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희주기자] 미국 연방정부가 예산안 협상 실패로 일부 폐쇄(셧다운)에 돌입한지 나흘째다.
하지만 민주당과 공화당 사이의 이견이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어 셧다운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오바마 VS 의회 협상 결렬..셧다운 장기화 우려
◇(사진제공=뉴스토마토 DB)
3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전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연방정부 폐쇄 사태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양당 지도부를 초청해 회담을 열었지만 아무런 성과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은 해리 레이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존 베이너 공화당 하원 의장, 미치 매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 대표 등을 초청했다.
이 자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정부의 셧다운 종료와 부채한도 증액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공화당이 여전히 오바마케어 연기를 주장하면서 여야간의 입장차이는 좁혀지지 않았다.
회담에 참석한 존 베이너 하원 의장은 "안정적으로 진행된 회담이었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사태 해결을 위한 협상을 여전히 거부했다"고 비난했다.
오바마 대통령 역시 오바마케어를 포기할 뜻이 없음을 밝히고 공화당의 전략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이 그들의 요구를 고집해 부채한도 증액 협상을 미룬다면 미국 경제는 파국으로 치닫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채증액 협상도 난항..디폴트 위기감 고조
이에 정부폐쇄가 장기화되는 것은 물론 정치권 협상이 진전을 이루지 못해 오는 17일까지 마무리 되어야 할 부채한도 증액 협상도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부 부채규모가 법정 한도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오는 17일까지 부채한도 증액 협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미국 정부는 디폴트(채무불이행)에 직면하게 되며 이는 미국을 넘어 세계 경제에도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 재무부는 "미국이 부채협상에 실패할 경우 전례없는 디폴트에 처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2008년 금융위기때보다 더 큰 재앙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워싱턴 D.C에서 연설을 통해 "정부폐쇄도 좋지 않지만 부채한도 증액에 실패한다면 미국 경제뿐 아니라 세계 전체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를 하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미국이 디폴트에 처한다면 그 이후에는 대공황이 찾아올 것이란 의견도 제기됐다.
딕 보브 래퍼티 캐미털 마켓츠 금융분석가는 디폴트시 예상되는 결과를 분석한 보고서를 통해 "머니마켓펀드(MMF)는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은행들이 보유한 채권의 가치는 하락해 대출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며 "또 국채가치 하락으로 사회보장수급자와 연금 대상자들이 받는 돈도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디폴트만큼은 피해야 한다고 밝히며 기존의 강경한 입장을 다소 누그러뜨린 모습을 보였다.
베이너 의장은 이날 공화당 의원들에게 "연방정부의 디폴트를 막아야 한다"며 "민주당과 공화당의 공동 표결에 나설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공화당 의원은 베이너 의장이 부채한도 증액 협상을 위해 해스터트룰을 깰 수도 있다고 시사했다.
해스터트룰은 공화당 내에서 과반수의 동의를 얻지 못한 법안을 상정하지 못하도록 한 비공식적 원칙이다.
이에 베이너 의장이 오바마케어 연기를 주장하고 있는 공화당 내 강경파를 제외하고 민주당과의 협의를 통해 부채협상에 나설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시장 '흔들'..2008년 금융위기 재현될라
그러나 셧다운의 장기화 우려에 전례없는 디폴트 위기까지 거론되면서 금융시장은 이미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다.
특히 전날 오바마 대통령과 의회 지도부의 첫 회담 이후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것으로 분석됐다.
크리스토퍼 설리반 유엔신용조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의회의 협상 없이 투자환경은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며 "정부 셧다운으로 투자심리를 일으킬만한 지표도 발표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투자자들은 점점 관망하는 자세를 취하거나 안전자산으로 관심을 돌릴 것"이라며 "셧다운이 지속될수록 불확실성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이콥 루 재무장관은 "미국의 신용대출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며 "달러 가치는 급락하고 금리가 급등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미국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돼 세계로 퍼질 경우 2008년 금융위기때보다 더 큰 파급효과를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S&P500 지수 변동 추이(자료출처=야후파이낸스)
이날 미국의 10년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일 대비 0.02%포인트 내린 2.60%를 기록해 7주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지난 10년동안의 평균 수익률 3.52%를 크게 하회하는 수준이다.
달러 가치도 급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뉴욕 외환시장에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정부폐쇄 이후 0.5% 하락했다.
미국물 CDS프리미엄도 불안감이 반영되며 11.5bp(1bp=0.01%) 급등한 44bp를 기록했다.
미국증시는 이틀 연속 하락해 다우존스 지수는 1만5000선이 붕괴됐고, S&P500 지수는 전일 대비 0.90% 내려 한 달 만에 최고 낙폭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금융시장이 큰 혼란을 겪으면서 가계자산이 감소하고, 개인과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이 증가해 소비심리가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재무부는 "부채협상 실패 시 금리상승, 투자감소, 경제성장 둔화 등의 악재가 한 세대 이상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