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한국의 '꾸리찌바'를 꿈꾼다..친환경 녹색도시 강릉을 찾아서

입력 : 2013-10-04 오전 8:23:27
[강릉=뉴스토마토 곽보연기자] 서울에서 영동고속도로를 따라 3시간여 달려 도착한 강원도 강릉.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바다처럼 넓은 경포호와 파도가 넘실대는 경포해변이 펼쳐져 있고, 오른쪽으로는 경포의 자랑 초당순두부집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조금 더 발걸음을 옮겨 허난설헌기념관이 있는 초당동으로 들어서니 한적한 논과 작은 마을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곳에 특이한 모양의 건물 두 채가 있있다. 미래에서 왔을 법한 유선형 모양의 은색 건축물 두채, 이곳이 바로 강릉시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강릉 저탄소 녹색도시 체험센터'다.
 
지난 8월8일 준공식을 마치고 시범운영에 들어간 이곳에는 SK C&C(034730)의 태양열·지열에너지 기술과 에너지 저장기술, 에너지 관리시스템 등 친환경에너지 신기술이 총 집결돼 있었다.
 
◇강릉시 초당동에 준공된 '강릉 저탄소 녹색도시 체험센터'. 컨벤션센터(윗 사진)는 전시장과 회의실을 갖추고 있고, 연수동(아랫 사진)은 친환경에너지를 활용해 전기를 생산하고 있었다.(사진=곽보연기자)
 
◇옥상에선 태양열·지하에선 지열에너지가..'녹색도시 체험센터'
 
"경포호를 중심으로 강릉시 전역을 녹색도시로 조성할 계획입니다. 독일 프라이부르크나 브라질의 꾸리찌바와 같이 세계적인 녹색 생태도시로 발전시킬 계획입니다."
 
지난 2일 방문한 녹색도시 체험센터에서 안내를 맡은 김동은 강릉시 녹색도시과 계장이 당찬 포부를 밝혔다.
 
정부는 기후변화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의 중요성이 높아지자 지난 2008년 국가발전전략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선포했다. 강릉시는 이에 발맞춰 지난 2009년 7월 '글로벌 명품 녹색도시 마스터플랜'을 발표했다.
 
강릉시와 환경부, 국토부, 강원도가 오는 2020년까지 1조원을 투입해 추진하는 이 프로젝트는 모두 29개의 사업으로 구성돼 있다. 모두 5만8571제곱미터 대지에 자전거와 전기차 이용을 활성화시키는 녹색교통 사업과 경포호 습지복원사업, 친환경 건축물인 제드빌리지, 녹색기술 테마파크 등이 세워질 예정이다.
 
강릉시는 친환경 시스템을 갖춘 이 녹색도시를 통해 오는 17년간 약 12만5000톤의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비용으로 치면 약 1조7000억원의 절감효과다. 뿐만 아니라 태양열과 지열, 전기버스, LED조명 등을 통해 10년간 약 27.39기가와트의 전기를 절감할 것으로 기대했다.  
 
◇친환경 에너지 시스템을 적용한 강릉시의 '녹색도시 마스터플랜' 조감도.(사진제공=강릉시)
 
지난 8월 준공을 완료한 녹색도시 체험센터 역시 29개 사업 중 하나로 신재생 에너지와 스마트 그리드, 녹색버스, 녹색건축 등 최첨단 친환경 기술들을 한자리에서 체험할 수 있었다.
 
녹색단지는 아직까지 조성단계에 있기 때문에 허허벌판이었지만 전시공간인 컨벤션센터와 체험연수센터는 준공을 마친 상태였다. 효율성과 심미성을 고려해 지은 이 두 건물은 강릉을 대표하는 소나무 뿌리 모양을 형상화했다고 한다.
 
두 건물은 자연채광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남향으로 배치됐다. 건물외관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건물 여기저기에 설치된 푸른빛의 'PV(Photovoltaic)' 패널들이었다.
 
태양광 발전의 핵심장비인 PV 패널은 컨벤션 센터 옥상과 연수센터 발코니 난간에 설치돼 있었다. 이곳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은 모두 380개로 하루 평균 4시간동안 492킬로와트(kWh), 연간 약 18만kWh의 전력이 생산된다고 SK C&C는 설명했다.
 
◇컨벤션센터의 옥상에는 태양열 발전의 핵심장비 PV 패널들이 설치돼 있었다. 이날 옥상에 설치된 패널들이 생산해낸 전력 생산량은 오후 2시 기준으로 38.4kWh였다.(사진=곽보연기자)
 
강릉 녹색도시 체험센터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시설의 또다른 특징 중 하나는 '에너지 저장장치(ESS)'였다. 일종의 대형 축전지인 ESS는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저장해 뒀다가 전력이 부족할 때 송전해 주는 장비로, 컨벤션센터 지하에는 100kWh급 대용량 ESS와 3kWh급 소용량 ESS가 각 1대씩 설치돼 있었다.
 
낮 동안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된 전력 중 사용하고 남은 전력을 ESS에 저장한 뒤, 일몰 후 체험 연수센터의 야간전력으로 활용하는 식이다.
 
