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전 국정원장(사진=뉴스토마토 DB)
[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재판에서 심리전단 전 파트장이 특정 정치인에 대한 비판 글을 일부 작성한 건 개인적인 소회 차원에서 작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이범균) 심리로 열린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국정원 전 심리전단 3팀 5파트장 이모씨는 "지난해 9월 인터넷 사이트 '오늘의 유머(이른바 오유)'에 직원들이 만들어준 아이디로 안철수·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에 대한 비방글을 올린적 있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그런 글을 작성한 적이 몇 번 있다"고 진술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인터넷 게시글에 '안철수는 문재인을 밀어주고 해산했으면 뻔한거 아냐, '정희언니 대선에 출마한다는 뉴스듣고 XX 웃었다'는 글 등을 게시했다.
이에 이씨는 "개인적인 소회일 뿐"이라며 "특정 정치인을 비판하는 거와 관련해서 원장의 지시나 관련 이슈를 전달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또 검찰이 "국정원 심리전단이 작성한 '주요 카페 및 커뮤니티 특이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안보'와 관련된 것 보다는 '정치' 분야에 훨씬 더 가까운 내용이 모니터링 보고에 포함돼 있는데, 이것도 북한의 선전선동을 모니터링 하는 업무의 일환인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이씨는 "보고할 당시 별다른 특이 보고사항이 없을 땐 가끔 입가심 삼아 그런 내용을 넣을 때도 있다"며 "보고서를 채우기 위한 차원에서 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인터넷 공간에서 종북세력을 어떻게 구별하는지를 묻는 검찰의 질문에 "종북세력들은 운동권처럼 인터넷에 올려진 글에 댓글과 답글을 연이어 달면서 출석체크를 한다"며 "이들은 오프라인에서 하던 행동을 온라인에서도 한다. 반대글을 쓰거나 추천·반대 클릭을 하면서 그들의 반응을 유도해보고 어떤 글을 쓰는지 비교·체크한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부는 이씨가 검찰 측 질문에 장황하게 설명하거나 답변을 계속해서 피하자 "동문서답하는 느낌이다. 질문과 답변이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재판에선 국정원 심리전담팀이 윗선의 지시를 받고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내용의 유튜브 동영상을 게재한 정황도 드러났다.
검찰이 이씨에게 "오빤 MB스타일' 유튜브 동영상을 올린 이유는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폄훼 동영상이 (인터넷 상에) 많이 돌아다녔는데, 상부에서 이를 반박하기 위한 차원에서 동영상을 게시하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