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훈기자] 사적연금인 연금저축을 활성화하려면 보험 설계사에게 판매수수료를 장기간 나눠서 지급하는 분급(分給) 방식이 확대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이같은 방안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이석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금융연구원이 1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화재보험협회 빌딩에서 '연금저축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개최한 공개토론회에서 "소비자 보호와 보험 신뢰도 확대를 위해 수수료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연구위원은 "판매 수수료의 70%를 설계사에게 즉시 지급하는 판매보수를 제외한 나머지 30%를 계약 유지기간에 나눠서 주는 유지보수의 비중을 50%로 높이고, 지급 기간도 7년에 걸쳐 분할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판매수수료가 선지급되는 구조에서는 보험상품 판매자가 판매 후 보험계약의 유지·관리는 소홀히 한 채 기존 계약을 파기하고 새 계약을 권유하는 등 판매에만 치중할 수 있어 불완전판매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분급 방식이 확대돼야 한다는 얘기다.
이 연구위원은 "주요 선진국에서는 이런 이유로 분급 방식을 적용하고 있으나, 국내 대부분의 보험사는 판매수수료의 대부분을 선지급하고 있다"며 "국내 연금저축 3년 이내 해약률은 42.8%로 미국(26.9%), 영국(39.4%) 등에 비해 높고, 보험 판매자의 1년 이상 정착률은 39.3%에 불과해 미국(65%) 캐나다(85%) 등에 비해 낮다"고 지적했다.
이어 "분급 방식이 확대되면 소비자는 자신에게 맞는 계약을 권유받고 체결할 수 있고, 보험계약에 대한 만족도와 해약환급률도 상승한다"며 "판매자 또한 소득이 안정화되고, 보험사 입장에서도 판매자 정착률과 계약유지율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이 1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화재보험협회 빌딩에서 '연금저축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개최한 공개토론회.(사진=김동훈 기자)
이날 토론회에선 이같은 주장에 대한 반발이 잇따랐다. 사실상 국내 보험업 발전을 이끌어 온 보험 설계사의 사정과 실제 보험 영업의 행태, 소비자 권익 등을 면밀히 고려하지 않은 주장이라는 것이다.
남태민 보험대리점협회 본부장은 "5년 이상 근무한 보험 설계사가 전체의 25%밖에 되지 않는 현실에서 7년 동안 분급한다면 이들은 급여도 못받고 집에 가야 한다"며 "해약률 등을 실질적으로 낮추려면 장기간 일하는 설계사를 양성하기 위한 장려금, 교육 등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진익 보험연구원 연구조정실장도 "분급을 확대한다고 곧바로 보험계약의 유지 관리 서비스가 강화되고 연금저축의 가입률과 유지율, 수익률이 개선될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부분적 찬성 입장을 보인 김헌수 순천향대 교수는 "분급에는 찬성하지만, 설계사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점과 소비자의 감정적 매입 등이 개선돼야 한다"며 "아울러 분급 체계에 따른 설계사 등 경제적 약자의 입장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은 "우리나라 보험사의 연금저축 수수료는 선진국 대비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낮춰야 한다"며 "높은 수수료를 줄이지 않고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만 논의해선 바닥 상태인 금융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정훈 금융위원회 보험과장은 "소비자와 보험업계, 저소득층 모두를 보고 있다"며 "관련 사안을 다루는 당국 구조가 세제, 재정, 국민연금, 퇴직연금 등으로 나눠져 있기 때문에 금융위가 모두 해결할 수는 없으나, 별도 조직을 통해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고령화의 빠른 진전에 따라 공적·사적 연금 시스템 보완 등을 통해 고령자를 위한 사회안전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에서 마련됐다.