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26일 국내에 공개한 태블릿PC 신제품 '넥서스7'.(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구글의 레퍼런스 태블릿PC '넥서스7(2013)'이 돌아왔다. 레퍼런스 태블릿 제품인만큼 애플 아이패드, 삼성전자 갤럭시탭 시리즈 등 전략 제품과 달리 특별한 기능을 탑재하고 있는 건 아니다. 다만 현존하는 태블릿 중에서 가장 저렴한 가격대(32만원)에 가장 좋은 사양을 갖추고 있다는 점, 구글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가장 최적화돼 있다는 점에서 안드로이드 유저들에겐 반가운 소식이다.
우선 디자인은 '올 블랙'(All Black) 타입으로 전작에 비해 훨씬 세련미를 더했다. 일부 디자인을 중요시하는 소비자들에게는 '옥의 티'처럼 여겨질 이동통신사 마크가 없어서 더욱 매끈해 보일 수도 있겠다. 전체적으로 제품이 전작에 비해 더욱 작아진 느낌이 드는 이유는 훨씬 얇아진 두께와 한층 더 줄어든 베젤 덕분이다.
그립감은 거의 불평할 것이 없을 정도로 훌륭했다. 팬택의 '베가 넘버6' 등 6인치대의 스마트폰을 쥐고 있는 것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휴대성, 무게 등을 포함한 기동성이 스마트폰 수준이라기엔 다소 무리가 있지만, 시중에 나와 있는 7~8인치대 태블릿과 비교하면 가장 휴대하기에 좋은 태블릿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당초 일각에서는 위아래 베젤이 너무 넓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직접 손에 쥐어보니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스크린 하단에 빈 공간은 오히려 한 손으로 파지하기에 더 편리한 측면이 있다. 통상 스마트폰, 다른 태블릿의 경우 전면부에 홈키 또는 하드키가 있어서 태블릿 전면에 손을 대고 파지하기 어려웠지만 하단부의 공백은 버튼을 건드리지 않고 태블릿을 손에 쥘 수 있다.
퀄컴의 구형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스냅드래곤S4 프로'가 탑재됐지만 고성능 게임을 구동하는데 이렇다 할 문제가 없었다. 그래픽처리장치(GPU)의 경우 ‘아드레노 320’이 탑재돼 벤치마크 기록상으로는 뉴아이패드, 아이패드 미니보다 그래픽 구현 능력이 앞선다. 실제 리얼복싱, 레드라인 러쉬 등 고사양 게임을 구동하는데 별 문제가 없었다.
◇구글이 26일 국내 공개한 태블릿PC 신제품 '넥서스7'.(사진=뉴스토마토)
넥서스7의 가장 큰 장점인 화질은 비슷한 가격대의 태블릿 제품에서 볼 수 없는 완성도를 자랑한다. 지난해 출시된 아이패드 미니와 비교했을 때 선명함의 차이가 상당했고, 색감, 시야각 등 모든 부문에서 합격점을 줄만하다. 높은 해상도를 자랑하는 만큼 영상, 게임뿐만 아니라 웹 서핑 시에도 쾌적함이 느껴진다. 물론 아이패드 미니는 지난해 출시된 제품이기 때문에 직접 비교는 무리다.
총평하자면 넥서스7은 말 그대로 '구글에 의한, 구글을 위한, 구글의' 태블릿PC다. 아무리 별다른 특징이 없는 제품이라고 해도 이만한 사양의 제품을 30만원대의 가격에 판매하는 구글의 전략은 누가 봐도 명확하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다양한 콘텐츠 유통, 멀티미디어 서비스의 중심에 서겠다는 얘기다.
또 구글이 제품명에 바로 연도를 붙인 것을 보면 큰 이변이 없는 이상 넥서스7은 매년 새롭게 업데이트될 것으로 보인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판매되는 게임, 동영상 등의 콘텐츠는 갈수록 고사양의 하드웨어를 요구하게 될 것이고 마찬가지로 넥서스7의 사양도 지속적으로 향상될 것이다.
한편 넥서스7은 현재 소프트웨어 업체와 제조업체간 사업 구조를 바꿀만한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이번에 구글이 아수스를 외면하고 제품의 유통, 판매, 마케팅까지 직접 도맡았다는 점은 향후 안드로이드 태블릿 업계에서 브랜드 제조업체의 역할이 점점 줄어들 개연성을 암시하고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