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연기자] 국내 증시가 9월 위기설을 보란듯이 깨며 선방하고 있다. 외국인의 매수 공세에 힘입어 코스피는 장중 한때 2020선까지 바라보며 고공행진했다.
증권가에서는 겉으로 드러나는 외국인 매수공세 이면에 자리잡은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외국인의 투심을 자극하는 모멘텀으로 국내 증시의 강한 펀더멘털, 최근 호조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 지표, 국내 경기 회복 기대감 등을 꼽았다.
12일 코스피는 이틀째 2000선을 유지하며 0.21포인트(0.01%) 오른 2004.06에 거래를 마쳤다. 15일째 외국인의 적극적인 매수 공세로 장중 한때 2017포인트까지 치솟았다. 이날 외국인은 6428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고, 반면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3580억원, 2550억원을 순매도했다.
이같은 국내 증시 강세는 그간 저평가됐던 우리 증시가 정상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그간 타 신흥국 대비 펀더멘털과 수급 측면에서 관심을 받지 못했던 우리 증시가 외국인들의 적극적인 매수처로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다.
김주형 동양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2~3년간 우리나라 증시는 펀더멘털이 상대적으로 튼튼함에도 불구하고, 수급측면에서 다른 나라에 비해 인기가 없었다"며 "다른 아시아 국가가 위기를 맞는 이 때 그간 저평가됐던 우리 증시가 제대로 된 평가를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희종 하나대투증권 연구원도 "이번 코스피 상승은 8월 후반부터 이어진 외국인의 강한 순매수 유입으로 가능했지만, 그 속을 들여다 보면 한국증시의 해외대비 가격메리트, 향후 경기개선 기대감이 중점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이머징리스크를 불러일으켰던 신흥국 위기설의 심각성이 어느 정도 사그러졌다는 점과, 중국 경제지표가 호조세를 보이는 점도 외국인 투심을 사로잡았다는 평가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표면적인 원인은 외국인 순매수지만 이면에는 달라진 중국의 스탠스가 있다"며 "최근 중국의 산업생산, 구매자관리지수(PMI) 등 경제 지표가 호조를 보이며 경기하강 리스크가 사라지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물 투자 비중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에도 외국인의 투심이 여전히 우리 증시에서 발휘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이주호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신흥국 자금이탈 과정에서 오히려 차별화되고 있는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순매수 양상이 좀 더 추세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2000선 전후에서 나타날 수 있는 단기 변동성 확대국면을 주식비중 확대의 기회로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백관종 NH농협증권 리서치센터장도 "국내기업이 이머징마켓 대비 탄탄한 실적을 가지고 있는 것도 향후 증시의 상승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향후 견조한 상승흐름을 예상한다"고 진단했다.
반면 심리적 저항을 극복하지 못하고 추가적 지수상승은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의 순매수는 어느 정도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주식형 펀드에서의 환매 강도가 강하기 때문에 지수 견인력은 약해질 것"이라며 "외국인의 매수세가 더 이어질 지는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여부에 달려 있다"고 판단했다.
임동락 한양증권 연구원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회의 임박에 따른 경계모드로 외국인의 적극성이 약화될 수 있다"며 "단기급등으로 인한 기술적 부담으로 추가 상승에 제한이 올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업종별로는 기계, 해운 업종 등 경기민감주에 대한 비중확대 전략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3분기에 들어서면서 미국에 이어 유럽과 중국의 경기회복에까지 힘이 실리고 있어 향후 전반적인 경기민감업종 흐름이 양호할 것이라는 예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