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비상 보험사)①경기침체 장기화, 보험 깨는 고객 급증

입력 : 2013-08-21 오후 5:43:26
[뉴스토마토 이지영기자]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초저금리 시대가 도래하면서 기업들의 자산운용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수백조원이 넘는 자산을 탄력적으로 운용해야 하는 보험업계의 위기감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채권금리는 바닥을 치고 부동산 시장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으면서 역마진 우려는 우려가 아닌 현실이 됐다. 2000년대 중반에 팔았던 보험사의 장기상품 중에는 현재금리의 3배에 육박하는 상품도 적지 않다. 손실폭을 메울 수 있는 새로운 대안 투자처 발굴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뉴스토마토는 현재 보험사들이 처한 상황을 짚어보고, 이들 보험사들의 생존 방안은 무엇인지 3회에 걸쳐 진단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저성장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자산운용 수익의 악화로 보험사들의 시름이 깊어진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보험상품에 가입하는 소비자는 지속적으로 줄고 있고, 보험상품을 해지하는 소비자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저금리 기조로 400조원이 넘는 보험사 자산운용 수익률은 점차 줄어들고 있어 지급여력비율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그렇다고 초저금리 시대에 마땅히 돈 굴릴 투자처도 없어 보험사들의 대책 마련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보험해지율은 증가, 가입률은 저조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허리띠를 졸라맨 소비자들은 살림살이가 팍팍해지자 보험상품부터 해지하고 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매달 납부해야하는 보험료가 부담스러워졌기 때문이다. 급작스레 목돈이 필요해진 경우에는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장기투자상품인 보험을 중도해지 하고 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국내 24개 생명보험사의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누적된 해지 보험계약액은 177조176억원에 달했다. 이는 2011년 같은기간의 해지 보험계약액인 157조532억원보다 20조원(12.7%)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자료제공=생명보험협회)
해지 보험계약액은 보험 가입자가 계약을 중도에 해지하거나 보험료를 내지 않는 바람에 무효가 된 계약을 말한다.
 
해지 보험계약액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178조9848억원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이후 2009년 174조9756억원으로 소폭 감소하더니, 2010년 158조5236억원으로 줄어들며 안정세를 보였다. 그러다 2012년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해약액이 금융위기 수준으로 다시 늘어난 것.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일반계정 보험계약 효력상실 해지율도 9.9%를 기록했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보험이라는 상품 자체가 적금이나 펀드와는 달리 불확실한 미래를 보장한다는 기본적인 성격을 베이스로 깔고 수익성 등을 보장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일정시점이 지나기 전에 중도 해지를 하면 손실이 크게 난다"면서 "그러나 요즘 경기가 워낙 안좋아 먹고살기 힘들어진 고객들이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중도해지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따라 보험사에서 고객에게 지급해야하는 해지환급금도 단연 증가세다. 해지환급금이란 보험 가입자가 계약 만료 이전에 자발적으로 중도해지해 보험사가 사업비를 제외한 보험료를 고객에게 돌려줘야 하는 돈을 말한다.
 
생명보험협회에 다르면 올 2월말 기준으로 삼성생명(032830), 한화생명(088350), 교보생명 등 22개 생보사의 해지환급금은 총 15조4617억원으로 전월(14조1017억원) 대비 8.79% 증가했다.
 
생보사의 해지환급금은 지난해 11월 11조1408억원에서 12월 12억5554억원, 올해 1월 14조1017억원으로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증가율은 10%를 웃돈다. 건수로는 지난해 말 356만건에서 올해 1월 413만건, 2월 말 454만건으로 늘었다.
 
보험료를 두달 이상 내지 못해 보험계약이 강제 종료되는 경우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계약 강제 종료 시 지급되는 효력상실환급금은 올해 2월 말 기준 1조6611억원으로 지난해 말(1조3582억원) 대비 무려 18.2% 늘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지급하는 환급금이 늘고 있는 것은 장기적인 경기 침체로 보험 계약자들이 계약을 해지하거나 2개월 이상 미납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라며 "보험사 전체적으로 해지하는 계약이 늘고 있는데, 지엽적인 문제보다는 경제상황이 보다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기침체와 가계부채 증가로 2008년 이후 국내 보험가입률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
 
보험개발원에서 발표한 '통계지표로 보는 우리나라 국민의 생명보험 현황'에 따르면 2011년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국민의 생명보험 가입률은 61.5%, 가입자수는 3062만명이다.
 
생명보험 가입률은 미국발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64.2%(3142만명)를 기록한 이후 2009년 63.6%, 2010년 62.1%로 지속적으로 낮아졌다.
 
보험개발원은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가계부채가 늘어난 탓에 신규 보험가입 여력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가입자 1인당 연평균 보험료는 2008년(234만원) 이후 계속 높아져 2011년 말 기준으로 289만원까지 올라갔다.
 
대형 생보사 관계자는 "경기 침체 장기화로 가계 살림이 팍팍해지면 소비자들이 당장 보장받을 수 없는 보험 상품부터 해지해 환급금이나 효력상실환급금의 규모 증가폭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최근 보험업계의 가장 큰 숙제가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이어지는 이자율 역마진인데 이 상황에서 보험을 해지하려는 고객까지 늘어나고 있어 새로운 투자처 물색 등 자산운용을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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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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