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매각..중소형 '지지부진', 대형 '후끈'

입력 : 2013-08-13 오후 2:30:50
[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관심매물’ 우리투자증권 인수를 위한 금융투자업계의 물밑 열기가 뜨겁다. 일찌감치 유력 인수 후보들이 거론되는 등 매각 흥행은 시간문제다. 반면 중소형 매물의 경우는 얘기가 다르다. 매물이 나온 지 수개월이 되도록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아 팔 수 없는 상황까지 전개된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 인수합병(M&A) 시장에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도드라지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에 따른 매각절차를 밟고 있다. 자산규모와 영업수익 1위 우리투자증권은 국내 5대 대형증권사로 꼽힌다. 우리자산운용과 우리아비바생명, 우리저축은행과 함께 ‘1+3’ 패키지 매물로 나온 터라 매각가는 최고 1조8000억원으로 매겨진 상태다.
 
시장에서는 우리금융 계열사 가운데 가장 매력적인 매물로 꼽히는 우리투자증권 매각 흥행은 보장된 것으로 보고 있다. 대주주인 정부가 우리금융 민영화를 중점 과제로 삼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전날 정부가 산은금융지주 계열사인 대우증권 매각 시기를 보류키로 한 점도 같은 맥락에서다.
 
매각공고 예정일은 오는 16일이다. 인수를 둘러싼 KB금융·농협금융지주의 박빙이 점쳐지는 가운데 교보생명, HMC투자증권 등도 인수 주체로 거론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규모와 실력 면에서 리딩컴퍼니인 우리투자증권은 사실상 매물개념이라고 볼 수 없다”며 “업황과 무관한 흥행몰이가 곧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소형 증권사로 넘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아이엠투자증권과 이트레이드증권, 리딩투자증권, 골든브릿지투자증권 등도 매물로 나온 상태다.
 
이 가운데 아이엠투자증권을 제외한 나머지 증권사는 사실상 매각 보류 상태다. 아이엠투자증권은 지난주 최장 10주간 정밀실사에 돌입했다. 인수희망자로 나선 CXC종합캐피탈이 11월경 금융위원회에 대주주 변경승인을 신청하면 아이엠투자증권은 사실상 CXC종합캐피탈로 넘어가게 된다.
 
매각에 난항을 겪어오던 애플투자증권은 지난 3월 설립 5년 만에 자진 청산을 결정했다.
 
가격논리에 의해 매각일정을 잠시 보류한 증권사도 있다.
 
이트레이드증권 관계자는 “현재 적정 대상이 없어 잠정 보류한 상태”라며 “차후 진행은 되겠으나 일단 연말은 넘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은 가격논리에 의해 한쪽이 무너져야 성사되는 것인데 내실도 없고 적절한 메리트도 없다면 관심대상이 될 수도 없다”며 “시장의 규모가 쪼그라들고 업황이 부진한 가운데 증권사 가치도 대폭 떨어졌다는 점에서 오래된 매물은 더 버티지 못하고 호가를 낮춰 부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진단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장기적으로 증권업계의 일정 부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며 “부진한 업황 속 한계 증권사들이 속속 드러나는 지금은 그 시기가 가까워졌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풀이했다.
 
(사진=뉴스토마토)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차현정 기자
차현정기자의 다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