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사진=뉴스토마토 DB)
[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이 자신과 부인을 상대로 불법사찰을 벌였다며 이인규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 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22일 서울중앙지법 민사84단독 박재경 판사는 남 의원 등이 이 전 지원관 등 4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이 전 지원관과 김충곤 공직윤리지원관실 점검1팀장, 직원 김모씨는 합쳐서 남 의원 등에게 총 2000만원을 지급하라"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남 의원 부부에 대한 각종 문건이 보고서 형식으로 돼있고, 특히 하명사건 처리부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부 문건에서는 청와대를 지칭하는 'B.H 하명사건'이라고 기재돼 있는 점에 비춰볼 때 지원관-팀장-팀원으로 이뤄지는 지휘 및 보고체계 등을 고려할 때 점검 1팀의 최하위 팀원에 불과한 김씨가 단독으로 남 의원 부부에 대한 내사에 착수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결국 지원관실 내부의 순차적 내사 지시에 의해 김씨가 남 의원 부부를 내사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또 "공직기관 확립 등을 목적으로 한 공무원의 비위 확인 등에 대한 내사가 아니라, 입법부 소속 국회의원이나 부인에 대한 정보를 탐문, 채집 등의 방법으로 수집·관리하는 것은 지원관실의 권한 범위를 일탈한 것"이라며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판시했다.
이어 "공무원의 본분과 지위를 망각한 채 권한을 벗어나 남 의원 부부의 범죄 혐의나 비위 여부에 대한 불법내사를 감행한 점 등은 묵과할 수 없는 중대한 위법행위"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만 "미행이나 망원 활동 등 이미 언론에 알려진 보석 밀반입 문제, 남 의원 부인 동업자의 고소사건 등에 대한 탐문 등에 그친 점, 남 의원은 당시 경찰청장 등 경찰에 대해 외압으로 비칠 수 밖에 없는 적절하지 못한 대응을 했던 점 등을 고려해 손해배상액을 원고별 각 1000만원을 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지원관실 팀원이었던 권모씨에 대해서는 가담 내역에 대한 증거가 부족해 '불법사찰'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았다.
반면, 허위사실을 언론에 유포했다는 남 의원의 주장에 대해서는 "조직적 자료 은폐 내지 삭제로 검찰의 압수수색 전에 관련 증거들이 대부분 삭제됐다"며 "불법사찰 문건을 작성한 것과 언론에 알려진 것과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지난 2010년 남 의원과 남 의원의 부인은 "이들이 '남 의원 부인의 고소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당시 경찰청장에게 외압을 행사해 담당수사관을 교체하였다'는 허위 보고서를 작성했다"며 "허위사실이 언론에 유포돼 보도, 정신적 피해를 입혔다"고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