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근 키코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이 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심리로 열린 키코 사건 상고심 공개변론을 방청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5년간 이어진 키코 소송이 대법원에서 심리 중이다. 긴 시간만큼 여론의 관심도 뜨겁다. 대법원은 이를 반영해 지난 18일 중소기업이 은행을 상대로 낸 키코 소송을 3건을 공개변론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3시간 넘는 심리를 방청하고 나오는 김상근 키코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대법원에서 만났다. 그는 "지난 5년간 참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세월을 묵묵히 달려온 뚝심이 읽혔다. 동시에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간절함도 함께 묻어났다.
그는 "5년의 긴 세월을 피해기업과 함께하며 이 자리에까지 오게 됐다"며 "우리가 그동안 해온 모든 내용을 대법원에서 올바르게 판단해서 옳게 판결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대한민국 경제규모가 더 성장한 십수년 뒤에 이같은 사태가 발생하면 그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을 것"며 "이번 대법원 판결이 훗날 사태를 대비할 길잡이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하면서 우려와 기대를 함께 쏟아냈다.
이어 "대법원 대법관들이 피해기업을 생각하기에 앞서 차후를 대비해야 할 것"이라며 "이런 대한민국의 초유의 사태인 금융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초석을 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금융위기가 언제 어떻게 올지 모른다"며 "이런 인위적인 금융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공개변론에 참관한 김화랑 키코 피해기업 공동대책 위원회 사무차장도 거들었다.
그는 "5년을 달려온 이번 소송은 키코사태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을 위한 것만은 아니다"며 "대한민국에서 향후 유사한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를 위한 시금석이 될 판결"이라고 밝혔다.
판결의 전망을 묻는 질문에 김 위원장은 "확신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실제로 그동안 키코 피해 기업들이 은행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대부분 패소했다. 키코 소송은 지금까지 440건이 제기됐고 1심 판결이 나온 202건 가운데 165건은 은행이 이겼다. 기업이 이긴 것은 37건으로 그나마 일부 승소에 그쳤다.
그래도 그는 "믿는다"고 말했다. "여태 참아왔다. 대법원 판단을 기대하면서 힘을 내 기다려보자"고 덧붙였다.
이어 "그동안 사업이 잘못됐거나 안된 분도 많다. 그러나 남은 분들은 대법원 판결에 정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대법원이 올바른 판단을 할 거라 믿는다"고 재차 기대를 내비쳤다.
키코 사건은 소송 당사자뿐 아니라 여론의 관심도 대단했다. 법적 쟁점이 산적한 만큼 변호사나 학자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방청객들은 심리 시작 한 시간여 전부터 줄을 서 기다렸으며 변론이 시작되기 전 이미 172석 규모의 대법정을 가득 메웠다. 공개변론을 TV로 생중계한 2호 법정에도 방청객 64명이 들어와 변론을 지켜봤다.
키코는 환율이 미리 정한 하한선 밑으로 떨어지면 계약 무효가 되고, 상한선 위로 오르면 약정액을 물어내야 하는 고위험 금융상품이다.
은행들은 2008년 이 상품을 중소기업들알 상대로 집중 판매했다. 그러나 환율이 급등하면서 784개의 중소기업들이 3조2247억원의 피해를 입었다. 피해 기업들 중 상당수는 파산했으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 중소기업 사장들도 있었다. 현재 대법원에는 키코 관련 상고심 40여건이 계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