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제3의 모바일 운영체제(OS)로 주목을 끌었던
삼성전자(005930)의 타이젠(Tizen) 스마트폰 개발이 지연되고 있다. 타이젠 연합의 주도 세력인 삼성전자가 당초 공표한 제품 출시 시점이 8~9월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쯤 윤곽이 드러나야 하지만 여전히 '함흥차사'다.
지난 14일 신종균 삼성전자 IM부문 사장은 처음으로 타이젠폰 개발 지연설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신 사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타이젠 OS 개발이 연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이유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지만 스마트폰 사업을 이끄는 신 사장이 공식적으로 출시 시점 연기를 인정한 만큼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2월 베일을 벗은 타이젠은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iOS에 대항할 제3의 운영체제로 기대를 모아왔다. 특히 OS 개발에 참여한 업체들이 대부분 업계를 대표하는 정상급 기업들이라 더욱 주목을 받기도 했다. 타이젠 연합의 양대 축으로 삼성전자와 인텔이 포진한 가운데 화웨이, 오렌지 텔레콤, 후지쯔, NEC, KT, 파나소닉 등이 주요 멤버 기업으로 참여하고 있다.
삼성전자 타이젠폰 출시가 지연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다소 논란이 분분하다. 삼성전자에 정통한 한 업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타이젠 OS의 방향성을 재검토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타이젠 개발이 비밀리에 시작된 시점으로부터 현재까지 안드로이드, iOS 생태계의 트렌드 변화가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타이젠 개발에 참여 중인 한 기업 관계자는 "타이젠처럼 대형 기업들이 일제히 참여해 OS 개발에 나선 사례가 흔치 않았던 만큼 개발 속도가 빨랐던 것은 사실이지만 생태계 구축은 또 다른 문제"라며 "이동통신사와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다는 점도 일부 문제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해외의 일부 IT 전문 매체들은 삼성전자가 오는 10월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프랑스 등 5개국을 대상으로 타이젠 스마트폰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중국 최고의 스마트폰 제조기업인 화웨이도 타이젠 OS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측은 "아직 확인된 바 없다"고 답변했다.
삼성전자는 우선 10월 출시 여부를 떠나 “급할 것이 없다”는 반응이다. 제조사 입장에서 중장기적으로 멀티 OS를 향해 가는 것은 맞지만 갤럭시S, 갤럭시노트 시리즈가 여전히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위험을 감수할 이유는 없다는 얘기다.
게다가 삼성전자가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는 배경에는 '갤럭시의 힘'만큼이나 구글 안드로이드 OS의 완성도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안드로이드가 아닌 다른 종류의 OS에서 삼성전자의 위력이 쉽게 발휘되지 않을 수도 있다. 삼성의 타이젠폰 성공 여부에 따라 HTC, LG전자 등 제3의 OS가 필요한 제조사들이 잇따라 제품 출시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