유경수 SK C&C 그린IT사업담당 부장은 "센터에 구축된 태양광 발전설비를 통해 연간 약 87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최근 정부에서도 ESS와 연계된 신재생 에너지 보급 확대에 나서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컨벤션센터 1층에 위치한 '지열 히트펌프 시스템'. 땅의 열기를 이용해 전기사용 없이 찬물은 더 차게, 뜨거운 물은 더 뜨겁게 온도를 조절해주는 시스템이다. 팬과 연결해 냉난방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사진=곽보연기자)
 
체험센터의 건물 1층에는 냉난방과 급탕을 위한 '지열히트펌프시스템'도 도입돼 있었다. 지열히트펌프시스템은 연중 15도로 유지되는 지열을 펌프로 순환시켜 건물 냉난방에 활용하는 기술로, 폭발과 화재의 위험은 물론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친환경 에너지 발전설비라는 설명이다.
 
◇'에너지 사용량 한눈에 보고, 한손으로 조절한다'
 
1층의 지열히트펌프시스템을 지나 2층으로 올라가니 TV로세나 보던 '관제실'이 등장했다. 이곳은 녹색도시 체험센터 운영을 총괄하는 통합 관제실로 한쪽 벽면에 전자상황판이 붙어 있었다.
 
전자상황판은 센터 내 신재생에너지 생산현황과 체험객실을 포함한 개별 시설물들의 에너지 소비현황, 이산화탄소 감축량 등을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었다.
 
유 부장은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과 지능형검침인프라(AMR), 시설관리시스템(FMS) 등 최신 그린IT기술들로 이루어진 스마트 그리드 환경을 구현했기에 가능한 관제실"이라면서 "조명 자동제어 시스템과 전력계측장치 등이 함께 있어 조명을 조절하는 것도 손쉽다"고 말했다.
 
◇녹색도시 체험센터 내에서 사용하는 전기량과 친환경 에너지 설비가 생산해내는 발전량을 모두 한눈에 볼 수 있는 종합관제실.(사진=곽보연기자)
 
스마트 그리드는 기존 전력망에 IT기술을 적용해 전력 생산자와 소비자간 양방향 정보교환으로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는 기술을 말한다. 실시간 전력사용현황 파악이 가능해 효율적인 전력공급과 소비자의 능동적인 전력소비유도를 통한 온실가스 배출감소를 위한 핵심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체험센터에 적용된 스마트 그리드 기술의 핵심은 '태양광 에너지관리시스템(EMS)'이었다. 태양광 에너지 발전량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에너지 저장장치를 실시간 제어하는 시스템으로 체험센터에서는 SK C&C가 독자 개발한 태양광 EMS솔루션이 적용돼 있었다.
 
유 부장은 "태양광 EMS 도입으로 시범단지 내 태양광 에너지 생산과 사용량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 및 누적 데이터 분석이 가능하다"며 "뿐만 아니라 단지 내 에너지 저장장치들의 실시간 충전 방전 상태를 감시하고 제어해 에너지 사용량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집안 에너지 사용현황 알려주는 '똑똑한' 시스템들..미래 녹색주거생활 체험
 
이어 컨벤션센터의 오른편에 위치한 연수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상 4층 규모의 체험 연수센터는 1개의 전시실과 18개의 체험연수실, 3개의 단체 체험연수실로 구성돼 있었다.
 
각각의 객실은 전기, 온수, 냉수, 냉난방 등 객실별 실시간 에너지 사용량 확인을 위한 자동원격검침(AMR, Automatic Meter Reading) 시스템을 구축해 놓고 있었다. 이 시스템을 자신이 묶는 방의 에너지 사용현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 시스템을 중앙 통제실로 연결해 기기의 오작동, 누수·누전 등을 통합 관리할 수 있게 했고, 에너지 사용패턴 분석 등 데이터 기반의 효율적인 에너지 관리가 가능했다.
 
또 객실마다 비치된 스마트TV와 태블릿PC 형태로 생긴 '인 홈 디바이스'를 통해 방문객이 직접 당일 생산된 신재생 에너지 발전량과 에너지 저장장치 운영현황을 파악할 수 있게 했다.
 
김동은 계장은 "에너지 절약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위해 방문객에게 객실 사용시 절약한 에너지만큼 이용료를 할인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이라며 "체험센터 방문을 통해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을 위한 가상학습과 미래 녹색주거생활의 체험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11월 개장 예정인 연수동은 공공기관이나 회사 등 단체를 통해서만 숙박이 가능하다. 경포대 주변의 숙박업체들을 배려해 개인 숙박 신청은 불가능하다.
 
◇연수동의 체험연수실에 마련된 '홈 스마트 그리드' 설명판을 한 방문객이 보고있다. 홈 스마트 그리드 시스템을 통해 냉장고와 세탁기, TV 등에 사용되는 에너지 현황을 확인할 수 있고, 스마트 그리드는 한국전력과 연결돼 전력사용 금액도 계산해볼 수 있다.(사진제공=SK C&C)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곽보연 기자
곽보연기자의 다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