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부산=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기이했다. 갑작스럽게 상영관 벽면에서 영상이 흘러나왔다. 놀라운 광경에 눈을 뺏겼고, 신기한 체험을 하는 듯 했다. 김지운 감독이 연출한 30분짜리 영화 '더 엑스'의 이야기다.
세계 최초 '스크린X' 기술을 도입해 제작된 '더 엑스'가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처음 공개됐다.
세계 최초라는 점과 벽면에서 영상이 흘러나오는 것에 더불어 김지운 감독의 연출, 강동원과 신민아까지 출연하는 점은 4일 오후 2시쯤 BIFF에 수 많은 행사가 있었음에도 '더 엑스'에 대한 취재열기를 뜨겁게 만들었다.
영화는 엘리트 요원 X(강동원 분)이 정체불명의 물건을 요원 R에게 전달하는 특명을 받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과정에서 X가 사랑하는 여자친구 미아(신민아 분)의 욕심과 배신이 이야기의 줄기다.
X가 사물함에서 물건을 꺼내는 '더 엑스'의 첫 장면 마치 3면에서 영상이 나오는 것과 비슷한 느낌으로 시작됐다.
영화가 진행되고 약 10분 후 어두운 상황에서 X가 손전등을 켜는 순간 빛줄기가 영화 벽면으로 흘렀다. 여기 저기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이후 사방에서 점멸하는 불빛과 자동차 추격 장면, 불빛으로 공간을 휘어잡은 미러볼, 우주 속 인공위성은 스크린X 기법과 결합하면서 새로운 세상에 온 듯 묘한 기운을 전달한다.
강동원(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270도의 화각으로 구현되는 스크린X 기법이 처음으로 나왔을 때 벽면을 의식한 듯 어디를 쳐다봐야 할지 모르는 부분도 시간이 지날 수록 익숙해져, 영화 말미에는 마치 내가 그 공간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가히 상영관의 혁신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더불어 영상 외에도 움직이는 소리로 알려진 사운드X 역시 스크린X와 결합하면서 생동감을 살려낸다. 콘텐츠보다 기술적인 면에서 볼거리가 다양한 영화다.
세련된 영상미를 자랑하는 김지운 감독은 그의 장점을 십분 발휘해, 판타지스럽고 아름다운 공간을 창출한다. 상영시간이 짧은 만큼 대사보다는 액션으로 영화의 대부분을 메워, 더욱 몰입도를 높였다.
◇신민아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강동원의 액션은 여전히 훌륭하고, 신비한 캐릭터 미아를 맡은 신민아의 변신도 놀랍다. 다양한 느낌을 가진 이솜 역시 무난한 활약을 펼친다. 스토리라인은 뻔하긴 하지만 유치하거나 촌스러운 느낌을 주지 않는다.
다만 화려함이 너무 강해 눈이 쉽게 피로해지는 점은 스크린X가 장편영화로 만들어질 상황을 대비해 꼭 보완해될 점으로 보인다.
김지운 감독의 스타일리시한 영상미, 강동원과 신민아의 강렬함, 스크린X의 신선함만으로도 '더 엑스'는 호평을 받을 가치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