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지난해 배우 김명민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영화 '연가시'를 본 관객들은 모성애 가득한 배우 문정희의 연기를 보고 감탄했을 것이다. 이번 '숨바꼭질'도 비슷한 궤를 그리고 있다. SBS 드라마 '추적자 : 더 체이스'의 손현주 때문에 극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관객은 손현주 뿐 아니라 문정희에게서도 놀라움을 느낄 것이다.
'숨바꼭질'에서 문정희가 맡은 주희는 노숙자 같은 인상을 가지고 있어, 실제 문정희를 봤을 때 예상과 다른(?) 그의 미모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외모 뿐 아니라 문정희가 '숨바꼭질'에서 보여준 인상은 여러가지로 강력하다.
◇"롤러코스터를 탄 듯 긴박감이 넘쳐"
문정희의 인생에서 굉장히 큰 의미로 다가올 것 같은 '숨바꼭질'이 개봉 1주일 정도 남긴 지난 8일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영화 홍보에 바쁘고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에너지는 넘쳐 흘렀다.
"언론시사회 때 정말 떨렸어요. 내가 보지 않은 것에 대한 부담이 있었어요.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까라는 두려움도 있었고요. 거기다 멋진 스타 마케팅도 아니고. 시나리오는 재밌게 읽었지만, 시각화는 잘됐을까라는 걱정도 있었죠. 시사회 전날 잠을 거의 못잤어요."
'숨바꼭질'은 빠른 스토리 전개와 배우들의 열연이 힘을 합친 공포·스릴러 영화다. 영화 중반부터 손에 땀이 흐를정도로 긴박감이 넘치고, 강렬한 흡입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스토리 사이의 개연성은 확실히 아쉬운 부분이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열연이 이 구멍을 잘 메웠다는 평이 많았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장점은 분명히 있어요. 이제껏 보지 못했던 스릴러와 공포의 결합도 그렇고, 롤러코스터를 탄 느낌의 긴박감도 장점이죠. 여름에 즐기기 좋은 오락영화라는 느낌이 들어요."
◇"또 다시 내게 오지 않을 배역"
극중 문정희의 캐릭터 주희는 못생기고, 괴팍하고 힘이 쎄다. 이제껏 한국영화의 캐릭터 중 가장 무력이 강한 여자 캐릭터다. 영화 '황해'의 면정학(김윤석 분)이 떠오를 정도다. 캐릭터가 너무 쎈 것에 부담이 없었을까.
재밌는 점은 이 강렬한 캐릭터를 문정희 자신이 직접 설득해 참여한 작품이라는 것이다. 애초 제작진은 주희 역에 문정희를 염두하지 않았다고 한다. 문정희는 왜 그렇게 주희를 탐냈을까.
"주희 쎄죠. 하지만 희소가치가 있고 임팩트가 있잖아요. 이런 역할은 아마 또 다시 나오기 힘들 거예요. 재밌고 신선하고 도전할만한 작품이에요. 또 이런 작품이 내게 올거라고 생각하지 않고요. 뭐 이번엔 이렇게 강한 역할을 했으니까, 다음엔 또 다른 영역의 좋은 역할을 하겠죠?"
"예쁜 역할이 아니라 아쉽냐고 하시는데, 전 그렇지 않아요. 예쁜 게 꼭 중요하나요. 배우로서의 욕심이 다 다를텐데 전 저만의 욕심이 있어요. 역할에 대한 욕심이 크다는 거겠죠. 예쁨을 따라가기 보다는 다른 아름다움이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수애랑 친한데.. 너무 민망해"
영화 '숨바꼭질'은 '감기'와 같은 날 개봉한다. '설국열차'와 '더 테러 라이브'의 혈전처럼 이번 두 작품의 경쟁 역시 치열하다. 각 영화 관계자들 역시 상대 영화에 대한 견제의 의식을 많이 하고 있다.
하지만 문정희의 입장은 다르다. '감기'의 주인공인 수애와 친분이 깊기 때문이다. 앞서 수애는 '감기' 언론시사회에서 "두 작품 모두 윈윈했으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문정희에 대한 친분 때문이었다.
"영화가 잘 나오고 못 나오고를 떠나서 정말 민망한 일이에요. 수애는 좋아하는 배우이면서 사적으로도 친해요. '감기'랑 '연가시'랑 비슷한 시기에 촬영을 했는데, '감기'가 많이 늦어진 거예요. 전 그리고 '숨바꼭질' 들어갔고요. 그런데 '감기'가 올 여름쯤 개봉한다는 거예요. 설마 설마 했는데 딱 같은날 개봉하게 됐어요. 상상도 못했고, 너무 민망해요."
"수애랑 '끝까지 잘해보자'고 했어요. '설국열차'와 '더 테러 라이브'가 잘 되는 이유는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끼쳐서 판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저희도 그렇게 됐으면 좋겠어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