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조선업계의 신성장 동력으로 선박평형수 처리장치 사업이 부상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선박평형수 처리장치 기술개발에 120억원을 투자하는 것을 골자로 한 '선박평형수 처리설비 세계시장 선점지원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업계의 관심은 더욱 높아진 상태다.
장기 침체에 빠진 조선업을 대신해 신사업을 모색하고 있던 차에 정부 지원까지 더해지면서 일반인들에게는 이름도 생소한 선박평형수 처리설비이 뜨고 있는 것. 물론 정부 지원규모는 조선업 수준에 비하면 턱없이 작다. 그러나 80조원으로 추정되는 시장규모는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
특히 조선 1위인
현대중공업(009540)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그간 풍력, 태양광, 의료용 로봇 등 야심차게 추진했던 신사업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던 터라 이번 도전에 거는 의욕이 남다르다. 이미 관련 기술 개발 등 시장 선점을 위한 사전 준비를 마쳤다.
선박평형수는 선박의 무게 중심을 잡고 최적 속도 및 효율을 유지하기 위해 탱크나 선박 밑바닥에 채우는 바닷물을 뜻한다. 화물이 없을 때는 선박 프로펠러가 물속에 잠기도록 물을 채우고, 반대로 화물이 가득 찼을 때는 물을 빼 무게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반면 선박평형수로 인해 서로 다른 지역의 바닷물이 섞이면서 미생물로 인한 해양 생태계 교란의 위험이 커지자 국제해사기구(IMO)는 선박평형수 처리설비의 설치를 의무화하는 선박평형수관리협약을 채택했다. 이르면 내년 말부터 선박평형수 처리설비 설치가 의무화될 예정이며, 이 경우 오는 2019년에는 시장 규모가 8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현대중공업이 독자기술로 개발한 선박평형수 처리설비 ‘하이밸러스트’(사진제공=현대중공업)
현재 국제해사기구가 승인한 선박평형수 처리 관련 기술은 모두 31개. 이중 우리나라가 11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시장 점유율은 54%로, 우리나라가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국내 조선3사 가운데는 현대중공업이 가장 앞선다는 평가다. 지난 2011년 전기분해 방식인 '하이밸러스트'에 이어 자외선 살균 방식의 '에코밸러스트'를 개발, 상용화에 성공하면서 국내 최초로 두 가지 타입의 선박평형수 처리기술을 확보했다.
현대중공업은 세계에서 선박 이동이 가장 많은 미국 시장을 선점해 이를 발판으로 세계 시장으로 사업 범위를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미국은 선박평형수 처리장치 장착을 의무화하는 선박평형수 관리협약 발효에 앞서 자국 환경 보호를 위해 지난해 6월 항구에 입항하는 모든 선박에 평형수처리장치 장착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도입했다.
이에 따라 올 12월부터 새로 건조하는 선박은 의무적으로 미국 해안경비대(USCG)의 승인을 받은 선박평형수 처리장치를 장착해야 한다. 기존 선박들도 내년 1월 이후 선박 수리 시 장치를 의무화해야 한다.
이를 겨냥해 현대중공업은 최근 독자 개발한 '하이밸러스트'의 미국 AMS(Alternate Management System) 인증을 획득했다. AMS는 미국 내 항구로 입항하는 선박이 갖춰야 할 해양환경에 관한 품질자격 요건이다.
현대중공업은 그동안 AMS 인증이 없어 미국을 경유하는 선사들로부터 수주에 제약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에 AMS 인증을 획득하면서 하이밸러스트 수주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독자 개발한 ‘하이밸러스트’는 전기분해를 통해 시간당 최대 8000㎥의 바닷물을 살균할 수 있다. 바닷물을 전기분해하는 전극에 특수 코팅을 입혀 기존 전기분해 방식 설비에 비해 전력 소모량은 작고 내구성은 높아 선주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자외선 살균장치인 UV반응기를 사용해 미생물을 제거하는 '에코밸러스트'도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미국 AMS 인증을 획득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해양수산부는 지난달 30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선박평형수 처리설비 세계시장 선점지원 추진계획'을 보고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120억원을 들여 2017년까지 국제 기준보다 1000배 강화한 선박평형수 처리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아울러 향후 필요하게 될 처리설비의 구조변경에 대한 시험절차 등을 국제해사기구에 국제표준으로 제안, 국제 기준을 선도하는 한편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을 중심으로 차세대 기술 시험·인증시스템을 구축해 2017년까지 전 세계 평형수 설비 공인시험기관으로 지정을 추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