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봄이기자] '공룡포털',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휩싸인 네이버가 지난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상생 방안을 발표했다. 500억원 규모의 벤처 창업 지원 펀드 조성 등 개선안을 내놓았지만 뜨거운 논란거리였던 부동산 정보업 분야에선 속 시원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 29일 상생방안을 발표하고 있는 김상헌 NHN 대표 (사진=뉴스토마토DB)
◇"원칙만 있고 구체적 방법 없어"
특히 네이버의 부동산 사업 진출로 큰 타격을 입은 정보업체와 일선 중개업체들은 "네이버가 상생에 나서고 있는 점은 환영할 만 하나 이번 발표에는 '원칙'만 있고 구체적인 '방법'이 없어 우려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휘영 NHN비즈니스플랫폼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서비스는 한국부동산중개사협회와 서비스 모델이나 사업 방향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있고 부동산 정보업체들과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큰 방향성을 밝히는 자리인 만큼 구체적인 내용은 나오는 대로 발표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네이버와 다음은 이달 3일 공인중개사협회와 상생을 위한 MOU를 체결했으나 역시 구체적인 협력 방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네이버 비판하던 부동산114 "환영"..대화 시작
이에 대해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는 '환영'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앞서 네이버를 강하게 비판해 온 것과 비교할 때 한결 부드러워진 반응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네이버가 상생 원칙을 밝히고 대화에 나선 것에 대해선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구범 부동산114 대표는 지난 23일 새누리당 원내대표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네이버가 부동산 매물 정보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 회사 매출이 138억원에 달했으나 네이버 서비스 직후부터 계속 하락해 지난해 매출은 88억원으로 약 36% 감소했다"며 경영 상 어려움을 강조했다.
이어 이 대표는 "세계적으로 어떤 포털도 네이버처럼 부동산 매물 등록을 하는 곳은 없다"며 포털들이 부동산 정보업체의 허위매물을 문제 삼는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네이버 '결단' 아쉽다"
◇네이버 부동산 메인 화면(사진=네이버 화면 캡쳐)
한편, 네이버의 상생 원칙이 구체적인 내용으로 도출될 때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도 제시됐다.
한 부동산 정보업체 관계자는 "부동산 정보업 분야에서 네이버의 독과점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만큼 (매물 등록비 등을 받는) 사업에서 철수하겠다는 '결단'을 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 관계자는 "'공룡 포털' 네이버는 사업에서 철수하더라도 큰 타격이 없지만 정보업체나 중개업체들은 사정이 다르다"고 꼬집었다.
일선 공인중개업소들도 네이버의 등장으로 타격이 컸던 만큼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기도 L공인 대표는 "가뜩이나 거래가 없어 다들 힘든데도 중개업소들이 네이버 광고나 매물 등록에 출혈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었다"고 토로했다.
이 대표는 100만원 내외의 회원등록비와 한 건당 1만원 중반대인 매물등록비 등 '마케팅 비용'을 투자해 왔다. 전자는 네이버 부동산에서 해당 단지를 선택하면 6개월여간 메인 부동산으로 소개되는 데 따른 비용이고 후자는 네이버 부동산에 매물 정보를 올리기 위한 비용이다.
◇중개업소, 매물등록·메인 중개업소 등록에 출혈경쟁
이 대표는 "매물 등록이 더 저렴하지만 다른 업소가 올린 매물에 금방 후순위로 밀려나기 일쑤였다"며 "이런 경우 애써 매물을 등록해도 노출효과가 없어 어쩔 수 없이 매물을 다시 등록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파워링크', '스폰서 링크' 등 검색 키워드 광고도 공인중개업체들의 경쟁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해당 지역과 부동산을 검색 키워드로 넣었을 때 상위에 노출될 수 있도록 하는 광고 자리는 경쟁입찰 방식으로 할당해 가격이 만만치 않다는 것.
한 공인중개사는 "차라리 정액제로 바꾸고 더 많은 업체들이 돌아가면서 노출될 수 있도록 하면 부담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W부동산 대표 공인중개사 구모씨는 "정보업체들이나 포털이나 유료로 매물을 등록하고 광고하는 구조는 비슷한데 네이버가 워낙 시장을 독점하다보니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라며 "KB국민은행이나 한국감정원 등 포털의 매물 중개 기능을 활성화해 힘을 분산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