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정의 펀드톡)분산투자 ③해외펀드 구성하기

입력 : 2013-08-19 오전 7:30:00
[뉴스토마토 한은정기자] 사랑엔 국경이 없다고 하죠. 요즘엔 펀드 사랑도 국경을 넘습니다. 해외펀드는 포트폴리오를 짤 때 분산 효과와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국내펀드의 대안으로 여겨지는 상품인데요. 보통 국내펀드 대 해외펀드의 비율이 7대 3정도면 가장 이상적이라고들 합니다.
 
(사진=뉴스토마토)
국내펀드도 어려운데 해외펀드에 어떻게 투자하냐고요? 맞습니다. 해외펀드는 정보나 운용 상황이 국내펀드에 비해 멀게 느껴질 수 있어요.
 
또 국내펀드의 경우에는 우리나라의 경제나 사회 상황, 기업 등의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지만, 해외 상황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섣불리 투자했다가는 낭패 보기 십상이죠.
 
해외펀드의 매력은 위험이 높은 만큼 보상도 크다는 점입니다. 위험 관리만 잘하면 해외펀드로 얻는 수익은 국내펀드의 수익을 능가하거든요.
 
그런데 일부 해외펀드는 아직도 '밉상'이란 이미지를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2007년 당시 수익률이 좋다고 너도나도 해외펀드에 투자했다가 아직까지 손실을 벗어나지 못한 투자자가 수두룩하니까요. 사실 해외펀드 자체가 '밉상'이라기보다는 ‘묻지 마 투자’ 때문에 '밉상'이란 오명을 쓴 셈입니다. 모든 투자 상품이 그렇듯 해외펀드도 투자자 하기 나름이니까요.
 
세계 경기가 회복되면서 해외펀드에 대한 관심도 슬슬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어떤 해외펀드를 포트폴리오에 담아야 할까요?
 
'분산투자'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일단 우리나라와 경제 사이클이 다르게 돌아가는 나라를 선택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국내 경기가 안 좋아 국내펀드에서 손실이 나도 우리와 경제 사이클이 다른 나라에 투자한 펀드에서는 이익을 얻어 완충제 역할을 해줄 테니까요.
 
그런 나라는 어디일까요? 대표적으로 중국과 인도 등 고성장 국가를 들 수 있습니다. 성장하는 국가인지 알아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말 그대로 경제성장률을 확인하는 거예요.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2%대로 저조하지만 중국이나 인도는 아직도 7~8%대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중국과 인도펀드가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이유는 향후 경기전망이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계 경제의 2강을 의미하는 'G2'로 부상했던 중국도, 고성장이 기대됐던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와 아세안(ASEAN, 동남아시아국가연합)도 성장둔화와 자본 유출 등의 우려가 커지면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대신 경기회복이 기대되고 있는 미국펀드가 최근 양호한 수익률을 보였고, 유럽펀드에 대한 긍정적인 소식들도 들립니다. 글로벌 자금은 아시아를 떠나 미국과 유럽쪽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 나라의 현재 경제 상황만 떼놓고 볼 것이 아니라 향후 전망과 함께 다른 나라의 상황까지 비교하며 볼 필요가 있겠죠.
 
이밖에 우리나라가 수출 의존형이니 내수 기반이 탄탄한 국가에 투자하는 펀드를 선택하는 방법도 있는데요. 거슬러 생각해보면,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 미국에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직격탄을 맞을 수 밖에 없었으니까요.
 
이밖에 물가와 금리도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가가 높아지면 통화 당국에서는 시중에 풀린 돈을 거둬들이기 위해 금리를 높이겠죠. 고금리는 증권시장에 독입니다. 금리가 높아지면 투자자들은 주식시장에서 돈을 빼서 예금 상품으로 갈아타게 될 테니 주식형 펀드에게는 참 불행한 일이 되겠죠.
  
금리가 오르면 아무래도 시중에 풀린 돈이 적어지니 화폐가치는 상승하게 됩니다. 화폐가치가 상승한다는 건 환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건데요. 원화 대비 그 나라의 환율이 떨어진다면 그 해외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환차손으로 손실을 보게 됩니다. 해외펀드는 환노출형과 환헤지형이 있는데, 환노출형이라면 큰 손실을 보겠죠.
 
우리나라와 반대로 자원이 많은 나라에 투자해도 분산투자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석유나 석탄, 가스 같은 자원은 매장량과 생산량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완전한 대체자원이 등장하기 전까지 희소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세계의 공장’ 중국이 공장을 가동하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중국의 석유 소비는 미국 뒤를 바짝 뒤쫓고 있죠. 수요가 높아지니 자원의 가격도 오르고, 자원 가격이 오르니 자원이 많은 나라의 경제도 성장하겠네요.
 
그러면 자원이 풍부한 대표적인 지역인 중동이나 아프리카에 투자하는 펀드가 좋을까요? 실제로 자원이 풍부하긴 하지만 자원 수출로 돈이 들어왔을 때 그 돈을 기업에 투자하는 등 경제를 살리는 쪽으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독재정권 유지나 일부 지배계층의 이권 챙기기로 탕진하는 나라들도 있습니다.
 
최근 시위가 잦은 중동이나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제 형편을 들여다보면 기업 활동이 중단되고 경제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나라의 경제를 살리려는 정부의 정책적 의지와 정치적 안정성까지 살펴봐야 합니다. 전쟁이나 테러, 쿠데타 등은 펀드 수익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지도 모르니까요.
 
비슷한 맥락에서 상품펀드에도 관심을 가져볼만합니다. 상품펀드란 주로 상품 관련 주식이나 선물, 인덱스 등에 투자하는 펀드를 말하는데, 상품 역시 주식처럼 여러 가지 품목을 하나로 묶어 지수로 나타내는 상품 인덱스가 있답니다. 원유나 천연가스 같은 에너지, 금이나 은 같은 귀금속, 콩·옥수수·밀 같은 농산물이 여기에 속하죠.
 
앞서 해외펀드는 분산투자 차원에서 국내펀드의 대안이 된다고 했죠? 그런데 인터넷이 발전하니 투자 정보가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전달되면서 여러 나라의 시장이 닮아가고 있어요. 분산투자 차원에서만 본다면 해외펀드 투자의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으니, 상품펀드가 그 자리를 대신해 줄 수 있습니다.
 
상품도 주식 못지않게 가격등락폭이 큰 위험 투자 수단이지만, 주식시장과 상대적으로 낮은 상관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분산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측면도 있습니다.  
 
제이미 르윈 뱅크오브뉴욕멜론의 자산운용부문 운용책임자는 작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다양한 자산에 분산투자하는 것은 공짜 점심을 먹는 것과 같다"고 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경제가 공식처럼 딱딱 맞게 돌아가지 않는 경우도 많다는 건데요. 그러니 항상 기본적인 틀 안에서 뉴스를 열심히 보고 공부를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공짜 점심을 먹으려다 더 비싼 점심값을 낼 수 있습니다.
 
지난 2007년 아기 업은 주부까지 객장으로 불러들였다던 펀드광풍의 주역이자 해외펀드의 지존이던 중국펀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속절없이 무너지며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습니다.
 
중국펀드는 2007년 한 해 수익률이 80퍼센트까지 올랐지만, '묻지 마 투자'로 고점에 가입한 투자자 가운데서는 아직도 손실에서 벗어나지 못한 경우도 있으니까요. 그들은 아직도 비싼 점심값을 치르고 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한은정 기자
한은정기자의 다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