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은 21일 올해 신규 취업자 수가 마이너스를 기록할 만큼 고용시장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 경기 하락 속도가 워낙 빨라 수출을 주력 엔진으로 삼고 있는 한국 입장에선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봤다.
KDI는 지난해 4분기에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서 지난해 성장률이 2.8%까지 내려앉는 등 한국이 경기침체 국면에 이미 진입했음을 공식화했다.
◇ 전망치 어떻게 변했나
KDI는 올해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기존 3.3%에서 0.7%로 하향조정했다. 내수와 수출 증가율이 동시에 크게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상반기에는 -2.6%, 하반기에는 금융경색이 완화되고 재정지출 확대 효과가 나타나면서 3.8%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민간소비는 지난해 11월에 2.2%로 봤던 것을 0.1%로 내려 잡았다. 금융위기에 따른 자산가치의 하락 및 경기 하강에 따른 소득 및 고용여건 악화 등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설비투자는 국내외 금융여건의 불확실성이 크게 증가하고 세계 경기 침체가 가시화되면서 -7.7%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했다.
건설투자는 공공부문의 사회간접투자로 상대적으로 양호한 2.7%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상품수지는 209억 달러 흑자, 서비스.소득.경상이전수지는 73억 달러 적자로 경상수지는 136억 달러 흑자를 내다봤다.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하겠지만 원유.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상품 수입이 줄어들면서 당분간 흑자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측했다.
신규 취업자 수는 상반기에 감소세를 나타낸 후 하반기부터 회복되겠지만 연간 기준으로 순증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신규 일자리가 마이너스라는 의미로 정부 목표치인 10만개와 상당한 거리가 있다.
소비자물가는 2.6%를 예상했다.
◇ 작년 4분기 마이너스 성장
KDI는 경기 하강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면서 지난해 4분기에 이미 경기 침체의 징후가 감지된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11월에 본 4분기 성장률 예상치는 전년동기 대비 2.7%였는데 이번에 제시한 예측치는 -2.4%다. 지난해 3분기가 3.8%였음을 감안하면 4분기부터 마이너스 성장률이 가시화된 것이다.
KDI는 지난해 4분기에 민간소비가 3.5% 감소한 것으로 분석했다.
설비투자는 17.0%나 급감한 것으로 관측했다. 이는 11월에 예상한 1.8%와 상당한 격차가 있다. 건설투자 역시 -5.5%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연간 성장률도 기존 4.2%에서 2.8%로 급격히 하향조정했다.
금융위기가 실물로 예상보다 빨리 옮겨 붙으면서 경기 침체가 예상보다 빠르고 깊게 찾아오고 있는 것이다.
◇ 수출 급락에 속수무책
KDI는 성장률 예상치가 이처럼 급속하게 하향조정된 배경으로 수출을 꼽고 있다. 세계경제의 하강속도가 주요 국제 전망기관의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수준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KDI는 현재 각국의 단기 경제지표를 보면 세계 경제성장률이 IT버블 시기였던 2001년보다 훨씬 심각할 것이라며 국제통화기금(IMF)도 이달 하순께 세계경제성장률을 큰 폭으로 낮출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 수출과 밀접한 중국 및 개발도상국의 경기도 최근 2~3개월간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입장에선 수출 엔진이 급속히 꺼지면 성장률이 급락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KDI는 다만 국제유가 및 원자재 가격 급락이 우리 경제의 급격한 구매력 위축을 부분적으로 완충해 내수 급락을 막아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떨어지지만 국내총소득(GDI) 감소폭은 작년보다 줄어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경상수지가 흑자로 전환되면서 외채회수 압력이 점차 완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KDI는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말 단기외채가 1천500억 달러를 하회하는 수준으로 줄었을 것으로 예상했다.
◇ "재원 사전에 마련해야"
KDI는 경기 침체 장기화로 은행의 부실이 급속히 확대될 가능성에 대비해 비상계획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부실이 심각한 은행에 대해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이를 통해 적극적으로 시장에 자금을 주입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원조달계획은 사전에 국회로부터 동의를 얻어 미리 확보하고 유사시에 신속하게 투입할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정부가 당분간 확장적 거시경제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통화정책은 신용경색 완화를 위해 운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실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구조조정과 이를 감당할 수 있는 금융기관의 자본확충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