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학. (사진제공=NC다이노스)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팀 창단 첫 승리와 첫 완봉승 등 잇따라 NC의 기록을 써낸 '중고 신인' 이재학이 자신의 올시즌 마지막 등판에서 드디어 '시즌 10승' 기록을 이뤄냈다.
'막내 팀의 눈여겨볼 만한 신인'에서 '정상급 토종 에이스'로 성장한 이재학은 올해 NC는 물론 프로야구 리그에 뜻깊은 성과를 남겼다. 신인왕 경쟁에 쐐기를 단단하게 박은 것은 물론이다.
◇'탈삼진, 투구이닝수, 자책점..' 경쟁자 유희관을 앞서다
이재학은 지난 1일 오후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경기에 선발 투수로 등판해서 '7이닝 3피안타(1피홈런) 7탈삼진 1볼넷 2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10승(5패) 째를 기록했다.
이번 승리로 이재학은 두산의 좌완 투수인 유희관과 함께 2006년(류현진, 장원삼, 한기주) 이후 7년 만에 신인 자격으로 10승 이상을 일궈낸 투수에 올랐다.
이재학은 시즌 중반부터 유희관과 함께 신인왕의 유력한 후보로 꼽혔다.
한국 프로야구 신인왕의 자격 요건은 당해 연도를 제외한 5년 이내의 선수로 만약 투수일 경우 당해 연도 이전 연도에는 30이닝 이내로 던져야만 한다. 올시즌 들어 두각을 띄기 시작한 유희관(2009년 2차 지명)과 이재학(2010년 2차 지명)은 모두 신인왕의 자격에 부합한다.
이재학이 결국 10승 째를 기록하며 신인왕 싸움은 이재학에게 유리한 구도가 형성됐다. 그동안 유희관에 비해 대부분의 기록이 앞선 이재학에게 '두자릿수 승수'마저 생겼기 때문이다.
이재학은 유희관에 비해 투수로의 주요 기록이 대부분 앞섰다. 평균자책점은 2.88로 유희관의 3.48에 비해 0.60이나 낮고, 더 많이 던지며 더 많은 삼진을 잡았다. 유희관에게는 없는 기록인 완투승과 완봉승의 기록도 있고, QS(퀄리티스타트 : 선발 6이닝 이상 투구 3자책 이하)도 이재학이 곱절 이상 많았다.
하지만 유희관이 전날 잠실 LG전에서 10승을 따낸 것과 달리 이재학은 3경기 연이어서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10'이라는 상징적 숫자를 연이어 놓쳤던 것이다.
그러나 이재학은 마지막 기회를 당당하게 잡았다. "올해 신인왕을 꼭 받고 싶다"는 그가 올시즌 마지막 경기에 출전해 호투를 펼쳐 승리를 따낸 것이다. 타선의 도움도 한몫 했지만 한국인 투수 중에서 방어율 1위(2.88)에 올라선 이유를 스스로 증명한 빼어난 투구를 펼친 그는 스스로 신인왕 자리를 굳혔다.
◇이재학과 유희관의 2013 성적 비교.
◇불펜에 갔다 돌아온 선발, 제실력 마음껏 펼치다
승승장구하던 이재학에게도 위기가 없지는 않았다. 지난 6월 초순 손민한이 선발로 투입되자 마무리로 전환했지만, 적응하지 못하면서 실점을 끌어올린 것이다.
그동안 보여준 '선발 이재학'과 달리 '불펜 이재학'은 좀처럼 투구의 안정감을 찾기 어려웠다. 불펜 투수로 나선 3경기에서 이재학은 5이닝동안 무려 5점이나 줬다.
결국 김경문 감독은 이재학에게 다시 선발투수의 자리를 내줬고 그의 위력적인 투구는 살아났다. 스포츠에 '만약'이란 가정은 무의미하나 유희관이 선발 투수로만 등판했다면 지금쯤 평균자책점은 더욱 좋았을지도 모른다.
이재학에게 또다른 위기는 지난달 19일과 25일에 치러진 롯데전, 넥센전이다. 각각 7이닝 1실점, 7이닝 무실점으로 완벽한 투구를 선보였지만 타선이 득점 지원을 하지 못하며 승패없이 물러난 것이다. '9승'이란 한자릿수 승수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1일 경기는 타선 도움도 컸다. 이날 경기에선 한때 신인왕 경쟁자였던 나성범이 5회 역전 3점 홈런을 때려 4-2로 경기 상황을 뒤집었다. 이재학이 승리 요건을 갖춘 순간으로, 이재학은 이후 6~7회를 모두 퍼펙트로 막았다.
이재학은 시즌 초 올해 목표를 '10승, 평균자책점 3점대'로 잡았다. 그리고 그는 목표를 보란듯이 달성했다. 이제는 오히려 당초 목표 이상의 위대한 성과물을 위해 도전한다.
올해 대부분의 경기 내용도 빼어났고 팀의 투수부문 기록을 새로 쓴 그는 이제 신인왕이라는 평생 한번의 기회에 도전한다. '신생구단 프리미엄'을 넘어 스스로 신인왕의 자격을 갖춘 이재학이 신인왕을 따내게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