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탐정·이혼플래너..박근혜표 일자리늘리기 `씁쓸`

입력 : 2013-07-24 오후 2:45:35
[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정부가 디지털장의사, 사립탐정, 이혼플래너, 매매주택연출가 등 신규 직업 100여개를 올해말까지 발굴·육성하기로 했다. 이는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것.
 
하지만 새로 생겨나는 직업들이 현실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지 등 미지수라는 평가다. 또, 이것 역시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숫자 맞추기식 정책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2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고용부는 우리나라에 도입 검토가 필요하거나 활성화가 가능한 신(新)직업 100여개를 발굴해 육성하는 방안을 지난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보고했다.
 
고용부가 마련한 '신직업 발굴·육성 추진방안'은 선진국에는 있지만 우리나라에 없는 직업을 발굴해 일자리 창출방안을 마련하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3월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선진국에 있는데 우리에게 없는 잠재적 직업을 발굴해 일자리를 창출하라"고 언급하며 새로운 직업 발굴을 주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달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일자리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5년간 미래유망직업 500개를 발굴하겠다는 계획을 담았고, 이번에 올해 말까지 100여개의 직업을 우선 선별해 육성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실제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업사전(2011년 기준)에 등재된 지업의 수는 1만1655개로 미국 3만654개, 일본 1만7209개 등에 비해 적은 수준이다. 우리나라에 없는 외국의 직업이 존재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한국고용정보원 관계자는 "미국, 일본과 직업 수 차이는 우리나라에 없는 직업의 존재 때문이기도 하지만, 직업의 세분화 정도나 하나의 직업에 대해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는 경우 등 직업명의 등재 등에 기인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고용부가 미국·일본 외에 영국·독일·호주 등 직업을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에 없는 외국 직업 650여개를 확인하고 도입검토가 가능한 직업 100여개를 선별한 것.
 
선별된 직업을 보면, 장애인 여행도우미, 빅데이터전문가, 소셜미디어관리전문가 등이 선별됐다. 경력단절여성과 베이비부머를 대상으로 시간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노년플래너, 정신대화사(말벗도우미) 등도 포함됐다.
 
또 고인이 생전에 인터넷에 남긴 흔적들을 청소하는 '디지털 장의사', 가구 재배치 등을 통해 주택이 좀 더 용이하게 높은 가격으로 판매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매매주택연출가' 등의 이색 직업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이러한 직업들이 향후 안정적인 직업군으로 자리잡고 매력적인 일로 선호받는 직업이 될 지는 미지수다.
 
대학을 졸업하고 18개월째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 손모(27·여)씨는 "새로운 직업이 생겨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것은 환영한다"면서도 "과연 새로운 직업들이 안정적인 직업으로 정착할 수 있을지, 구직자에게 매력적인 직업으로 꼽힐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급변하는 사회에서 새로 생기고 없어지는 직업들이 수없이 많은데 그런 풍토 속에서 이런 직업들도 얼마나 갈 수 있을지 우려가 된다"면서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숫자맞추기식 정책으로 보인다"며 씁쓸함을 드러냈다.
 
더구나 정부가 검토 대상으로 올린 100개 직업 중에서는 '사립탐정'과 같은 수십 년간 논란이 돼 폐기된 것들도 있어 논란의 불씨가 재점화 될 가능성도 있다. 사립탐정 합법화는 심부름센터(흥신소)와 같은 불법행위가 활개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법무부와 경찰청 등 오랫동안 검토해 폐기한 직업이다.
 
이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규제 완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라며 "사립탐정의 직무범위·조사권한 부여 등 법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신(新) 직업군을 발굴해도 수요와 공급이 맞아야 한다"면서 "수요 측면에서는 '니즈(needs)'가 없으면 결국 실업상태로 전락할 것이고 공급 측면에서는 기반 구축 등 제고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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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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