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 올리는 대형IB)⑥기대 반, 우려 반

입력 : 2013-08-30 오후 5:28:50
[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개정 자본시장법의 29일 발효를 시작으로 대형증권사들이 전력보강에 나섰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 실적을 기록, 업계 전반의 시름이 깊어지는 가운데 투자은행(IB) 기능 확대로 돌파구를 찾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대형 투자은행(IB)에 맞서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IB 활성화의 당위론을 펴고 있지만 아직은 노하우가 축적되지 않은 ‘신생IB’라는 점이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것이란 지적이다.
 
무엇보다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규제완화 문제를 매듭짓지 못해 어정쩡하다는 입장이다. 국내 대형증권사의 본격적인 IB 시동이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압축되고 있는 이유다.
 
◇기대 반(半)= 개정 시행령의 핵심은 IB 활성화다. 대체거래소(ATS) 도입, 자산운용 규제, 증권 발행·유통·공시규제 선진화 등 자본시장 관련 제도 전반에 관한 내용도 담겼다.
 
3조원 이상 자기자본을 쌓은 대우증권(006800)우리투자증권(005940),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016360), 현대증권(003450) 등 5개 대형사는 헤지펀드로 한정돼 있던 전담중개업무(프라임브로커리지)가 가능해졌다. 특히 기업대출 등 신용공여에 대한 기대가 높다.
 
‘판돈’이 커짐에 따라 새 성장동력 발굴이 절실한 증권사들은 자본시장에서 새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동안 해온 업무만으로는 더 이상의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공유되고 있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증권사가 IB업무를 함에 있어 기업 인수합병(M&A) 등 자금 브릿지 규모 확대가 가능해졌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이자수익을 높이고 자기자본이익률(ROE)이 개선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일부 증권사들은 속속 관련 인력을 확충하며 업계구도 재편을 예고하고 있다.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도 강화했다. 최근 한국투자증권이 잇달아 타 업계 대형사 임원을 영입한 점은 이를 확인케 하는 대목이다.
 
한 대형증권사 고위 임원은 “수익원천이 더 많아진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설레인다”고 운을 뗐다. 그동안의 유가증권발행업무에 기업신용공여가 가미됐다는 점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구성이 쉬워졌다는 평가다.
 
‘손톱 밑 가시’ 제거가 관건이라는 지적도 덧붙였다. 그는 “NCR 과다계상 문제 해결 없이는 피부에 와 닿지 않는 그야말로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라며 “증권사 자체 리스크 매니지먼트는 성숙했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NCR은 금융투자회사가 유동성 부족이나 손실에 대비해 투자자 재산을 변제할 수 있도록 유동성을 확보하는 제도다. 증권사 등 금융투자회사는 매월 NCR을 금융감독원에 보고해야 하며 150%에 미달하면 즉시 보고해야 한다.
 
◇우려 반(半)= 때문에 NCR 150% 발목에 잡힌 증권사에게 기업신용공여는 사실상 그림의 떡인 셈이다. 은행과 달리 자기자본을 활용해 대출해야 하는 증권사는 기업대출 확대는 곧 영업용순자본에서 차감돼 NCR 비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 대형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NCR 솔루션이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선 어렵다. 시장 상황마저 뒷받침되지 않는 지금은 구조화하기엔 위험액 제한이 큰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오히려 정부가 제시한 NCR을 맞춰가며 신용공여를 할 경우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을 것이란 우려도 내비쳤다.
 
당국이 ‘되는’ 창조성에 진정성을 가졌는지에 의문이 생기는 대목이라는 설명이다.
 
외국계 IB와의 정면 대결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10년 앞선 경험과 80조가 넘는 거대 자본, 우수한 인력 등 3박자를 고루 갖춘 외국계 IB와 겨루는 것은 아직 이르다는 것이다.
 
또 다른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사람과 제도, 대형화와 관련, 국내 IB의 한계에 대해서는 정책당국도 같이 인식하는 부분”이라며 “금융당국도 이를 언급하고 있다는 건 말만 앞서고 행동이 따르지 못하고 있음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용린 실장은 “기본적으로 기업신용공여에는 NCR이 반영된다. 위험가중치를 높게 두면 지금으로서는 실효가 없는 셈”이라며 “증권사는 은행과 달리 펀딩코스트가 높기 때문에 기업신용공여는 사실상 증권사의 새로운 단독 비즈니스가 되기 힘들다”고 말했다. 시장의 반응이 냉담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는 것.
 
박 실장은 “NCR 규제완화는 반드시 필요하다”면서도 “하지만 무턱대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시장 진행상황 보면서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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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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