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아름기자] 지상파 방송사를 주요정보통신기반시설로 지정하려는 정부 움직임에 업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지상파 방송사들로 구성된 한국방송협회는 23일 성명을 내고 "방송사가 주요정보통신기반시설로 지정되면 취재를 통해 획득한 정부, 정치인, 기업 등의 비공개 정보, 내부 고발자 정보, 출연자 인적사항, 향후 취재계획 등 철저히 보안을 유지해야 할 정보들을 국가기관인 국가정보원과 미래과학창조부가 감시할 수 있고 언제든 언론통제에 악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정원과 미래부는 지상파 방송사를 주요정보통신기반시설로 지정하고 해마다 방송사의 주요 정보시설을 포함한 제작·송출시스템 보안감사를 직접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 중 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국정원과 미래부가 오는 24일 개최되는 '주요정보통신기반시설 지정 설명회'를 기점으로 지상파방송사를 기반시설로 지정하기 위한 지정조사반을 투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협회는 "이는 헌법상 보장된 언론자유를 침해하고 방송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으로 국가기관에 의한 명백한 언론사찰이며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방송사를 주요정보통신기반시설로 지정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전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부는 방송사의 주요정보통신기반시설 지정 근거로 '정보통신기반 보호법' 제2조를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주요 정보통신기반시설은 국가안전보장·행정·국방·치안·금융·운송·에너지 등의 업무와 관련된 전산망을 뜻한다.
방송협회는 방송은 법적으로 규정된 업무와 관련이 없고, 방송시설망 역시 전산망에 연결된 외부망과 물리적으로 차단돼 있어 사이버테러 당시 방송 송출에는 어떠한 문제도 없었다고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방송협회는 국정원과 미래부의 주요정보통신기반시설 지정계획은 사이버테러의 책임을 전산망 이용자에게 떠넘기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지난 3월20일 사이버 테러 당시 신한은행은 이미 주요정보통신기반시설로 지정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이버 테러로부터 안전을 보장받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지상파 방송사를 주요 정보통신기반시설로 지정하는 것은 방송사 부담만 가중시키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덧붙였다.
한국방송협회 관계자는 "국정원과 미래부가 손잡고 방송사를 사찰하고자 한다는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는 주요정보통신기반시설 지정 계획을 철회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