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식기자] 국내 인터넷기업들이 유료 콘텐츠 플랫폼 구축에 한창이다. 글, 음성, 이미지가 중심이 되는 양질의 콘텐츠를 이용자에게 판매하겠다는 복안으로, ‘개방형 광고모델’로 대표되는 기존 사업공식을 탈피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가장 먼저 포문을 연 건 카카오다. 지난 4월 만화가 허영만, 음악인 윤종신, 소설가 정이현, 헤어디자이너 차홍 등 유명인사를 앞세워 모바일 콘텐츠 플랫폼 ‘카카오페이지’를 출시했다. 이용자는 무료와 유료로 나눠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으며, 지인을 추천한 사람에 한해 이용권이 지급된다.
◇ 카카오페이지 (사진제공=카카오)
이어 다음커뮤니케이션이 메인 애플리케이션 ‘다음앱’을 통해 ‘스토리볼’이라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 또한 문학, 여행, 라이프, 건강 등을 총망라하는 콘텐츠 플랫폼으로서 카카오페이지와 차이는 좀 더 느슨한 형태의 유료화 모델을 선보였다는 점이다. 예컨대 연재기간에는 모두 무료로 열람 가능하나, 연재가 종료되면 작가와의 협의를 통해 유료로 전환된다.
모바일시장에서 카카오의 영향력 확대에 심각한 위협을 느끼는 네이버도 ‘포스트’라는 대항마를 앞세웠다. 아직은 준비 단계로서 대부분 내용이 베일에 가려진 상태지만 업계에서는 스토리볼과 카카오페이지와 유사한 서비스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밖에 벤처업계에서도 다양한 유료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만화를 전문으로 다루는 레진코믹스의 경우 게임사들의 부분유료화 방식에 영감을 받아 이용자의 서비스 활용 범위에 따라 다양하게 과금방식을 운영하고 있다.
전자책 서비스 북팔은 이용자 충성도를 기반으로 부가서비스 및 기능을 유료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용자가 책을 사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면 다운로드 공간을 의미하는 책장에 돈을 지불토록 하는 식이다.
지금까지 인터넷 비즈니스의 정석은 무료로 콘텐츠를 풀고, 트래픽이 모아지면 이를 기반으로 광고를 해 수익을 얻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반대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흥미롭게 지켜볼 부분이다.
◇ 스토리볼 (사진제공=다음)
류한석 기술문화연구소장은 한 강연을 통해 “지금까지 한국에서는 무형자산에 돈을 지불하는 분위기가 부재했지만 최근 지식사회로 급격히 변모하면서 콘텐츠에도 당당히 지갑을 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평가했다.
또 온라인 광고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그 탈출구로 콘텐츠 유료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포털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경기위축과 인터넷 사용량의 정체로 온라인광고 대신 구목모델을 눈여겨보는 움직임이 감지된다”고 밝혔다.
다만 유료 콘텐츠 플랫폼이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광고모델을 고집하는 기존 무료 콘텐츠들과 질적인 측면에서 우위에 있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전문가는 “유료 콘텐츠와 무료 콘텐츠 모두 수준이 비슷하다는 가정에서 경쟁이 붙으면 전자가 몰락할 수 밖에 없다”며 “이용자가 지갑을 열 만한 퀄리티를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여전히 유료화에 반감을 갖는 이용자들이 많은 만큼 이들의 소비패턴을 바꿀 수 있도록 충성도를 높이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