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부-케이블TV업계, 디지털 전환 추진..반발 무마가 '관건'

아날로그 케이블 가입자 저항·타 유료방송 사업자 반대에 '진땀'

입력 : 2013-08-14 오후 6:23:22
[뉴스토마토 조아름기자] 케이블TV 업계와 미래창조과학부가 케이블 디지털 방송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아날로그 가입자와 타 유료방송사업자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힌 상태로, 이를 극복하는 것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14일 케이블 업계에 따르면 대형 MSO들은 2014년 말 아날로그 방송 종료를 목표로 디지털 전환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초고화질(UHD) 방송과 기가 인터넷 등 차세대 서비스를 위해서는 아날로그 대역 주파수를 회수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확대되고 있는 탓이다. 아날로그 채널을 오래 가지고 있을 수록 처음부터 디지털로 출발한 IPTV, 위성방송 등 다른 사업자와의 경쟁에서 밀려 손해를 볼 것이라는 절박함까지 더해졌다.
 
◇케이블 업계는 차세대 방송 서비스 구현을 위해 디지털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사진=조아름기자)
지난 1995년 출범 당시 아날로그 매체로 탄생한 케이블TV의 디지털 전환률은 아직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올해 5월 기준으로 디지털 케이블 가입자는 556만958명으로 전체의 37.4%에 불과하다. 절반이 넘는 62.6%의 가입자가 여전히 아날로그 케이블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아날로그 방송은 유료방송사업자 중 케이블 만이 갖고 있는 부담"이라며 "디지털 조기 전환이 향후 케이블TV 산업의 성패를 가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래부 역시 디지털 전환 정책의 일환으로 케이블TV의 아날로그 방송 종료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우선 미래부는 케이블TV방송협회와 함께 디지털 전환률이 60% 이상인 케이블 방송권역을 대상으로 아날로그 방송을 종료하는 시범서비스를 추진할 계획이다.
 
아직 구체적인 안이 잡히지는 않았지만 아날로그 가입자에게는 디지털 방송을 아날로그 방송으로 전환해주는 디투에이(D to A) 셋탑박스를 제공하고, 디지털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 요금 할인 등 다양한 프로모션을 함께 진행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플랫폼 사업자가 아날로그 방송을 가입자 동의없이 종료한다는 데 대해 상당한 심리적 반발이 예상된다. 비슷한 예로 지난 2011년 KT가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2세대(2G) 이동통신(PCS) 폐지 승인을 받고 서비스 폐지를 발표하자 2G 가입자들이 이에 반발해 집단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미래부 관계자는 "미래부는 이용자와 시청권 보호 등 관리·감독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며 "만약 기준 전환률을 달성하지 못한 권역에서 무리하게 진행하는 사업자가 있다면 방통위와 협의해 재제 조치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타 유료방송 사업자의 반발도 케이블 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
 
몇년 째 도입이 유보되고 있는 클리어쾀의 경우 미래부가 오는 10월 1일 시행하겠다는 목표를 밝혔지만 여전히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클리어쾀은 제한수신기능(CAS)을 거치지 않고 디지털 방송 채널을 송출하는 전송 방식이다. 암호화 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셋톱박스 없이 디지털 TV에 내장된 클리어쾀 수신기능만을 활용해 디지털 방송을 시청할 수 있다.
 
케이블 방송 사업자들은 저소득층에 한해서라도 클리어쾀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미래부 역시 적극 지원할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하지만 IPTV와 위성방송 사업자들은 미래부의 케이블 디지털 전환 지원은 특정 사업자에 대한 특혜라며 반발하고 있다. 클리어쾀이 허용되면 케이블 사업자들이 디지털 전환에 투자비용을 들일 필요가 없어 수천억원을 들인 지상파와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얘기다.
 
또 유료방송시장의 저가화가 고착되고 아날로그 케이블 가입자들의 매체 선택권이 제한돼 공정한 시장경쟁이 침해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달 열린 '저소득층 아날로그 케이블방송 가입자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워크숍'에서 노준배 KT스카이라이프 팀장은 "정부 지원을 통해 아날로그 케이블 가입자를 디지털로 전환시키는 것은 특정사업자에 대한 특혜"라며 "케이블업계가 자구적 노력을 먼저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중현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 부장은 "저소득층의 시청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점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하지만 이들이 위성, IPTV로 옮길 수 있는 매체 선택권도 보장되어야 한다"며 "클리어쾀이 도입되면 시청자의 케이블에 대한 고착화가 강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8레벨 잔류 측파대(8VSB) 허용 문제도 사업자간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8VSB는 클리어쾀처럼 아날로그 케이블에도 HD 방송을 내보낼 수 있는 디지털 방송 전송 방식이다. 역시 셋톱박스가 필요치 않다는 장점이 있지만 6㎒ 대역폭에 4~5개 채널을 전송할 수 있는 쾀 방식과는 달리 8VSB는 1개 채널만 넣을 수 있다. 현재는 지상파만 8VSB로 HD방송을 송출하고 있다.
 
MSO들은 8VSB가 모든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에 허용이 되면 100% 디지털 전환이 가능하다는 계산에 도입 찬성 쪽으로 방향을 잡고 미래부에 이같은 의견을 전달했다.
 
문제는 8VSB가 전송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전송 가능한 채널 수가 줄어들게 된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중소 PP들이 퇴출될 가능성이 높다.
 
PP 업계 관계자는 "개별 PP들은 전송 채널에서 빠지면 죽을 수 밖에 없다"며 "몇몇 복수방송채널사용사업자(MPP)를 제외하면 모두 벼랑에 내몰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IPTV와 위성방송도 클리어쾀의 경우와 같은 이유로 분명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케이블 업계는 아파트나 병원, 호텔 등 단체 가입된 건물을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도입할 것이라며 "중소 PP 퇴출 우려는 지나치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설득이 쉽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
 
미래부는 빠르면 10월 중 8VSB 허용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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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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