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효정기자]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아베 정권이 압승을 거두면서 추가 엔화 약세 여부에 대한 시장 참가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시장은 엔화 가치 하락(엔저)을 이끄는 아베노믹스에 힘이 실렸음에도 불구하고 엔·달러 환율이 100엔대를 밑돌면서 추세적인 엔저 둔화의 신호인지 방향을 틀어 엔저에 재시동이 걸릴지를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베정권 압승 예상된 결과..엔·달러 큰 동요 없어
22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100엔대 부근에서 맴돌고 있다. 지난 21일 참의원선거에서 일본 여당연합인 자민당과 공명당이 여유있게 과반석을 차지하면서 아베노믹스 정책에 명분이 실렸지만 엔·달러 환율은 오히려 뒷걸음질 치는 모습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 양적완화 축소 우려가 한풀 꺾여 달러·엔 상승 동력이 부족한데다 자민당의 승리는 이미 예상된 결과인 만큼 외환시장에 큰 영향력을 끼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상반기처럼 급격한 엔화 약세는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손은정 우리선물 연구원은 “아베노믹스 기대에 따른 엔저가 이미 진행됐고 엔·달러 환율이 100엔을 상회하는 추진력을 이끌기 위해서는 과감한 글로벌 달러 강세가 동반돼야 한다”며 “글로벌 달러 모멘텀 자체가 부재한 상황이라 급격한 엔·달러 상승(엔화 약세)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중섭 대신증권 연구원은 “10월 소비세 인상을 결정해야 하는 아베 정권에게 추가 엔 약세는 부담이 되기 때문에 일본 정부가 추가로 제시할 수 있는 경기부양책 카드가 별로 없다는 점을 시장이 인식할 가능성이 있다”며 “막연한 정치 기대감이 선거 이후 해소되면서 오히려 엔화 약세 현상은 주춤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제공=뉴스토마토)
◇안정적 기반 확보..중장기적 엔화 약세 가능성도
일각에서는 아베 정권이 안정적인 정치 기반을 마련함에 따라 향후 엔화 약세에 무게가 실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세계 72개 금융기관이 블룸버그에 제공한 엔·달러 환율 전망치(19일 기준)는 올해 4분기 달러당 105엔, 내년 1분기 107엔에 달해 향후 엔화 약세를 점쳤다.
노무라 증권도 아베 정권의 참의원 선거 압승으로 인한 아베노믹스 기대감이 높아짐에 따라 엔·달러 환율이 연말까지 달러당 100~105엔, 내년 말에는 105~110엔까지 상승(엔화가치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다만 아베 정권이 향후 취할 성장전략과 성패 여부에 따라 엔화 약세의 향방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3년 정도의 장기집권 체제를 구축하면서 상반기처럼 과감한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으나 성장전략 보완이 미진할 경우 추가적인 엔저현상이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서대일 KDB 대우증권 연구원은 “G20에서 일본정부의 양적완화에 긍정적 평가를 내려주고 있고 참의원 선거 이후 아베노믹스의 정당성이 더 강화될 수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엔화 약세가 과도하게 진행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일본 정책 당국도 성장과 물가 상승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어 과도한 엔화 약세가 지속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