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진술거부권 고지 안해(종합)

"여동생 조사 당시 자유로웠지만 진술 증거능력 없어"
"정착지원금 부정수령·여권부정발급 혐의 등은 '유죄'"

입력 : 2013-08-22 오후 2:21:15
◇서울중앙지법(사진=뉴스토마토 DB)
 
[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국가정보원 조작' 논란이 제기된 이른바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에서 법원이 탈북 화교출신 유모씨(33)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탈북자 정착지원금을 받은 혐의 등은 유죄가 인정돼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이범균)는 서울시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국내 탈북자 정보를 수집해 북한에 넘긴 혐의(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유씨에게 국가보안법 위반 부분은 무죄로 인정하고, 정착지원금 등 부정수령 부분과 여권부정발급 및 행사 부분은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2560만원을 선고했다.
 
이번 재판은 유씨의 혐의를 입증할 유력한 증거인 그의 여동생이 수사기관에서 했던 진술을 법정에서 전면 부인하면서, 진술의 증거능력에 대한 검찰과 변호인 측 공방이 거셌다.
 
이에 대해 법원은 국가정보원 특별 사법경찰관이 피의자가 될 수도 있는 유씨의 여동생에게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지 않은 채 받은 진술서의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유씨 여동생의 진술 중에는 자신의 범죄 혐의도 포함됐는데, 수사관이 진술거부권을 고지한 흔적을 찾아볼 수 없고, 수사관도 법정에서 이를 인정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한 유력한 증거는 피고인의 여동생이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이 사싱살 유일한데, 진술내용 중 일부는 객관적인 증거와 모순되고, 진술의 일관성 및 객관적 합리성이 없는 부분도 있어 신빙성이 의심된다. 여동생의 진술 외의 다른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국보법을 위반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외에 '유씨의 여동생이 불법구금된 상태에서 폭행·협박·가혹행위·회유 등에 의해 허위 진술을 했다'는 유씨측 변호인의 주장에 대해 법원은 "수사관들의 법정 증언 및 제반 증거들에 비춰볼 때 폭행·협박 당하거나 불법 구금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유씨의 여동생을 중앙합동신문센터에 있게 한 것은 정해진 절차로서 적법한 임시 처분이었다"며 "또 조사 당시 자유롭게 진술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씨의 혐의 가운데 여권부정발급 부분 등은 모두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피고인과 같이 탈북 이전부터 외국의 국적을 보유한 자는 북한이탈주민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피고인이 그 외국 국적을 숨겨 정착지원금을 받았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피고인이 스스로 대한민국의 국민이 아님을 알면서 대한민국 여권을 부정 방급받아 사용하는 것은 여권법 위반죄, 여권불실기재 및 불실기재여권행사죄"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양형사유와 관련해 "피고인이 부정수령한 정착지원금 등의 액수가 크고, 자신의 국적을 숨기기 위해 적극적으로 치밀한 방법을 사용해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피고인이 탈북 이후 아무런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고, 자신의 국적이 밝혀질 경우 대한민국에서 힘겹게 이룬 생활터전을 모두 잃고 강제추방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의 사정을 참작해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덧붙였다.
 
유씨는 북한 국적의 탈북자로 위장해 국내에 입국, 탈북자 200여명의 신원 정보를 북한 보위부에 넘긴 혐의로 국정원에 검거됐으며, 검찰은 지난 2월 유씨를 구속기소됐다.
 
또 재북화교사실을 숨긴 채 북한이탈주민으로 가장해 국내에서 2500여만원의 정착지원금을 받고 대한민국 여권을 부정하게 발급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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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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