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국가대표 배구선수 바로티가 한국서 눈물흘린 사연

입력 : 2013-09-08 오후 4:02:07
◇러시앤캐시 베스피드 프로배구단 외국인 선수 아르파드 바로티가 지난 7일 오후 알펜시아리조트에서 열린 아프로파이낸셜그룹 사내 배구단 창단식에 참석해 행사 사회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이준혁 기자)
 
[평창=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이딴 식으로 할거면 당장 짐 싸서 집에 가!"
 
김세진 러시앤캐시 베스피드 프로배구단 감독은 지난 7일 저녁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리조트에서 열린 아프로파이낸셜그룹 사내 배구단 창단식에 참석한 취재진들에게 신생팀 첫 외국인 선수로 의욕을 갖고 영입한 라이트 아르파드 바로티(22)를 강력하게 혼낸 사연에 대해 공개했다.
 
러시앤캐시는 지난달 열린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좋은 기량의 선수를 11명 뽑았다. 또한 기존 구단의 보호선수 외 특별지명 영입을 통한 선수 6명도 선발했다. 그리고 현재로서는 팀에서 가장 확실한 즉시전력감 바로티를 2일 영입하며 오는 11월 개막할 V리그의 대비를 마무리했다.
 
바로티는 206㎝, 91㎏의 건장한 체구와 블로킹 높이 340㎝, 스파이크 높이 365㎝ 등 제공권에서 강점을 보인다. 또한 이탈리아 세리에2리그의 베로 발리 몬자에서 주 공격수로 활약하며 정규리그 득점 4위, 공격 3위, 블로킹 10위 등의 좋은 성과를 냈다. 김 감독이 가장 믿을 수 있는 팀내 선수인 것이다.
 
하지만 김 감독은 바로티를 강하게 훈육했다. 앓는 소리를 하는 바로티에게 화를 내면서 크게 호통친 것이다.
 
그런데 사연을 들어보면 충분히 그럴만 했다. 김 감독은 바로티에게 한국 배구의 특성상 외국인 선수가 팀 공격의 절반을 맡아야 한다는 점을 설명하면서 체력을 기를 것을 명했다. 그렇지만 이를 감당하지 못한 바로티는 며칠 후 그가 유럽에서 하던 훈련 내용이 담긴 내역서를 김 감독에게 꺼내들었다. 
 
김 감독이 볼 때는 재활훈련의 수준도 되지 못할 내용이 담겨있었다. 결국 김 감독은 바로티가 지켜보는 자리에서 종이를 확 찢고 그에게 던지며 "이딴 식으로 할거면 당장 짐 싸서 집에 가!"라고 강하게 외치면서 화냈다.
 
김 감독의 분노에 찬 목소리에 통역도 당황했다. 통역의 당황한 모습을 파악한 김 감독은 통역에게 "내가 지금 말한 내용 그대로 설명하라"고 이야기했고, 결국 통역은 바로티에게 김 감독의 말을 그대로 전했다. 김 감독의 큰 분노에 아직 22살로 어린 나이의 바로티는 눈물을 쏟아냈다.
 
김 감독은 "여러모로 시대가 변했다. 그리고 우리 팀 선수들은 타 팀의 선수들보다 훨씬 많이 젊다"며 "예전과 달리 이제는 선수들과 소통하고 선수들의 눈높이에 맞춰 지도해야 한다. 난 그렇게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하지만 잘못되는 것이 뻔히 보이는데 가만히 놔둘 수는 없다. 한국에서는 그렇게(바로티가 제시한 종이에 기재된 것처럼) 훈련한다면 한국 배구계에서 외국인 선수로 절대로 살아남지 못한다"면서 바로티에게 화를 내며 냉혹하게 대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스승으로서 '사랑의 매'였던 것이다.
 
실제로 김 감독은 바로티를 믿고 신뢰했다. 이번 시즌에 활약이 나쁘지 않다면 계약 연장까지도 하겠다는 생각이다. 김 감독은 "아직 바로티는 어린 선수다. 처음에 잘 다지면 가빈과 레오를 넘을 수 있다"며 "성장 가능성이 무척 큰 선수"라고 기대를 표했다.
 
김 감독은 올시즌 첫 감독직을 맡아 팀을 지휘하게 된다. 그렇지만 선수 개개인에 대한 맞춤형 지도를 계획할 정도로 많은 생각을 했고 장기적 팀 구상을 하며 신생팀 안착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었다. 감독은 처음 맡지만 지휘는 이미 초보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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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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