 3위를 했지만, 장신 센터에게 고전하는 등 많은 취약점도 노출했다.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제도 들고 온 셈이다.
귀국 하루 전인 14일 유재학 감독은 예비엔트리 24명중 최종 12명의 국가대표 명단을 확정지었다. 문태영과 박찬희, 최부경 등이 물러나고 이승준과 최준용, 문성곤이 합류한다.
이날 공항 입국장에서 기자들과 만난 유 감독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어제 경기 끝나고 식사하고 선수들에게 이야기했다. 덤덤하더라. (문)태영이는 자기가 그런 분위기라는걸 알더라. 찬희와 부경이는 아쉬운 눈치였다"고 전했다.
이어 "장신센터가 있는 팀에 우리 선수들이 버티질 못한다. 힘에서 밀려난다. 한국농구의 현실이고 숙제다. 그걸 어떻게 푸느냐도 아직 답이 없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14일 한국에 패배를 안긴 대만은 귀화선수 퀸시 데이비스(206㎝)가 있다. NBA출신의 이란 간판센터 하메드 하다디의 신장도 2m가 넘는다.
한국에 패배를 준 이들 장신 센터는 각 26점 17리바운드, 34점 15리바운드 등을 퍼부었다. 한국도 2m 이상의 장신 센터가 있긴 했지만 팀과 테크닉에서 열세였다.
유 감독은 "다들 귀화선수가 있다. 레바논에도 218㎝짜리 선수(로렌 우즈)가 있고 일본, 필리핀에도 큰 선수가 있다. 거의 대부분 국가에 크고 힘 좋은 선수가 버티고 있다"며 "포스트 업을 하지 않아도 막 밀고 들어오는 걸 우리 선수들이 못 막는다"고 말했다. 한국의 높이가 아시아권 내에서조차 밀린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결국 장신 선수 위주 발탁이 이뤄졌다. 귀화혼혈 선수로 이승준을 선택한 것도, 대학생 포워드 최준용과 문성곤의 합류도 이같은 '골밑 강화'의 극대화를 위함이다.
유 감독은 "(이)승준이는 대표팀 생활을 해봐서 적응을 잘 하는데 (문)태영이는 대표팀 적응부터 생활까지 전체적으로 붕 떠있더라. 생각이 많고 따라만 하다보니 자기 농구 자체를 잊어버렸다. 공이 떨어지는 낙하 지점도 모르고 멍한 상태에서 뛰다 왔다. 급기야 대회 중간에 미안하다는 말을 하더라"고 밝혔다.
이어 "예비엔트리 24명에 뽑힌 선수만 (최종 명단에) 고를 수 있다. (최)준용이는 나중에 내가 넣어달라고 했다. 큰 기대는 안 한다"고 말했다.
박찬희를 떨어뜨린 이유에 대해서는 "싱대 포워드라인이 다 2m였다. 아무리 조성민과 김민구가 상대를 밀어내려고 해도 공격 리바운드를 허용했다. 가드 6명을 돌렸는데 5명도 충분했다. (김)태술이와 (박)찬희가 색깔이 비슷하다. 슛률 등을 다 종합하니 (박)찬희가 제일 떨어졌다"면서 고민한 모습을 비쳤다.
유 감독은 현 시점에서 장신자 수비에 대한 비법을 묻는 질문에 대해선 "방법은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다만 "그 데미지를 줄일 순 있다. 센터가 볼을 잡지 못하게 하는 방법을 연습해야 한다. 또 아예 골밑 안쪽까지 들어가게 해서 밖으로 튀어나오는 볼을 못 잡도록 하는 방법 등을 준비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장신자 수비가 어려운 상황에서 유 감독은 타 방법으로 방법을 찾을 것임을 시사했다. 유 감독은 "2주 남았는데 그 덩어리들을 이기겠다고 무작정 용을 써봐야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하면서 "자유투 성공률을 높이고 상대에게 자유투를 적게 내줘야 한다. 손목을 자꾸 쳐서 파울이 나왔다. 패턴에서의 움직임 정확성도 높여야 한다. 실책도 줄여야 한다. 이런 방식으로 10점 정도를 극복 가능하다"고 했다. 한국 농구의 아픈 자화상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유 감독은 한국 농구의 고질적인 과제로 꼽히는 스카우트 문제도 짧게 지적해 현장에 나온 취재진들의 많은 관심을 모았다. 유 감독은 "상대 귀화선수에 대해 현장에 가서 알았다"고 말하며 "앞으로 전문적으로 상대팀을 분석하는 스카우터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유 감독은 전술은 얼마나 보여줬냐는 물음에는 "전술에 있어 잠깐씩은 다 써봤다. 지기는 싫어서 한 번씩 다 썼다. 많이는 안 했지만, 더 써본 것도 있다"고 말했고, 내년 스페인 남자 농구월드컵에 진출 확률은 얼마나 될 것 같냐는 질문에는 잠시 생각하더니 이내 "50%"라고 답했다.
한국이 스페인 농구월드컵에 진출하려면 다음달 열릴 아시아선수권에서 상위 3위 안에 들어야 한다. 하지만 상대는 아시아 최강인 중국을 비롯 이란, 대만, 레바논, 필리핀, 요르단 등 쉬운 팀이 없다. 유재학호가 보름 남짓동안 어떤 해결책으로 대회를 치를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