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3.3제곱미터(1평)당 900만원. 아파트 값이 아닙니다. 아파트 전셋값입니다.
장마가 한창인 2013년 7월 후텁지근한 여름 날씨만큼이나 아파트 전셋값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교실 칠판보다 작은 넓이가 900만원이니 서울에서 서민주택의 기준이 되는 국민주택규모(85㎡, 25.7평)의 전셋집을 장만하는데는 평균 2억3000만원이 더 든다는 얘깁니다.
웬만한 지역에선 집을 사고도 남을 돈이고, 집값이 폭등하기 전인 2000년대 이전에는 아파트 두 채도 살 수 있는 돈입니다.
전셋값이 뛴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긴 아닙니다만 최근 더 관심을 받는 것은 바로 세금문제 때문인데요.
정부가 지난 22일 주택 취득세를 사실상 영구적으로 인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취득세 인하가 확정될때까지 주택거래가 실종되는 이른바 '거래절벽'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몇달만 참으면 몇배나 적은 취득세를 내고 집을 살 수 있기 때문에 정말 내집장만이 급한 경우가 아니라면 집을 사기보다는 전세를 살겠다는 사람이 늘고 있고, 때문에 가뜩이나 오를 대로 오른 전세값이 더 뛰고 있는 겁니다.
3억원짜리 아파트의 경우 지금 사면 취득세가 600만원이지만, 몇달 뒤 취득세가 낮아진다면 취득세는 300만원으로 떨어질수도 있습니다. 특히 9억원이 넘는 아파트의 경우 취득세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세금이 1000만원 단위로 올라갑니다. 결코 적은 돈이 아니죠.
때문에 취득세가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어마어마합니다. 임대업자나 집주인들이 저금리에 따른 월세 선호현상을 보이면서 전셋집이 귀해지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말이죠.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6월 국내 주택거래량은 총12만9000여건으로 지난 2006년 통계 집계 이후 최대치를 보였고, 최근 5년 평균치보다도 74.4%나 증가했습니다.
올해 정부가 주택시장 활성화 대책으로 6월말까지 한시적으로 취득세를 인하했기 때문인데요. 7월부터는 취득세를 많이 부담해야했기 때문에 6월에 '막차효과'로 거래가 몰렸던 겁니다.
겉으로 보면 집을 사는 사람들이나 시장에서 취득세 인하를 적극적으로 잘 이용한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취득세 제도를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것은 정부입니다.
정부는 그동안 굵직한 부동산 대책을 내 놓을 때 마다 취득세를 내렸다가 올리기를 반복했는데요. 덕분에 최득세는 그야말로 국민들을 들었다 놨다 하는 '요~물' 세금의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법에서 정한 취득세율은 4%이지만, 정부는 2005년 이후 매년 감면정책을 써가면서 실질 취득세 최고세율 조정해 왔습니다.
2006년에는 취득세 과세표준을 실거래가로 바꾸는 대신 취득세를 절반으로 낮췄구요. 2011년 1월 취득세 최고세율을 4%로 환원했다가 다시 주택거래를 활성화한다면서 3월부터 그해 연말까지 절반으로 인하했습니다.
2012년 취득세가 다시 오르자 주택 시장은 또 얼어붙었고, 정부는 2012년 9월부터 연말까지 취득세를 내린데 이어, 그것을 2013년 6월까지 연장했습니다.
올해 7월부터 취득세율이 다시 원상복구되면서 주택시장은 다시 얼어붙었습니다. 정부는 또 취득세 인하라는 메시지를 던져 놓은 상황입니다. 말 그대로 냉온탕의 반복이죠.
사실 이명박 정부 들어 부동산 거품이 빠지면서 부동산 경기도 크게 악화됐는데요.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면서 건설기업들에게 억지로 수혈은 했지만, 주택시장 문제는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마땅한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취득세 하나만으로도 시장을 들었다 놨다 하며 재미(?)를 본 셈이지만, 국민들의 입장에선 약이 오르다 못해 화가 날 지경입니다.
주택을 매입하거나 거주이전을 할 수 있는 자유를 농락당한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요.
정부는 이번에는 좀 다르다고 얘기합니다. 한시적인 인하가 아니라 영구적인 인하를 선언했기 때문인데요.
영구적으로 세율이 내려간다면 적어도 취득세에 대해서만큼은 언제 세금이 내릴지, 언제 오를지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걸림돌도 만만치 않습니다. 취득세로 먹고 사는 지방자치단체들이 혹여 세수입이 줄어들까봐 발끈하고 나섰기 때문인데요.
중앙정부에서는 취득세율을 낮추면 소위 박리다매를 통해 세수입은 오히려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라는 것이 사실상 예측 불가능한데다 세율 인하가 영구화된다면 그동안 국민들을 약올려가며 누려왔던 반짝 효과조차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세수입은 과거보다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 지자체들의 판단입니다.
이래저래 10년 가까이 국민들을 약올려 왔던 취득세의 운명이 올 가을에는 결정될 듯합니다.
취득세의 '약올리기 기능'이 상실될지, 더 남아서 내년에도 국민들을 들었다 놨다 할지는 알 수 없지만, 어떻게 결정되든 그 시점까지는 깊고 깊은 거래절벽과 전셋값 상승이 계속될 것 같습니다.
약올라도 참으시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민이라도 결단하시지 않으신다면 인내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자료=기획재정부, 안전행정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