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봄이기자] 회계사는 감정평가를 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에 따라 감정평가협회는 오랫동안 갈등이 있었던 두 분야의 영역 분리 문제가 어느정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일 한국감정평가협회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방법원(형사9단독 곽형섭 판사)은 삼정회계법인 자회사인 삼정KPMG어드바이저리 소속 회계사가 지난 2009년 모 기업의 부동산을 감정평가한 행위가 위법하다고 지난달 23일 판결했다.
기업의 자산재평가란 감정평가사가 기업이 소유한 자산의 현실가치를 판정하는 것인데, 주로 자산가치의 장부가액을 파악하기 위해 수행하는 업무다.
이 회사는 지난 2009년 A기업의 사옥과 사업장 물류센터 등 부지의 자산재평가를 의뢰받았다. 그 결과 장부상가액이 약 3조4000억원에 해당하는 토지의 경제적 가치를 약 7조2000억원으로 평가하고 그 대가로 1억5400만원을 받았다.
법원은 이 행위가 '부동산 가격공시 및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부감법)'에서 정한 위법행위라고 판결하고 이 회사의 공동대표 이모씨와 업무 담당자 2명에게 각각 벌금 500만원 형을 선고했다. 부감법에 따르면 감정평가업자가 아닌 자가 감정평가행위를 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하지만 피고인이 이번 판결에 불복, 즉각 항소해 당분간 법적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감정평가협회는 이번 판결로 감정평가사와 회계사 간 업무영역 갈등이 정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협회에 따르면 회계사들은 2009년 도입된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서 자산재평가 수행주체 기준을 '전문적인 자격이 있는 평가인(professionally qualified valuers)'으로 규정하고 있어 회계사도 평가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지만 법원은 K-IFRS는 국제 회계기준의 원칙을 정한 것이어서 각 나라 법률에 따라 달리 해석할 필요가 있으며, '전문 자격인'은 부감법상 감정평가업자로 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김태환 한국감정평가협회 회장은 "감정평가업계와 회계업계 간 정도에서 벗어난 업무영역 침해를 지양하고 각자 분야에서 상생과 화합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