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렉시블이 온다?..기대는 이르다!

입력 : 2013-09-30 오후 5:20:50
[뉴스토마토 최승환기자] '플렉시블(Flexible)'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스마트폰이 10월 중으로 출시 예정인 가운데, 아직 과도한 기대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에 출시되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스마트폰의 경우, 휘어지기 전초 단계인 곡면 형태일 것으로 전해지면서 차분히 시장 반응을 살펴보는 게 유의미하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스마트 워치인 갤럭시 기어에 대한 냉담함을 한 차례 겪은 터라 자칫 시장만 얼어붙게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10월 중으로 삼성전자(005930)에서 출시하는 새 스마트폰은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의 초기 단계인 '플라스틱 OLED' 형태가 될 전망이다. LG전자(066570)도 4분기 중으로 비슷한 플라스틱 OLED 스마트폰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과 LG, 양사는 이번에 출시되는 스마트폰을 통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혁신의 부재'를 떨친다는 전략이다. 특히 삼성의 경우 세계 최초 출시를 통해 시장 선도 기업으로서의 이미지 제고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판매 증대를 기대하기 보다 시장의 반응을 살펴보는 쪽에 무게 중심을 둔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이미 삼성전자가 '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패널을 스마트폰에 적용해 상용화한 상태에서 약간의 휘어짐과 함께 잘 깨지지 않는(언브레이커블) 특성을 가진 스마트폰을 소비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느냐가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의 제품과는 분명 다른 제품이지만 '디스플레이 혁명'이라고 불릴 만한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했다는 게 내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관계자는 "기판, 배터리 등 관련 부품까지 휘고 안정성이 확보될 때야 진정한 플렉시블이 구현된다"며 "시작에 의미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또 대규모 양산이 가능한 OLED 패널의 경우 가격이 안정화된 상태지만, 이제 양산 단계에 접어든 플라스틱 OLED 패널의 경우 기존 제품보다 높은 가격대가 불가피해 시장에서 어떻게 반응할 지도 관심사안.
 
플래그쉽 스마트폰 모델의 가격이 100만원대까지 치솟았던 것과 비교하면 현재 '갤럭시노트3'를 제외하고는 90만원 초중반이 프리미엄 가격대로 형성돼 있다. 업계에서는 플라스틱 OLED를 채용한 제품의 경우 최소한 갤럭시노트3(106만7000원)보다 비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규모 양산이 아직 불가능하고 수율 안정화도 필요한 상황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플라스틱 OLED 패널의 경우 양산이 가능한 단계에는 도달했다"면서도 "아직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이나 중소형 OLED와 같이 대량 생산이 가능한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활용할 수 있는 차별화된 요소가 부족한 점도 걸림돌로 지적된다. 완전한 의미의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채용한 제품이라면 다양한 컨텐츠와 디자인적 측면에서 활용도가 높겠지만, 플라스틱 OLED의 경우 아직 제한적으로 활용될 수밖에 없다.
 
플라스틱 OLED의 깨지지 않는 특성이란 것도 실제 일정 강도 이상의 충격이 가해질 경우 깨지지 않는 스마트폰은 나올 수 없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단지 더 강한 충격을 견디고, 디자인적 변형이 일반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불러일으킬 매력요소로 작용할 수는 있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의 시장 규모는 2014년 9480만달러에서 2020년에는 117억달러로, 7년간 연평균 145% 이상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아직 단순예상에 불과하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아직 시장 반응을 확인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예단은 산업계 전체를 흩뜨릴 수도 있다.
 
스마트폰 제조업계 관계자는 "시장조사기관이 나름 알고리즘을 통해 조사결과를 발표하지만, 같은 제품을 가지고 시기와 기준에 따라 각각 조사기관에 따라 수치가 다른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OLED TV 출시 초기 시장에서 올해부터 출시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일정 시간이 지났음에도 출하량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기도 했다. OLED TV가 출시 초반에는 차세대 TV로 주목을 받으면서 시장의 과도한 기대를 품었지만, 결국 가격 한계에 부딪혀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당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OLED TV가 시장선도의 이미지를 가져간 것처럼 이번 플라스틱 OLED 스마트폰 역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 보다는 시장 선도의 이미지 제고에만 도움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물론 답은 시장이 쥐고 있다.
 
◇LG디스플레이가 공개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패널. (사진제공=LG디스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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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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