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샐러리맨 신화'를 상징해온 윤석금 회장(웅진그룹)과 강덕수 회장(STX그룹)이 연이어 무너져 내렸다. 이로써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뒤를 잇는 샐러리맨 신화는 사실상 끝이 났다.
반면 삼성, 현대, LG, SK, 롯데 등 대를 잇는 이른바 '6대 패밀리'의 성장세는 공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구조가 점차 고도화되면서 '맨손'으로 기업을 이룩한 뒤 사업 확장으로 몸집을 불리는 식의 '고속성장 신화'가 더 이상 발을 붙이지 못하는 생태계가 굳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12일 CEO스코어가 최근 5년간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출자총액제한(이하 출총제) 일반기업 집단 내 범삼성, 범현대, 범LG, SK, 롯데, 범효성 등 6대 패밀리의 자산 총액 비중을 조사한 결과 2007년 말 59.5%에서 지난해 말 67.7%로 8.2%포인트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내 6대 패밀리의 자산 총액은 525조원에서 1054조원으로 2배(100.8%) 넘게 불어났지만, 같은 기간 출총제 기업 집단의 전체 자산총액은 883조원에서 1558조원으로 76.4% 늘어나는데 그쳤다. 6대 패밀리의 자산총액 증가율이 전체 출총제 기업 집단 증가율보다 24.4%포인트 앞선 셈이다.
또 6대 패밀리를 제외한 나머지 출총제 기업집단의 자산증가율은 40.7%로 6대 패밀리의 절반에도 크게 못 미쳤다. 이 기간 국내 총생산(GDP) 증가율도 30.5%에 불과했다.
6대 패밀리 중 자산총액 비중이 가장 높은 그룹은 범삼성가(삼성, 신세계, CJ, 한솔)로, 지난해 말 기준 총 자산이 358조원을 기록했다. 출총제에 속한 일반기업 총 자산의 23% 수준이다. 이어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현대, 현대백화점, 현대산업개발, KCC가 속한 범현대가의 자산은 273조원으로 비중 17.5%를 차지했다.
범삼성가과 범현대가의 자산총액 비중 차이는 2000년 이후 4~5%포인트대를 유지하다 2011년 말 한때 2.7%포인트로 좁혀지기도 했지만, 삼성그룹의 계속된 선방으로 지난해 말 5.5%포인트로 다시 2배 이상 벌어졌다.
LG, GS, LS로 분화된 범LG가는 178조원으로 단일 그룹인 SK(141조원)를 제쳤다. 2012년 말 출총제 내 비중은 11.4%로 2007년 11.1% 대비 소폭 상승에 그쳤다. 그룹이 분화하지 않은 SK와 롯데는 자산총액 141조원과 88조원을 기록했으며 비중은 각각 9%, 5.6%였다.
효성과 한국타이어가 속한 범효성가의 자산총액은 17조원, 출총제 비중은 1.1%로 2007년(1.0%) 대비 큰 변화가 없었다.
한편 올해 말 출총제 규제에서 제외될 것이 확실시되는 STX그룹의 자산증가 속도는 6대 패밀리보다도 빨랐고, 웅진도 평균치 이상을 기록했다.
STX는 자산이 지난 2007년 10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24조3000억원으로 122.9%나 늘었고, 웅진은 4조90000억원에서 최고점인 2011년 말 9조3000억원으로 89.7%의 증가율을 기록한 바 있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경제구도가 고도화되면서 몸집 불리기식 고속성장 전략보다는 적절한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면서 “지난 5년간 중도 탈락한 그룹들은 하나같이 리스크 관리와 지속가능경영 체제 구축에 실패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재계 6대 가문 자산총액 추이.(자료=CEO스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