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을 현실로'..국내 3D프린팅 기업 '잰걸음'

입력 : 2013-08-01 오후 6:53:03
[뉴스토마토 곽보연·조승희기자] # 직장인 조모씨는 최근 3D프린터를 이용해 자신의 흉상을 제작했다. 3D스캐너로 자신 주변을 360도 촬영해 3D 입체도면을 만들고, 이를 3D프린터로 출력해 만들어낸 것이다. 나만을 위한 특별한 선물이라는 생각에 조씨는 앞으로 결혼을 앞둔 친구들에게 3D프린터로 만든 커플 흉상을 선물할 계획이다.
 
# 개인용 3D프린터로 호루라기 한 개를 제작하는데 드는 시간은 단 15분. 6개의 호루라기를 동시에 제작하는데 80분 정도가 소요됐다. 3D프린터 전시회장을 찾은 초등학생들은 3D프린터로 제작된 호루라기를 불어보며 신기해했다.
 
국내 3D프린터 시장의 활성화와 보급화를 위해 국내 3D프린팅 업체들이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다.
 
국내 3D프린팅 대표기업들은 1일 서울시와 미래창조과학부 주최로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스마트클라우드쇼2013'에서 3D프린터로 제작한 제품들과 첨단기술 등을 소개하며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독특한 모양의 선글라스부터 섬세하게 제작된 성(城), 기계에 삽입되는 나사와 톱니바퀴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인 로킷은 일반 소비자용(퍼스널) 3D프린터와 3D스캐너를 제작하는 우리나라의 몇 안 되는 전문업체다.
 
30만원 수준에 판매되는 3D스캐너로 원하는 모델의 모습을 360도 스캔해 도면을 만든 뒤 3D프린터로 연결하면 실제 모형이 제작된다. 제작에 소요되는 시간은 적층수와 온도, 높이 등에 따라 차이가 난다.
 
이날 로킷이 3D프린터를 이용해 현장에서 제작한 호루라기의 경우 6개 제품을 제작하는데 215℃ 온도에서 80분이 소요됐다.
 
◇국내 3D프린터 제작업체 로킷이 3D프린터를 이용해 호루라기를 제작하고 있다.(사진=곽보연기자)
 
신영우 로킷 세일즈매니저는 "플라스틱에 옥수수 전분이 포함된 친환경소재를 사용하고 있어 인체에 무해하고 냄새가 나지 않는다"며 "외국산 대비 원가 경쟁력이 높기 때문에 제품을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로킷의 일반 소비자용 3D프린터는 175만원 수준으로, 주로 중소기업이나 디자이너들이 실물 크기의 시제품을 제작하는 '목업(mock-up)' 과정에서 이 제품을 활용하고 있다.
 
지난 1989년 설립된 캐리마는 광학기술을 기반으로 산업용 3D프린터를 국내 최초 개발한 기업이다. 소품종 대량생산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전환하는 중소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캐리마의 3D프린터는 시장에서 주목받는 제품으로 급부상했다.
 
김광현 캐리마 영업2팀장은 "지난 2011년 해외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미국과 호주에서 덴탈용으로 제작 주문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최근에는 유럽에서 대리점 설립을 요청해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또 홍콩과 일본에서는 캐릭터와 쥬얼리 산업군에서 3D프린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며 "반면 국내 시장에서는 올 들어 조금씩 관심이 생기고 있는 것 같다"고 온도차를 설명했다.
 
◇3D프린팅으로 만든 치아 모형을 '자가치아이식술'에 사용하는 기술이 최근 학계에서 연구되고 있다. 사진은 단국대학교 치과대학 본과학생들이 만든 치아 모형.(사진=곽보연기자)
 
실제 우리나라의 3D프린팅 산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성장세에 있다고는 하지만 정확한 국내시장 규모 또한 파악되지 않고 있다. 전세계 3D프린팅 시장이 전년 대비 30% 성장한 22억40만달러 규모로 집계된 것과 비교해 턱없이 뒤쳐져 있다는 데는 모두가 공감한다.
 
전세계 3D프린팅 시장 매출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을 비롯해 일본과 중국, 유럽 국가들은 정부 주도로 3D프린팅을 차기 전략산업으로 삼고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과 일본, 미국, 인도네시아 등 해외시장에서는 3D 프린터 시장을 육성하고, 세계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 투자와 인재육성이 이뤄지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 정부는 지금까지 그런 투자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현재 국내 3D프린팅 기업들이 모두 중소기업인 점을 감안했을 때 정부 주도의 인재 육성과 기술개발 등에 대한 투자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동종 업종에 종사하는 다른 관계자는 국내 3D프린터의 색감 표현과 기술력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3D프린터를 이용해 실사 인물 미니어처를 제작하는 3D 스튜디오 모아의 김태수 대표는 "제품을 제작할 때 외국산인 Z프린터를 이용하고 있다"며 "국산 제품을 이용하고 싶지만 아직까지 풀 컬러를 제공하는 수준이 아니라서 사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 의지의 부재와 대기업의 외면, 이 같은 악한 상황에서도 중소기업들이 고군분투하며 3D 프린터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외국과의 기술력의 격차를 극복하기에는 분명한 한계점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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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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