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국가정보원의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등에 대한 내란 혐의 적용 수사의 결과는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대선 개입 사건으로 존폐의 기로에 선 국정원은 28일 오전 이석기 의원실 압수수색을 시도해 세간을 발칵 뒤집어놨다. 이 의원이 내란을 획책한 혐의를 포착했다는 것이다.
국정원의 자신감대로 내란 혐의가 입증될 경우 그간 정국을 잠식했던 대선 개입 관련 국면은 일거에 전환될 수밖에 없다.
댓글 활동은 대북 심리전의 일환이었다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주장은 신빙성을 얻게 되고, 국정원을 향한 박 대통령의 셀프개혁 주문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이렇게 전개되면 대선 개입 사건을 규탄하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박 대통령의 사과를 기치로 내건 야권의 장외투쟁은 명분을 상실한 채 동력을 잃게 된다.
그렇지만 국정원이 위기를 모면하고자 국면전환용 공안사건을 기획한 것으로 드러난다면 대선 개입 사건과 더해져 엄청난 후폭풍이 예상된다.
특히 국정원이 대통령 직속기관임을 감안하면 역풍은 국정원에 그치지 않고 박 대통령을 향해서도 거세게 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대선 개입 사건과 관련해선 "국정원으로부터 아무런 도움을 받지 않았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고수하고 있다.
그렇지만 지난 6월 남재준 국정원장이 "국정원의 명예를 위해서"라는 석연찮은 이유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했음에도 박 대통령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통상 30년 비공개가 원칙인 정상회담록을 남 원장이 박 대통령의 재가도 없이 무단으로 공개했다면 마땅히 해임 사유가 발생함에도 박 대통령은 도리어 '셀프개혁'을 주문, 국정원의 손을 들어줬다.
대선 개입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가 비등하던 시점에 남재준 국정원이 공개한 대화록이 물타기를 위한 것이었고, 박 대통령과 사전에 교감을 나눈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더욱이 대화록 뿐만 아니라 '내란'이라는 초유의 단어를 품고 있는 국정원의 마지막 승부수가 시대착오적 공안 무리수로 밝혀진다면 성난 민심의 불똥은 고스란히 박 대통령을 향할 것으로 관측된다.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가 29일 "국정원이 던진 마지막 승부수, 증거가 없으면 역풍은 상상 이상"이라면서 "정권퇴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본 이유다.
향후 수사가 진행되면서 녹취록 등 국정원이 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 증거물들이 공개되는 등 상황이 전개되면 이번 사건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전망이다.
사실상 한 배를 탄 박 대통령과 국정원이 내놓은 회심의 한 수가 통할지, 되려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박수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